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 알기
약 15년 전, 전혀 생각지도 않던 방향으로 전공을 택했던 나의 선택을 많이 후회했다. 물론 지금도 간혹 내가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면 지금쯤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혹자는 "전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공과 무관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거나 그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나가면 된다."라고도 말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고등학교에서 문이과를 선택하고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직업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주 듣지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만큼 귀 기울여 듣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실패한 사람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굳이 실패한 케이스를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를 해봐야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나는 생각했고, 성공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고민거리와 고충을 함께 나눠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 선택이 실패라고 여겨졌던 나에 대한 이야기와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남겨보려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는 문과를 선택하여 수능까지도 과학탐구가 아닌 사회탐구를 선택하여 치렀다. 그때의 나는 "호텔경영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경영학과 또는 호텔경영학과를 가면 된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문과가 맞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다. "왜? 왜 호텔경영인이 되고 싶어?"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진실되게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해보고 싶었던 것이지 그 꿈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알아보거나 그 길을 가려면 어떤 루트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가 그것을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문이 없었다.
전공 선택 후회하지 않기 위한 나만의 첫 번째 방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찾았다면 그것을 왜 하고 싶은지 하고 싶다면 어떤 학습이 필요한지와 단기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까지 생각해 보기이다.
나는 호텔경영인이 되고 싶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떤 점 때문에 하고 싶을까?를 생각해 보자.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호텔경영을 하다 보면 전 세계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 "호텔은 그 지역 또는 도시의 문화, 생활, 음식까지 한 구역에서 모두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것 같아.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 호텔에서 숙박만 하는 것이 아닌 그 지역의 모든 것을 경험해보게 해주고 싶어."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근데 그거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까지 나아가보자.
"호텔경영인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경영, 경제, 마케팅 등에 대한 사회/경제 과목에 대한 학업이 필요하다.", "영어 능력은 필수이다. 특히 회화는 막힘없이 잘해야 한다.", "대학의 경영학과나 호텔경영학과를 들어가야 하고, 외국 대학에서는 스위스 호텔경영대학이 유명하다.", "경영학/마케팅/회계, 외식/서비스 관리, 인적 자원 관리, 국제 비즈니스 등에 대한 전공과목을 습득하여야 한다.", "졸업 후에는 실무 경험과 인턴십 등으로 직간접 체험을 해야 한다." 등의 플로우가 필요하다.
첫 번째 방안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 단계를 고등학교 때 세우기에는 꽤 쉽지 않은 부분이므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나에 대해 돌아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 보자.
내 수능 점수는 가장 좋아하던 수리를 빼고는 모든 과목이 내 예상보다 결과가 훨씬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나는 4년제 대학교를 꼭 가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인서울 4년제가 가고 싶었다.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다가 담임 선생님께 추천받은 교차지원으로 인서울 4년제의 컴퓨터공학과를 가게 되었다. 왜 꼭 인서울 4년제를 가고 싶어 했을까?? 아마 꿈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막연하게 주변 인식에 따라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문제였던 것은 내가 전혀 잘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로의 전공 선택이었다. 당시에는 대학교 2학년이 지나면 바로 경영학과로 전과를 할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선택한 과에서 대학 첫 시작을 보내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이런저런 수업을 듣다 보니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게 됐고 2학년 때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높은 학업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전공 선택 후회하지 않기 위한 나만의 두 번째 방안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연계된 전공으로 선택해 보기. 재수나 편입 뭐든 좋고 만약 다 어렵다면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학과를 선택하기이다.
예를 들어, 호텔경영인이 되고 싶다면 경영학과 또는 호텔경영학과가 1순위이겠지만 그 분야가 어렵다면 경제학과/마케팅학과/회계학과 등 경영과 관련이 있는 분야의 학과를 선택해도 좋다. 그렇게 한다면 조금이나마 내가 원하는 일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대학교 2학년 때 경영 복수전공을 시작하면서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가장 크게 힘들었던 점은 컴퓨터공학과와 아예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를 테면, 팀플을 할 때 컴퓨터공학과의 경우는 각자 맡은 일을 개인적으로 잘하고 프로젝트 결과물을 제출하면 되는 분위기였다면(물론 과목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다.) 경영학과의 경우 자료조사 정도는 개별적으로 한다고 해도 자주 만나서 발표물을 정리하고 의논하고 가다듬는 공통의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또한 컴퓨터공학의 경우 공부를 할 때, 이론을 어느 정도 깨우치면 바로 실습에 돌입해서 무언가를 몸으로 직접 체득하는 느낌이었다면 경영학과는 거의 대부분이 암기 학습이었다.
너무 다른 분야이다 보니까 점점 학습 난이도가 두 배가 아닌 그 이상으로 느껴졌고, 오히려 직접 문제를 푸는 느낌의 컴퓨터 공학이 그때의 나에게 더 좋은 성적을 가져다주었다.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 느낌이라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취업시장에 나갔을 때 내가 경쟁에서 쉽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도 컴퓨터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전과도 취업도 모두 경영을 포기한 채로 쉬운 길을 택했다.
전공 선택 후회하지 않기 위한 나만의 마지막 방안은 쉬운 길만 가지 말고 나를 돌아보고 도전하기이다. 만약 그때의 나로 지금 돌아간다면 아마도 많이 힘들겠지만 한 번쯤은 도전해 볼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보다 도전을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갈증이 오래 남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에 대한 일을 천천히 시작해보려고 한다. 많이 부족하고, 용기도 필요하고 좌절도 할 수 있겠지만 미래의 나에게 갈증을 주지 않기 위해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