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원데이'를 보고
방학이라 와식생활을 하며 넷플릭스를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다. 많고 많은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 ‘원데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원데이는 제목과 같이 일 년에 하루, 1988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매년 7월 15일을 보여주며 주인공들의 인생을 그려나간다. 궁극적으로는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는 1988년 7월 15일 하루가 없었더라면 인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으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주인공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유대한 유산'의 한 구절을 친구의 결혼식에서 낭독하는데 그게 바로 이 작품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어떤 하루가 빠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잠시 생각해 보라
철과 금, 가시와 꽃으로 된
현재의 그 긴 쇠사슬이
당신을 휘감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잊지 못할 중대한 날에
첫 고리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위대한 유산' 중
사소한 사건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 경험을 우리는 다들 해봤을 것이다.
인생은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작은 사건들의 집합체이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스텝을 잘 밟아야 그로 인해 주어지는 기회가 달라지니 말이다. 반드시 첫 번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밟는 스텝 하나하나가 새로운 과정과 결말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지지만.
얼마 전, 특강에 온 선배가 말했다. 10년 뒤, 2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중에서의 최선을 선택하라고. 그걸 해내고 나면 새로운 문이 열리고 열린 문들 중에서 또 최선을 선택하면 된다고. 10년 뒤의 모습을 그려보기엔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하고 동시에 내가 원하는 것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인생에 '만약'이란 없지만 종종 상상해보곤 한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만약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만약 다른 성별로 태어났다면. 특히 나의 의지로 인한 결과에 대해선 더 몰입하게 된다. 만약 그때 내가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달랐을 것이다. 아주 작은 사소한 것들마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다. 먹는 음식, 입는 옷, 자는 시간, 건넨 인사 한 마디가 전혀 다른 인생을 가져올지 누가 아는가. 그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할 뿐.
나이가 들었을 때 인생을 평가당하는 게 조금 무서워졌다. 70, 80세가 되면 나의 존재 자체가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의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그 모습이 부끄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커버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https://www.netflix.com/kr/title/81256740
원데이 포스터 이미지 출처: https://namu.wiki/w/%ED%8C%8C%EC%9D%BC:%EC%9B%90%20%EB%8D%B0%EC%9D%B4%20%EB%93%9C%EB%9D%BC%EB%A7%8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