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없는 생일상

by 강소록

매 년 6월 6일은 달력에 빨간색으로 칠해진 날로 법정공휴일이고, 정확히는 현충일이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이 날이 다른 의미가 있으니, 바로 우리 세대주의 생신날이다.


우리 아들은 오늘 아침에 다 같이 식사할 때, 특별히 닭볶음탕에 미역국을 먹어서 아빠 생신인걸 알면서도, 오늘이 현충일인걸 몰랐다나.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기념행사 중에 참석자들이 기겁을 할 노릇이다.


어찌 됐든 소시민들은 감사히 연휴를 즐기며 쉬었고, 나는 생일상을 차렸고 청소를 했다.

사실, 생일상에 미멱국은 일종의 요식행위라 할 수 있다.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고는, 다른 일품요리에 묻혀 국이 심심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이번에도 닭볶음탕에 힘을 실었던 탓에 성공했고, 식구들의 젓가락은 닭볶음탕 냄비로 연달아 다이빙하였다.


닭고기와 감자, 떡 그리고 국물까지, 맛과 모양(사실 이게 대부분)을 위한 당근과 파는 남기고 싹 다 흡입하였다.

이러니 조금씩 담아 준 미역국을 거의 대부분 남기는 것이다.

물론 국물대장인 남편은 한가득 담아 준 미역국을 호로록 다 드링킹해 버렸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남편이 귀엽고 기특했다. 그럼 내 속을 들여다봤는지, 남편이 자기는 식성이 너무 좋다며 으스댄다. 아니지. 내가 원체 맛있게 해 줘서 잘 먹는 거지.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이 휴대폰을 받는 걸 보니, 아마도 시어머니일 게다. 분명 생일상에 미역국은 올라왔는지, 또 뭐 하고 먹는지 물어보시겠지.


" 그럼~ 생일인데 미역국이 없겠어. 닭볶음탕도 아주 맛있게 먹었고, 계란말이도 했어. 애들 다 깨워서 다 같이 일찍 아침 먹었지. 이따 애들은 놀러 간대. 귀여운 것들."


미역국 없는 생일상은 아마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전에 딸의 요청으로 미역국 대신 자기 생일에는 엄마표 된장찌개를 끓여 달래서 미역국을 안 끓인 적은 있었다. 우리 딸은 내 된장찌개를 사랑한다. 나는 그런 내 딸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남편 생일상에는 감시반 시어머니가 있으니, 그 어떤 진수성찬을 차리더라도 미역국은 꼭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결혼 후, 내 생일날에 한 번이라도 미역국을 누가 끓여준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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