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리기사의 고백

술집에서 침대까지 모셔드립니다

by 강소록

남편이 회사 다닐 때 일주일에 세 번은 술 마시고 왔던 것 같다.


그러다 한 번씩 대리기사랑 싸워서, 기사가 차를 대충 놓고 갈 때도 있었다.

그래도 부하 직원이랑 올 땐 집까지 부축해 주니까 다행이지, 평소엔 동네 시끄럽게 내 이름을 부르지 않나, 애들 눈 가려야 할 넘사스런 짓(?)까지도 서슴지 않으니, 마중 나가는 일이 큰 일일행사이다.


집 앞으로 마중 나가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대리를 안 부르고 집에 멀쩡히 있는 고급 인력을 대리기사로 부리는 거였다. 바로 나를 말이다.

그러면 한밤중에 카카오택시를 타고 가서, 남편 있는 술집에서 만나 남편을 싣고 온다.


방지턱 같은 건 당연히 조심스럽게 넘고 집까지 간신히 모셔온다. 그다음이 산 너머 산으로, 드디어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술이 떡이 된 남편이, 거실에 아주 편하게 큰 대자를 뽐내며 뻗어 버렸다.


내일도 입어야 할 양복 상의를 다 구겨 버리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아주 머리부터 발 끝까지 핫이슈였다.


순간 내 남편이 웬수같고 꼴 보기 싫었지만, 어쩔 수 있나. 새벽부터 밤까지 가족을 위해 너무 고생하는 남편을 내가 아는데.


결국, 낑낑대며 신발부터 벗기고, 김밥말 듯이 돌려가며, 윗 옷부터 차례로 속옷만 남기고 싹 다 벗겼다.

그러고 나니 힘이 다 빠지고,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제 남은 건 침대로 직행하는 그것만 남았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옮겼을까?



궂은비 내리는 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래가 구슬픈 듯, 쩌렁쩌렁 들려왔다.

그러자, 남편이 벨소리를 듣고, "여보세요!" 하며,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이때다 싶어 얼른 두 손을 잡고, 침대로 인도해 고이 눕혔다.


휴~ 이제야 오늘 나의 남편 대리기사 임무는 끝난 것이다.

나도 드디어, 쉴 수 있게 된 셈이다.


남편 대리기사 수행도 척척 해 내고, 다음 날 새벽밥 지어, 남편 회사 출근시켜 보내는 내가 이미 빛이 나고 있었다.

하늘의 별처럼, 그 이름 바로 라이딩스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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