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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카지노 딜러를 제안받다

인생의 목표

by 장윤서 Jan 31. 2025

보안 상의 이유로 자세하게는 밝힐 수 없지만, 나는 얼마 전 유럽에서 카드 딜러 일자리를 제안받았다. 


유럽의 한 도시에서 1년 동안 머물며 온라인 카드 게임 진행자로 일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CV(이력서)도 보내고 인터뷰도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국에서는 링크드인(LinkedIn)이라고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을 하는 데에 필수적인 비즈니스용 네트워킹 플랫폼이 있는데, 그곳에 올린 내 프로필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유럽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CV를 보냈고 금방 인터뷰 날짜가 잡혔다. 


인터뷰 전에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인지, 처우는 어떤지 등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놓았고,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전에 인턴 자리를 위해 인터뷰를 했을 때처럼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나의 능력과 경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 일자리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묻는 시간이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의 Christin Hume이미지 출처: Unsplash의 Christin Hume


인터뷰를 통해 내가 지원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어떤 일인지 알게 되었고, 나는 더 큰 고민에 빠졌다. 가장 큰 고민은 1년 동안의 카드 딜러 경험이 나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언젠가는 유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유럽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예스의 근거였고, 카드 딜러 경험이 미래에 일하고 싶은 직업을 지원할 때 구체적으로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노의 근거였다. 


결국 나는 유럽 친구들의 의견과 얼마 전까지 국제기구 인턴에 지원했을 만큼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것에도 열려 있는 점,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해당 제안을 거절하였다. 




고민하는 약 일주일의 시간은 굉장히 길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괜히 겁을 먹어 어쩌면 다른 인생이 펼쳐지는 시작의 싹을 잘라버린 것은 아닌가 그곳에서의 삶을 상상해보았다.

또 반대로 너무 성급하게 장기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가 얼마나 줏대 없는 사람인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았기 때문에 상황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인생이라지만, 지난 달은 국제기구, 이번 달은 카드 게임 딜러로 인터뷰를 본 스스로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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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Unsplash의 Mathias Reding, Unsplash의 Erik Mclean


나는 여태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이지만, 내 미래가 구체적으로 그려진 적도 없고, 항상 의지대로 흘러온 것도 아니다. 


그것만은 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 일어났던 일들도 있고, 나중에는 그마저도 합리화하며 살았다. 


예전에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윤서한테 궁금한 것들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어떤 대학을 갈지, 무슨 직업을 가질지, 누구랑 결혼할지가 제일 궁금해.


아직 엄마의 빅쓰리 질문 중에 두 가지나 미해결 과제로 남은 상태, 정말 한 가닥의 감도 안 온다. 그리고 여태 내 인생이 그래왔듯 바라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의 현실화와 합리화를 하면서 살아가겠지.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부자가 되고 싶었고 사회적으로 잘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제는 꿈이 바뀌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최고가 될 바에는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며 즐기면서 살아가고 싶다. 


예전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의 Kay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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