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갑자기
창고에서 낫을 들고 나왔다
수돗가로 가더니
낫을 곱게 갈아
뒤뜰로 사라졌다
잠시 후
오빠가 있는 곳으로 갔더니
꽃밭 한가운데에
길을 만들고 있었다
"오빠, 이 더운 날에
왜 일을 해?"
"여기까지
들어갈 수 있게 만들려고"
로즈메리꽃이
밭을 이루고 있는 뒤뜰은
꽃밭이라기보다는
풀밭에 가깝다
꽃밭인지라
선뜻 베어내기엔
조금 머뭇거려지긴 했다
그래도 진작부터
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오빠가 그걸 눈치챈 모양이다
"이제 오빠는
꽃길만 걷겠네"
꽃길이 어디 별 거던가
꽃밭에 길을 내면
꽃길이 되더라
그리고 오빠는
그 꽃길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