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면허를 쉬고 싶은 날

21대 대통령 선거일 밤에

by 강소록

개표율 30%가 될 때까지 지상파뉴스를 끄지 못했다.


뒤통수가 묵직하고 머리가 무거운 게 아까 욕조를 락스로 닦아서 그 냄새 때문에 그랬나 했다.

아직은 이른 것도 같아 에어컨을 안 켜고 선풍기만 앞 뒤로 두 대를 빵빵 틀어서 머리가 아팠나.


아니었다.

TV를 끈 순간 머리가 가벼워지는 것이다.


하루 종일 틀어놓은 TV소리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것을, 엉뚱하게 혈압이나 뇌에 이상이 왔을까 봐, 순간 어제 왔었던 보험설계사의 분석까지 떠올렸다. 호들갑도 이 정도면 중증이야.


벌써 밤 11시 30분이다.

압력밥솥에 밥은 있고, 헐~ 24시간이나 지났다고 표시되어 있네.


오늘 아들은 투표하고 놀러 갔다 왔고, 우리 부부는 점심에 콩국수 사 먹으려다 다 팔려서 칼국수 사 먹고,, 오는 길에 유부초밥 재료 사다가 자는 딸 깨워 찔끔 만들어 줬으니, 밥이 많이 남은 거지.

아, 물론 아침은 나만 빼고 정상적으로 된장찌개에 현미밥, 계란말이, 참치 전 등으로 한 상 가득 차려주었다.


국민투표권을 멋지게 잘 행사하라고, 우리 집 내무부장관께서 내린 하사품 같은 것이라 해도 좋다.


난 지난 사전투표를 개시 전부터 줄 서서 기다렸다 투표한 열혈국민이다.

이제 결과는 나올 것이고, 급피곤에 뒤통수는 당기는데, 내일은 밥 안 차리고 늦잠 자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은 오랜 직업병으로 알람 없어도 새벽 6시 전에 저절로 깬다.

난 내일 그냥 깼어도 다시 밍기적대며 침대에서 안 내려오고 싶다.


퇴직한 남편이 출근하는 아들과 둘이 새벽밥 챙겨 먹으면 참 좋을 텐데.


이럴 땐 정말 엄마면허를 하루쯤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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