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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좋은 코치가 되지는 않는다

인생 이야기

by 보이저
"현역 때 잘 나갔던 선수는 은퇴 후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스포츠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실제 대한민국을 주름잡았던 스포츠 스타들이었던 차범근, 선동열 선수는 은퇴 후 감독으로 활동하였지만 선수 때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오히려 고참 선수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설에 휘말리며 팀이 분란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런 것일까? 선수 때 잘했던 사람들은 감독이나 코치로서도 큰 성과를 거둘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선수 때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일찍 은퇴했던 선수들이 감독으로서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재작년에 29년만에 LG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현역 시절 통산 타율이 2할에 불과한 내야수 출신 무명 선수였다.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책으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도 좌완투수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20대 중반에 일찍 선수생활을 끝냈다.


2002년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선수 시절 커리어는 화려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경력 없이 일찍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염경엽 감독, 김성근 감독, 히딩크 감독)


물론 선수 때도 잘했고, 감독으로서도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존재한다. 농구 유재학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명 포인트 가드였고, 감독으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선수 시절 성공과 지도자로서의 성공은 별개라는 것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함정


지금은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지만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서점에 수북하게 쌓인 자기계발서의 제목들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 OO그룹 역사 상 최연소 상무가 쓴 직장생활 성공기

- 직장생활, 이렇게만 하면 바보도 성공할 수 있다.

-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름 잡은 한국계 여성 임원의 성공 신화

- 면접 성공률 98% 면접 마스터가 전하는 면접 잘 보는 법



제목만 보면 기가 죽는다. 세상에는 참 잘난 사람들도 많구나. 나랑 비슷한 나이를 가진 사람이 벌써 임원이 되는구나. 난 팀장도 달기 힘든데.. 움츠러들게 된다.


이렇게만 하면 바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책 앞에서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 책 앞부분을 읽었는데 구체적으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쓰여있지 않았다. 그 책을 읽고도 꺠달음이 없는 나는 바보도 아니고, 그럼 뭐가 되는걸까... 지렁이? 무당벌레? 아메바? 온갖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책들은 표지에 온갖 마크가 화려하게 붙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필독서, 대통령도 읽은 바로 그 책, 아마존 5주 연속 베스트셀러 등극.. 책을 넘기면 앞 쪽부터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인들의 추천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내가 앞으로 뭘 해야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자기의 성공신화만 가득했을 뿐, 내가 뭘 해야 직장에서 성공까지는 아니어도 실패하지 않을지 나와 있지 않았다. 내가 궁금한 건 이 사람들 스토리가 아니라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였는데...


물론 직장생활 팁이 주어진 책들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그 책들의 내용은



- 인생을 회사에 바쳐라. 나는 회사에 올인했다.

- 인간관계가 회사에서의 미래를 결정한다.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라.

- 단순하게 일해라. 심플하게 정리하고 똑부러지게 일해라.


다 맞는 말이겠지만 앞의 두 개는 내 가치관과는 맞지 않았다. 나는 인생을 회사에 바치고 싶지도 않았고,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갖고 싶지도 않았다. 단순하고 똑부러지게 일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ADHD가 있는 내가 내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세 개의 결론 다 내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익한 내용이었을 뿐이었다.




원어민 강사보다 교포 강사가 더 잘 가르치는 이유


예전 회사에서 회장님이 뜬금 없이 영어회화를 하고 싶다고 교육팀에 1:1 영어회화 강사를 섭외하라는 오더를 준 적이 있었다. 그 때 영어회화 강사 조건까지 직접 일일이 열거해 주었는데..


- 원어민 강사일 것

- 20대~30대일 것

- 백인 여성일 것


회장님의 목적이 과연 영어회화였을지, 데이트였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영어회화였다고 좋게 봐준다면 왜 꼭 원어민 강사여야만 하는걸까? 회장님 뿐 아니라 많은 학부모들도 원어민 강사를 선호한다고 한다. 교포 출신이라고 하면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원어민 강사여야 더 영어를 제대로 배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경험자들의 말은 다르다.

교포 강사들이 더 잘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포 강사들은 한국어가 동시에 가능하고, 한국인들이 어느 포인트에서 힘들어 하는지 정확하게 안다. 그 점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주기에 학생 입장에서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즉, 내가 가진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하나씩 짚어주는 사람이 정말 도움이 되는 코치이다.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같은 처지를 겪어 봐서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좋은 코치가 된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재상이었던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이 끝난 후 징비록을 집필하였다.

징비록에는 왜 조선이 초기에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었는지 냉철한 분석이 들어가있다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이겠지만 류성룡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되살리며 실패에서 배우고자 힘썼다. 그래서 서애 류성룡이 명재상인 것이다.




실패한 사람의 글에 더 주목하라


나는 직장에서 15년 간 근무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ADHD가 있어 주의 집중력이 약하고 쉽게 긴장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 성격은 직장생활과는 잘 맞지 않았다.

좌충우돌하며 온갖 실수와 실패를 겪어 보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걸 일일이 다 기록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때는 이 미친 짓을 왜 하나 싶었는데 지금 와서는 이 자료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직장생활이 힘든 사람들에게 "사람들이랑 많이 어울려라", "윗 사람들에게 잘 보여라", "꼼꼼하게 일해라",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주장해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누가 몰라서 이걸 안하겠는가? 하고 싶어도 내 성격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게 안 되는건데...


내 방법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다. 실제 내가 했을 때 달라졌던 부분, 이렇게 하면 참 좋겠다 싶었던 것들, 주변에 일 잘하는 사람들이 잘 하던 것들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리고 싶다.


성공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일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일 잘하는 사람으로 바뀌기는 어렵다. 그건 헛된 생각이다.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남들만큼은 일 할 수 있게 바뀔 수는 있다. 그건 몇 가지만 조심해도 금방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을 알려 드리고자 한다.


당장 직장을 때려치면 좋겠지만 어디 현실이 그런가? 직장이 전쟁터면 직장 밖은 지옥이라는데.. 요즘 유튜브에 쏟아지는 40대 이후 은퇴자들이 마주하는 현실 컨텐츠를 보면 무서움이 확 느껴지는데..


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일개 직장인의 글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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