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2종 보통 운전면허 합격 스토리

by 강소록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남편 (당시엔 남자 친구)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마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져 재수 이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남편이 항상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당시 운전면허학원에 다니다가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실기수업을 계속 결석해서 결국 종강하였다.

할 수 없이 차가 있는 아는 형님을 남자친구가 물색해, 운동장으로 셋이 가서 코스연습을 막대로 줄 그으며 했던 것이다. 주행연습은 일요일에 한 번인가 학원에 가서, 다른 수강생들 하는 거 열심히 눈으로만 익혀본 게 전부였다.


그렇게 연습하고 실기 없는 이론으로만 용감무쌍하게도 면허 시험장으로 갔다니, 그땐 나도 뜨거운 피가 틀림없었나 보다.

한 달 정도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했을까. 어느 정도 되었다 싶어 자신감이 있었지만, 주행시험은 영 자신이 없었다.

이론으로만 알고 있을 뿐, 한 번도 전 구간 트랙을 주행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벨트매고, 좌회전은 아래로 내리고, 우회전은 위로..

돌발은 또 0.1초 이내로 급정거하랬지. 만약 시동을 꺼트리면 어떡하나?

머릿속에 온갖 걱정들로 복잡했다. 하지만, 그까짓 거 떨어지면 또 어때? 순간의 쪽팔림 대신 오랜 데이트가 기다리잖아? 이런 주책맞은 생각까지 하면서 주행시험장에 도착했다.


앞 차가 출발하고 몇 분 뒤, 출발 신호를 보고 정확하게 머리로 연습한 대로 주행해 나갔다.


아뿔싸! 왼쪽 깜빡이! 아래로 내려야 하는데 위로 올려 버렸다!


다음은 고난도의 돌발코스다. 0.1초 찰나의 순간! 딩동댕!


그다음이 바로 고개를 넘는 죽음의 보릿고개이다. 이 코스가 거의 마지막이다.


어! 어, 어~ 끼익.

그런데 앞 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것이다. 나는 뒤를 따라가다가 속도를 줄이면서 조심스럽게 멈추었다.

자세히 상황을 보니, 앞차의 맨 앞 쪽에 있던 차가 경사를 넘지 못하고 시동을 꺼트린 채 서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 차 때문에 억울하게 세 대나 멈추게 되었고, 진행 측에서 부당하게 모두 불합격 처리를 했다.


이 사태를 그냥 좌시할 수 없는 남자친구는, 아는 형님과 본부석 방송실로 냉큼 뛰어갔다. 어찌나 빠른 지 따라가는 내가 숨이 턱에 찰 정도였다.

이미 잠겨져 있는 방송실 문 앞에는 항의하러 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문 쪽으로 다가가기도 힘이 들었다.


이때, "문 열어! 문 열라고! 안 열면 부숴버린다!"


어디서 기차를 통째로 삶아 잡수셨는지 거칠고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보니까, 얼굴이 벌게져서는 씩씩거리며 소리 지르는 내 남자친구였다.

계속해서 몇 번을 아는 형님도 합세해서 시끄럽게 소리 지르니까, 견디다 못한 직원이 드디어 문을 열고 나왔다.


직원이 나왔으니 그다음은 일사천리로 다 해결이었다.

억울하게 불합격된 사람들은 재시험을 보게 되었고, 당연히 나는 당당하게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때의 거친 남편의 목소리 덕분에 면허도 땄고, 지금의 라이딩 스타가 되었으니, 남편이 내게 늘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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