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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내 직장생활 스토리 (Part. 1)

나는 왜 직장에서 실패하는가?

by 보이저

학창 시절에는 내 마음에 맞는 친구들만 가까이 지내도 생활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직장은 그게 아니었다. 나르시시스트 상사를 만나기도 하고, 두 번 다시 말도 섞기 싫은 사람과도 웃으며 지내야 하는 것이 회사였다. 생전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이해관계자라는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경험도 소질도 없었던 나는 그 하나하나에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교육팀에 있을 당시 서울에서 먼 곳에 있는 회사 연수원 집합 교육을 위해 버스를 타고 교육생들과 같이 이동한 일이 있었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는데 버스 탑승 인원을 잘못 계산해서 버스를 그냥 출발시킨 일이 있었다. 20분 정도 한참을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당황한 목소리로 버스가 안 보여요.

어디에 있어요? 버스를 찾는 그 잃어버린 교육생 전화였다. 아뿔사! 교육생 한 명을 잘못 센 것이었다.


당시에 팀원 한 사람이 보조로 따라왔었는데, 이 사람까지 교육생으로 새는 바람에 교육생 숫자가 맞지 않은 것이었다. 버스 어디갔냐는 전화를 받는 순간 내 손이 떨리고 등 뒤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고속도로에서 유턴을 할 수도 없고 이걸 어쩌나..


다행히 뒤에 같은 회사 소속 관광버스가 있다고 기사님이 알려주셨고, 그 버스가 버려진 교육생을 휴게소에서 다시 태우고, 다음 휴게소에서 그 교육생을 다시 태워서 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실수들은 쉬지 않고 반복되었다.


신입 때 처음 배치된 부서는 회계팀이었는데 대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때는 이 업체 계좌에 가압류가 설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마감 일자에 쫓기던 나는 야근은 하기 싫고 빨리 일은 끝내고 싶은 생각에 꼼꼼하게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한 업체 계좌에 압류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대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260만 원의 대금을 받지 못한 영세 업체는 매일같이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했고, 압류를 설정한 은행에서는 빚 변제를 위해 돌려줄 수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결국 팀에서 큰 문제가 되었고, 업체에 두 번 대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잦은 실수는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재무회계 업무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었고, 결국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재무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다른 사람 말을 잘못 알아들어서 큰 문제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팀장들 리더십 교육을 기획하면서 리더십 진단 보고서를 일주일 뒤까지 완성해서 보고해야 했는데, 마감 기일을 2주 뒤로 착각하고 있었다. 여유를 부리고 있던 나는 당연히 중간 보고 없이 천천히 다른 일에 집중하였고, 이틀 전이 되어서야 팀장님이 찾으셨을 때 마감일이 코앞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리더십 보고 자료는 얼마나 완성됐어? 중간 보고는 왜 한 번도 없는 거야?"

"아직 일주일 넘게 남아 있어서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일주일이라니 내일 모레잖아"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고, 다급하게 일을 진행해 보려고 했지만, 100명이 넘는 팀장들 리더십 점수를 레프트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 때문에 다른 팀원들 전체가 달라붙어 밤을 새서 작업을 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보고서는 작성되었으나 팀원들 전체가 나로 인해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결국 이때 일이 발단이 되어 이 회사에서는 1년 뒤에 떠나게 되었다.



10년이 훌쩍 넘은 내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면 실수의 반복이고 실패의 연속이었다.


비용을 분석한 엑셀 자료는 잘못된 수식으로 인해 엉뚱한 금액이 나와 있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종교적인 이유로 술자리를 기피하고 말주변도 없는 나에게는 인맥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나는 태생부터 직장 생활과는 전혀 맞지 않는 무능력자일 뿐이었다.


물론 나 역시 이런 현실을 타개해 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처절할 정도로 책도 많이 보고 상담도 받아보고 자기 성찰 노트를 작성해 가며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실제 근무에만 임하면 자기 분석도 별 소용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틀리고 실수하는 것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항상 반복되었다.


이게 20대나 30대 때 이러는 것은 이해의 여지라도 있지만, 문제는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도 내 습성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점점 팀장을 달아야 하는 시기에 그 길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희망퇴직의 쓰나미가 남일이 아니라 가까운 내 미래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고 있었다.



(Part. 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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