47 꽃길을 만드는 사람

by 작가의숲

오빠가 갑자기

창고에서 낫을 들고 나왔다


수돗가로 가더니

낫을 곱게 갈아

뒤뜰로 사라졌다


잠시 후

오빠가 있는 곳으로 갔더니

꽃밭 한가운데에

길을 만들고 있었다


"오빠, 이 더운 날에

왜 일을 해?"


"여기까지

들어갈 수 있게 만들려고"


로즈메리꽃이

밭을 이루고 있는 뒤뜰은

꽃밭이라기보다는

풀밭에 가깝다


꽃밭인지라

선뜻 베어내기엔

조금 머뭇거려지긴 했다


그래도 진작부터

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오빠가 그걸 눈치챈 모양이다


"이제 오빠는

꽃길만 걷겠네"


꽃길이 어디 별 거던가

꽃밭에 길을 내면

꽃길이 되더라


그리고 오빠는

그 꽃길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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