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다리가 되어

by 강소록

문여사의 리즈시절 흑백사진을 보면 마치 미인대회에 출전한 아리따운 아가씨 같다.


긴 웨이브 흑갈색머리에 S라인 몸매, 특히 쭉 뻗은 가느다란 다리는 가히 명품 그 자체였다.


엄마가 그땐 그랬지 하며 푹 하고 한숨 쉬면서 욱신거리는 다리를 주무를 때면, 보는 내가 다 안쓰러워진다.

그리고 나는 안 그래야지하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런데..

지금 엄마와 나는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엄마는 3층 주인세대에 살고, 우리 식구는 1층에 살면서 도움을 가끔 드리고 있다.


도움이라는 것은 라이딩이나 청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부름도 해 드리다가 요즘 스마트해 지신 우리 모친께서 직접 온라인으로 원피스도 사 입으시고, 성인용 기저귀도 구입하신다.


엄마는 다리가 불편해 집에서 운동화를 신고 다니신다.

올해 설선물로 발이 편한 신발을 사드렸더니 너무 좋다고 하셔서, 나랑 남편까지 그 운동화로 바꿔 버렸다.


'그런데요. 엄마. 집에서만 신으라고 사드린 게 아니라 밖에서 걷기 운동을 하시라고 사드린 거예요.'


하지만 한 번도 엄마는 밖으로 나가서 걷기를 할 수 있는 다리가 되지 못했다.

집 안에서도 워커보행기가 없이는 잘 걷지 못할 정도로 이제는 무릎관절염이 악화되었다.

엄마 리즈시절 날씬한 다리가 지금은 관절염 다리로 앙상하게 휘어 보기에도 안쓰럽고 아슬아슬하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딸 셋을 키우면서 한 번도 당신의 외모나 건강을 가꾸고 돌보는 데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생활에 치여서 엄마 자신보다 아빠와 자식들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때의 어머니들이 아마 대부분 그랬을 것이라 생각된다.


반면에, 나는 둘째 낳고 산후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다이어트를 아직까지 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쏟아부은 비용과 시간, 노력을 다른 곳에 했다면 더 좋은 일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예측하고 시도하는 것은 아닌 바, 지난한 다이어트의 시도와 노력에 비해 지금의 현주소는 고도비만이라는 점수가 매겨졌다.


엄마가 그렇게 무릎으로 고생하시는데, 자식인 나도 무릎이 마찬가지로 관절이 쑤시고 아프다.

그래도 요즘 설탕을 열흘이상 끊었더니 체중도 줄고 무릎도 조금 나아져서 다행이긴 하지.


요 며칠 전에 30도에 육박하는 이상기온으로 몹시 무더웠는데, 엄마가 걱정이 되던 터였다.

그래서 엄마집에 올라가서 선풍기를 닦아드리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그래도 무릎이 아프긴 하지만 운전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지.


'엄마. 우리 둘 다 무릎이 아파도, 내가 차로 엄마 다리가 되어 여기저기 좋은데도 모시고 다닐게요.'


라이딩스타는 별빛같은 사랑이 차오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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