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일본 여행의 추억
솔직히 큰 아들이 주도 면밀하게 짠 여행 일정표를 따르는 건 언제나 쉽지가 않다.
지난번 이탈리아 가족 여행이 그랬고, 이번에도 빡센 일정표를 소화하느라 많이 힘이 들었다.
아침 9시에 김포공항에서 도쿄로 출발하는 비행시간을 맞추느라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수화물을 밀어 보내고 출입국 수속을 마친 뒤 라운지에서 잠시 쉬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드디어 일본으로 가는구나!’
비행기는 이륙한 지 한 시간 40분 만에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였고, 공항에서 시내 숙소로 들어가는 길은 엄청 막혔다.
오후 1시가 훌쩍 넘어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 방안에 들어와 정면에 도쿄타워와 마주하였다.
'하지메마시떼'(はじめまして, 처음 뵙겠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도쿄타워는 도쿄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다. 도쿄 어디서든 이 타워가 보였으니, 도쿄타워를 보고서야 비로소 우리가 일본에 와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근처에서 간단히 텐동으로 점심을 한 뒤 본격적인 도쿄 탐방에 나섰다.
먼저, ‘도시 속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로 갔다.
도쿄타워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관광 명소라서 거길 먼저 방문했다.
아자부다이 힐스는 일본의 주택 개발 업체인 모리빌딩 Mori Building)이 34년(1989-2023) 걸려 완성한 도심 속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현대적 복합 커뮤니티로 도쿄의 새로운 스카이라인과 랜드마크를 의미한다.
빌딩 33층 전망대에 올라 눈앞에 보이는 도쿄타워를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참고로, 모리 그룹의 창업자 다이키치로(Taikichiro Mori, 1904-1993) 회장은 쌀가게에서 시작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 디벨로퍼로 성장하였고,
34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집요하게 주민들을 설득하여 주변의 낡고 허름한 마을을 매입 후 거대한 스케일의 복합 도시, 아자부다이 힐스를 세웠다고 한다.
주변에는 아자부다이 힐스 말고도 모리 그룹의 ‘M’ 자 로고가 새겨진 고층 복합 커뮤니티 빌딩이 여러 채가 있는데 도쿄 내 최고의 부촌으로 자리매김한 이 동네를 나는 ‘모리 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걸 서슴지 않는다.
모리 그룹은 단순한 도시 재개발 디벨로퍼에 그치지 않고 분양보다 장기 보유/운영을 선호하고 있는 회사.
말하자면, 임대 수익보다는 장기 도시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그야말로 ‘도시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다루는 부동산 회사이자 자산운용사, 도시 운영자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는 속도를 내서 재개발/재건축을 한 뒤 분양하여 수익을 내고 손을 터는 방식인데,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쿄 최고의 부촌을 둘러본 뒤 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시부야였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도쿄타워와 함께 도쿄의 또 다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차로의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면 무수한 발걸음들이 교차로를 가득 메우며 건너기 시작한다.
건널목 표시는 있으나 굳이 건널목을 따라 걷지 않아도 무방해 보였다.
하루에 25만 명이 건넌다는 이 스크램블 교차로는 인산인해로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모습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고자 교차로 주변 스타벅스점에도 들어가 보고, 시부야역 연결통로 전망대에서 창너머로 바깥을 보기도 하였다. 시부야 '109백화점' 앞에 서서 바라보기도 하였다.
‘이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몹시 궁금하였다.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를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솔직히 나는 도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참 동안 서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이곳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하치코 청동상.
충견 하치코 동상 앞에서 국적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청동 개 한 마리를 담고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숨이 다 하는 날까지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린 충견은 별처럼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제1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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