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블랙홀에 빠지다

by 강소록

약속 시간은 12시.


항상 그렇듯이 주말에도 어김없이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다.


휴대폰을 보고 약속 장소를 확인하려는데, 헉! 약속 장소가 오늘 휴무라고 한다.

시간이 새벽인 것도 신경 쓰지 못하고 단톡방에 그 사실을 알렸다. 덧붙여 다른 장소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서.


한 시간쯤 뒤에 다른 장소를 추천해 줘서 그 장소에서 셋이 만나기로 했다.

나는 그 후로 씻은 뒤, 화장하며 여유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이게 웬일?

두 번째로 정한 장소도 휴무로 변경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 광화문에서 집회가 많아 변동사항이 종종 있었나 보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업소에 확인전화까지 해본 후, 그 식당으로 정해 만나기로 하였다.

나는 소요시간 1시간 30분을 잡고서, 선글라스까지 쓰고 한껏 멋을 부리며 집을 나섰다.


나는 평소 대중교통을 자주, 아니 거의 이용하지 않는, 말 그대로 자가용 오너라서 하루에도 몇 번씩 운전만 할 뿐이었고, 때문에 지하철 노선도는 내게 대동여지도와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5호선을 갈아탈 때, 반대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다섯 정거장이나 가다가 영 아니다 싶어 일단 내렸더니, 실수한걸 그제서야 알았다.


대학교 때는 2호선 전철을 타고 다녀서 정거장을 다 외웠었는데,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 만약 지금 내가 반대방향으로 타서, 그 쉬운 걸 어떤 학생한테 묻는다면 나는 그 길로 할머니 취급을 받을게 뻔하다.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는 데, 나는 키오스크 사용법은 느리지만 할 줄은 안다. 친절한 젊은이들이 가끔 중간에 거들어 주기도 하는데, 혼자서도 잘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도 필요할 때도 있다.


간신히 광화문역에 도착했을 때는 12시 5분이었다. 식당이 3번 출구에서 5분 거리라는데, 날은 30도에 선글라스를 써도 바람 하나 없이 뜨겁고 찾을 길은 막막하기만 했다.


높고 낮은 빌딩 틈새 숨었나, 간판은 보이질 않고, 빌딩들만 빽빽한데 헤매다가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거리에선 집회 음악소리가 크게 울려 나오고, 사람들은 횡단보도 앞에 우르르 몰려 있었다. 지나가는 차들은 대개 자가용으로 보였고, 택시는 더러 있었지만 빈차가 안 보였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잡고 보자.


" 택시! 아저씨. 바로 요 근처에 갈 거예요. 차로 1분 거리일 거예요. 가시는 길에 저 내려 주시면 되잖아요. 네?"

" 안 돼요.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요. 예약 차라고요."

" 아저씨. 죄송해요. 좀 도와주세요. 30분째 헤맸어요. "

" 알았소. 타쇼. 근처까지만 데려다 줄게요."

" 네! 감사합니다! "


나는 얼른 티맵을 켜야 하는데 똥손이라 덜덜 떨려 오타가 계속 나서 시간이 좀 걸렸다. 겨우 찍고 식당에 도착했다. 근처까지 데려다준다더니 아예 식당까지 데려다주신 것이다.


나는 기사님께 세배를 한 것도 아닌데 복 많이 받으시라고 연거푸 말했다.


약속 장소에 30분이나 늦게 도착해서, 일행 두 명은 이미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빠른 속도로 샐러드와 고기조각을 폭풍흡입하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상기된 얼굴로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블랙홀처럼 광화문에게 삼켜질 뻔한 그날은 정말 아찔했다. 그래도 지금에 와서 보면 다행이었다고, 순간의 대처는 참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다음에는 네이버 지도앱을 켜고 보면서 가야겠다.

이제 고생 좀 덜 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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