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
살면서 너무 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이제는 고민이 나의 숙명인가 싶을 때가 있다.
때로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과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 인물에 대한 고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왜 나는 사람들한테 인기가 없지, 왜 나는 유재석이 아닌 걸까, 왜 나를 가까이 두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지,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고민을 때때로 하기도 한다.
특히, 모두가 제 기능을 하고, 서로 잘 어울리고 있는 것 같은 상태에서 스스로가 지구별에 불시착한 외계인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일인분을 못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또 한때는 너무나 좋았고 찬란했던 인연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 가슴에 비바람이 부는 듯 시릴 때가 있다. 지나간 추억들이 좋았으면 좋았을수록 왜인지도 모른 채 멀어진 사이가 안타까워서, 슬픔을 손에 쥐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순간을 음미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많은 인간관계는 특별한 이유 없이 쉽게 멀어진다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얼굴을 보지 않으면, 연락하지 않으면, 멀어지는 사람 사이의 관계란 나에겐 언제나 어려웠다.
한때는 매일 보던 사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생일에 연락조차 안 하는 사이가 된다. 차라리 싸워서 사이가 나빠진 거라면 마음이라도 후련하겠다. 다툼도 의견 갈등도 물리적인 장벽이 생긴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멀어진다.
가볍디 가벼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 깊은 관계를 지속하는 데에 젬병인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 고민한 적이 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길,
인생은 버스이고 나는 내 인생을 운전하는 버스 기사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때가 되면 내리듯이 인생에 사람들은 불쑥 찾아오고 불쑥 가버리기도 한다. 버스는 만원이 되기도 하고 한 명의 승객을 태우지 못할 때도 있다.
그저 나는 묵묵히 버스를 운전해나갈 뿐.
버스에는 승차정원이 있어 누군가가 타려면 누군가는 내려야 한다.
기사인 나는 승객들에게 하차 요구를 타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타고 누군가는 내린다.
버스 기사는 내리는 승객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내 버스에 탄 것을 환영하고 목적지까지 무탈히 도착하기를 빌어줄 뿐.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의 Andrea Tu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