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불확실성, 재미

재미나의 재미 찾기

by 재미나

나에게 재미란 '예측할 수 없는 상태' 혹은 '어떤 일이 벌어지기 직전'이다.

그러니 계획이 느슨한 여행을 좋아한다.

무겁고 완벽한 것보단 가볍고 어딘가 여유 있는 것을 택한다.


혼자 두 번째 발리 여행을 떠나기로 예약해 둔 비행기 출발 이틀 전, 인근 화산 이슈로 비행기가 7시간 비행 후 회항했다. 그다음 날은 결항으로 이어졌다. 흐름대로라면 내 비행기도 결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넘어서 오히려 예측되는 것은 비행이 취소되고 여행은 날아가는 것이다.


전날 밤 새벽 한 시, 뉴스 기사는 온통 화산재, 결항, 회항, 발리 공항상황 등 시끄럽다. 물론 가족들은 이미 여러 번이나 여행을 취소하라고 권유했다. 당연히 이해는 된다. 모처럼 휴가를 화산재 속으로 가는 꼴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내 속에서도 걱정들이 생겨 나왔고 이미 마음속으로는 몇 번이나 비행기를 취소했다.


결국 출발 3시간 전, 비행기는 지연되고 위약금 없이 티켓을 환불했다. 화산재나 비행기 결항이란 불확실성, 가족들의 걱정, 인터넷카페의 호들갑 떠는 게시글들도 한몫했다.


문제는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전날 비행기를 취소하고 체념한 후 느지막이 일어나서 밥을 먹고 집 앞 카페에서 커피랑 케이크를 먹었다. 남은 4일의 휴가를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그리고 폭풍 같은 후회가 밀려온다.


'잠깐, 내가 이런 결정을 하는 데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막상 내 속의 이야기를 듣지는 않았잖아?'


'결국 혼자 남아서 후회하는 건 내 몫인데?'


시간이 없다. 한 번은 놓쳤어도 다음 비행기라도 잡아서 타자. 마침 비행기는 취소표가 너무 많아서인지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 여권과 짐을 다시 챙겨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비행기 티켓은 가면서 끊으면 되고, 어차피 숙소는 이미 끊어놨고 환불은 안된다고 한다.


공항철도에서 생각한다. 살면서 주변의 말을 안 듣고 살 수는 없다. 근데 그런 말들은 너무 고맙지만 어떤 것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여행뿐만 아니라, 어떤 선택이나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면 발 벗고 나서서 다들 한 마디씩 한다.


결정은 스스로의 의지로 하자. 나는 불확실성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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