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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지어

내가 좋아하는 예쁜 쓰레기

by 수지맘

프리지어를 보면 봄이 떠오른다.

보통은 봄꽃을 개나리나 진달래로 여기지만 나에게는 프리지어를 보면 봄이 생각난다.


누군가 나에게 무슨 꽃을 제일 좋아하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지 않고 프리지어라고 말한다.

그냥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프리지어가 제일 끌린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꽃은 예쁜 쓰레기이다.

언제부터인가 꽃은 나에게 쓰레기가 되었다.

누군가가 선물로 꽃을 주면... 좋은 건 잠시... 저거 어디에다 버리지? 일반 쓰레기에 넣어야 하나? 특히 꽃바구니 같은 걸 받으면 바구니와 그 안에 들어있는 물이 담긴 스펀지까지 버려야 할걸 생각하면 난감하기만 하다.

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는데 왜 나는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낭만도 없고 삶에 찌들어서 그렇게 된 걸까?


내가 사는 곳 근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한 곳이다.

주말에 꽃을 들고 가는 남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여자 친구에게 주려고 그러는 건지 설레는 표정이 무척 보기 좋다.

나는 한 번도 남자에게 꽃을 받으면서 고백이라는 걸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꽃을 든 남자가 지나가면 한번 더 바라보게 된다.

가끔은 우리 딸이 남자에게 꽃 받는 상상도 해 본다.

엄마는 못한걸 우리 딸은 해 봤으면 하는 작은 바람......


오늘 산책길에 꽃집에서 프리지어를 사는 남자를 보았다.

남자의 표정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예쁜 프리지어가 쓰레기가 되지 않고 사랑의 메신저로 잘 전해지길 미소를 띠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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