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여행 갈래

by 강소록

새벽에 일어나 발을 바닥에 대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가뿐할 때이다.


집에서 아이보리색 퐁신한 슬리퍼 없이 맨발로 걸을 수 없는 나는 오랜 다리 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다.


아주 오래전부터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고 해서, 내가 이 나이에 할머니 다 되었나 보다 했더니, 그다음엔 족저근막염으로 한 5년은 족히 개고생을 했다.

정형외과부터 한의원까지 주사와 침 등 별의별 치료를 다해봤지만, 돈만 낭비하고 결국 스테로이드 마취주사 한 방으로 잠재웠다.


지금은 나이와 함께 체중도 늘어난 탓에 혈관장애까지 생겨나 고지혈증에 하지정맥이 다리에 생겨, 갈수록 무거워지는 다리와 퉁퉁 붓고 저린 증세로 매일 괴로워하는 환자가 되었다.


참, 살면서 나는 스펙과 커리어를 쌓은 것보다는, 병명과 치료이력으로 내 스토리의 절반을 장식하진 않았나 생각되기도 한다.


어릴 때, 학교 가기 싫은 날, 엄마한테 배가 아프다고, 어떤 날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고, 그래서 학교를 못 갈 거 같다고 한 적이 종종 있었다.

심지어 대학교 때에도 그랬다.

그러면 엄마는 열이면 열한 번 가지 말라고 했었다.

그래서 내가 개근상을 한 번도 못 타고, 대학도 늦게 졸업했나.


그런데..

이번에는 꾀병이 아니라 진짜 아픈데, 아픈 다리를 숨기고, 모임에서 넷이 일본에 놀러 가는데 나도 같이 가려고 한다.


이제 2주 정도 뒤면 가는데, 살을 조금이라도 빼서 사진빨도 잘 받게 하고, 다리관리를 잘해서 걷는데 지장이 없게 하자.


남편과 동행하지 않고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라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


지난 5월에 나만 빼고 남편만 베트남여행에 갔다 온 것에 대한 복수차원에서 신나게 맘껏 놀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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