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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이딩 스타
02화
같은 주소
여전히, 가족
by
강소록
May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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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띵동' 배달원이 벨을 누르고 음식을 집 앞에 둔 모양이다.
진이는 슬리퍼를 대충 신고 음식을 가져왔다. 그런데 분명 햄버거랑 맥 너겟 세트를 시켰는데, 햄버거세트만 온 것이다. 혹시나 하고 주소를 확인해 보니, 101호가 아니라 지하 101호의 주소였다.
'휴~ 다행이다. 동생네 집이니 편하게 바꿔 오면 되겠지.' 진이는 오늘도 취준생 아들 백기에게 빨리 바꿔 오라고 시켰다.
지금은 돌아가신 진, 선, 미 세 자매의 아버지 오용달씨는 매년 미스 코리아 대회를 열심히 빠짐없이 보셨었다.
그러다 아내인 문이화 여사가 첫째 딸을 야무지고 포달스럽게 낳자, 경상도 싸나이 용달 씨는 '참 오지게도 잘 먹겠구나!' 하며, 좋아하는 미스코리아 진을 따서 오진이라고 지었다고 하는 썰이 있다.
문여사가 연이어 딸을 둘이나 더 낳자, 당연히 둘째, 셋째는 차례로 오선, 오미가 되었고, 이름만 진, 선, 미로 미스코리아에 등극하게 되는 영광을 얻었다.
세 자매는 모두 볼 빨간 갱년기였고, 건물주 팔순 노모인 문여사를 모시고 위아래층에
모여 살고 있다.
그중 막내인 오미는 결혼하고 이년만에
,
남편 고국인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 번씩 오곤 한다.
백기가 이모집 문을 쾅쾅 두드렸다.
"누구세요?"
"이모, 나야." 백기가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다.
"이모, 벌써 먹은 거야? 내 치킨버거!"
선이는 잘못 배달된 걸 알았지만, 어차피 금액이 마찬가지니까 귀찮기도 해서
,
그냥 먹었다고 했다.
백기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로
집에
돌아갔다.
백기의 손이 비어있는 것을 본 진이의 눈에 타고 다니는 차의 이름과 같은 스파크가 튀었다.
'아무리 바빠도 이건 아니지. 게다가 부모님 유전자도 내가 먼저 물려받았다고.'
무릎이 시큰거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이는 우람한 몸에 비해 날쌘돌이처럼 계단을 재빨리 내려갔다.
'삐삐 삐삐삐' 자기 집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비번을 누르고 입장했다.
"언니, 햄버거 좋아하잖아. 바뀐 게 더 이득 아니야?" 눈가에 장난기를 머금고 니글거리게 웃으며 선이가 말했다.
"어멈, 얘 말하는 것 좀 보소. 너 아직도 일곱 살이냐? 나 먹는 거에 예민한 거 알지? 앞으로 조심해. 알았어?"
진이는 부르르 떨며 한바탕 했더니, 속이 다 시원했다.
문을 쾅 닫고 집으로 돌아온 진이는, 지난번 동생한테 잡채를 갖다 준 게, 괜히 후회가 되었다.
Ep. 2
저녁 늦은 시간, 퇴근길 집 앞 편의점 사거리에서, 선이는 언니의 차가 저쪽에서 오는 걸 보았다.
'아니, 언니가 웬일로 늦게 오지? 오늘 모임이 있었나 보네.'
선이는 엑셀을 세게 밟고, 언니보다 빨리 집으로 향했다.
한 자리 남아 있을 자리에, 자신이 주차하려는 생각으로.
"끼익" 선이의 차가 앞집 모퉁이돌에 심하게 부딪혔다.
선이가 너무 빠른 속도로 우회전하는 바람에 벌어진 참사였다.
물론 주차장에는 언니보다 먼저 도착하긴 했다.
하지만 선이는 빨리 수습을 해서, 언니가 차사고를 모르길 바랐다. 그건 너무 쪽팔리는 일이니까!
그녀는 부랴부랴 짐을 챙겨, 집으로 얼른 내려갔다.
밖을 내다보니, 아직도 언니는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는 것 같았다.
그걸로 기분은 좀 나아졌다.
모퉁이돌에 부딪힌 범퍼는 심하게 스크래치가 났고, 도색과 광택 비용만 5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선이 한 테는 큰돈이었지만, 손해 보기 싫은 마음이 먼저 앞섰을 것이다.
어찌 됐든 50만 원으로 새 차가
되었으니,
그것도 괜찮은 거라고 자기 최면을 걸 수밖에 없었을 거다.
맞은편 집에 세워진 문제의 그 모퉁이돌 때문에, 한 번은 첫째 딸 남편이 그 집주인과 대판 싸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주인이 어떻게 알고는, 목사님 사위가 왜 욕하냐고 도리어 화를 내서 일단 후퇴를 했다고 한다.
남편은 그 여주인이 나중에
큰
교회 집사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의 도가니 그 잡채였다고.
그 돌은 골목에서 많은 차들을 긁히게 한 골칫덩어리였고, 일 년쯤 후에
,
불도저 같은 첫째가 몇 번이나 민원신고를 해서, 결국 그 골목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같은 주소에 산다는 건, 같은 삶을 공유하고, 여전히 같은 가족으로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쩌면 가족이란, 여러 모양으로 부대끼면서도 서로를 품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망가지고 부서져도 내가 돌아갈 집, 그 안에 사는 가족이 바로 우리들의 천국이 아닐까.
keyword
딸
주소
가족
Brunch Book
내 이름은 라이딩 스타
01
프롤로그
02
같은 주소
03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04
우리 집 드라이빙 스토리
05
어느 대리기사의 고백
내 이름은 라이딩 스타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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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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