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 엄마모임 활동보고서

by 강소록

빅마마, 언니쓰 같은 모임명이 있어야 그럴싸 한 법인데, 모이는 인원이 모두해야 네 명이니, 다 귀찮았다.


이름 짓는 것에는 또 내가 진심이었지만, 이 모임에서 내가 인싸는 아닌 관계로 설레발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큰 애 엄마 모임은 큰 애 즉, 아들의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모임을 시초로 해서, 처음엔 열댓 명이 모여 집에서 중국요리도 먹다가 생맥주도 먹던 모임이었다.


그랬던 모임이 이제는 단 네 명으로 소수정예화 된 지가 벌써 18년이 넘었다.

참 한결같이 자주 만나 생일축하로, 번개로, 만나면 먹고 마시고 2차로 반드시 노래방에서 노래방 찢고..


모이면 어찌 된 게 늘 생선회를 먹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다가 한 번씩 생일자의 요청에 따라 장어구이를 한 번 먹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잡수신 생선과 장어가 몇 마리일까 생각해 보니 어마무시하더라.


요즘 낮에 길을 가다 보면, 오전 11시쯤 브런치 타임에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여자분들을 보곤 한다.


사실 나도 내 모임을 오전 브런치카페에서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임의 엄마들이 다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다.

심지어 한 명은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공인중개사이다.


그러니 브런치카페를 가려면 다른 모임에서 가던가, 가족과 가야 한다.

이것도 혼밥이 가능할지 긍금하다.


큰 애 엄마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노래방이다.

네 명 중에서 한 사람만 빼고 모두 노래방 마니아이다.

그 한 사람도 막상 가면 항상 하는 레퍼토리가 있어서, 그것만큼은 잘 뽑는다.

예를 들면, 남행열차, 토요일 밤에(김혜연) 같은 신나는 트로트장르를 애창곡으로 부른다.


젤 맏언니는 음주가무를 가장 즐겨서 노래방에 들어갈 때, 어떤 날은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인원에 맞게 네 개 구입해, 배낭에 넣고 노래방에 당당히 입장한 적도 있다.


얼큰하게 술기운이 올라오고 흥부자가 되면, 우리에게는 노래방이 다이어트방이요, 에어로빅 연습실이 된다.


그 와중에도 나랑 막내는 점수에 연연하며, 노래실력을 뽐냈고, 막내는 데시벨을 자랑하려는 듯 악악 대는데, 성량이 어디에서 다 뿜어져 나오는지 밥 먹은 거 다 소화되겠다 싶었다. 옆 방도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과연 나는 술을 먹었을까?


아니었다. 맏언니가 두 캔을 먹었고 나는 생수만 마셨다.


왜냐하면..

모임 식구들을 라이딩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 대신 모임을 조금 일찍 마무리하게 하는 권리를 갖게 되었다.


내가 4년 전부터 술을 끊었는데, 그전에 술을 마실 때는 완전 개차반이 될 때도 있었고, 귀가시간이 늦는 건 다반사였다.


하지만 술을 끊고 나서는 그럴 리가 있나.


밤의 가족 대리기사로, 모임을 위해 라이더로, 이렇게 수고하는 것 밖에는 밤에 밖에서 활동할 일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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