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떤 일을 더 먼저해야 할까요?

일못러에서 벗어나기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회사에서 DX가 요즘 큰 화두이다. DX는 디지털 전환의 약자인데 그 과제를 부서마다 제출하라고 난리이다. 하루종일 끙끙대면서 DX를 적용할 팀 업무에 대해 자료를 만들었다. 이전 문서가 작게 인쇄되어서 새로 출력하려고 인쇄 버튼을 눌렀다.


무심코 이전 문서를 파쇄해버리고 새로 출력하는 순간, 복합기가 덜컥 에러가 걸렸다. 이런..빨리 자료 들고 가야하는데.. 내가 왜 이전 문서를 파쇄해버렸을까..


후회해도 이미 늦고 말았다.




나의 사례 : 일의 순서 놓친 일


생각해보면 이전에도 무심코 파쇄했다가 낭패를 본 일이 있었다. 인수인계 매뉴얼이었는데 공유폴더에 있겠지 생각하고 파쇄해버렸다. 그런데 아뿔사..공유폴더에 그 파일이 없었다. 심지어 그 직원은 퇴사한 상태였다. 파쇄 전에 그 파일이 폴더에 있는지만 확인했어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회사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래된 고지서인줄 알고 폐지 버릴 때 휙 갖다 버렸는데 알고보니 아이 유치원 등록금 고지서였던 적도 있었다. 다시 폐지 수거함을 샅샅이 뒤져서 겨우 고지서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재활용품을 버릴 때 세탁소에 맡길 옷도 같이 챙겼으면 참 좋았는데 하나만 생각했다가 결국 두 번 왔다갔다하는 상황을 겪은 적도 있었다.



일의 순서를 놓치는 이유



1.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내가 당장 해야하는 것 그거에만 꽂혀 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내가 챙겨야 할 업무가 더 있을텐데 그걸 생각하지 못한다.

폐지를 버릴 때 폐지 중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버리기 전에 한 번만 더 확인하고 의심가는 종이는 물어보고 버리면 된다. 그걸 안하고 종이 버릴 생각만 하니 다 버리게 되는 것이다.



2. 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일을 모르면 당연히 뭐가 우선인지도 모르게 된다. 평생 김치 담궈본 적 없는 사람한테 고무장갑 하나 던져주고 주말까지 김치 담그라고 하면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다. 소금부터 뿌려야 하는지 고춧가루부터 뿌려야 하는지 감이 안 오는 것이다.



3. 귀찮아 하기 때문이다.

주말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와이프가 솔 하나 던져주면서 화장실 청소하라고 시켰다고 하자. 투덜거리며 대충 샤워기로 물 쓱쓱 뿌려대고 락스 몇 번 뿌리고 닦은 다음에 다 끝냈다고 외친다. 먼저 칫솔이나 비누, 바가지 이런 것들 다 빼고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 순서는 싹 무시하고 내 편한대로 청소하게 된다.




순서대로 일하는 방법



1. 생활 속에서 경험을 쌓자 (특히 여행계획이 좋다)


순서대로 일하는걸 잘 못하는 사람은 생활 속에서 본인이 직접 계획하고 실천해 본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다 챙겨줬기에 본인이 직접 뭘 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경험을 자주하자. 가장 좋은 것은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시간 순서대로 빠짐없이 진행되지 않으면 큰일나는 것이 여행이다. 어느 항공편으로 예약할지, 호텔은 어디로 할지, 렌트카는 몇 시로 할지, 투어 입장권은 언제로 살지 이런 것들을 시간 순서대로 우선순위를 정해가며 직접 해보자.


무조건 실전경험 많은 사람이 잘 할 수 밖에 없다. 실전경험 많은 병사를 최고로 치듯이, 순서대로 일을 처리해 본 실전경험 많은 사람이 잘하게 된다.




2. 먼저 일에 대해 학습하자


군대 훈련소에서는 총기 분해, 조립 훈련을 받는다. 순서를 모르면 어떤 것부터 분해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조교의 시범을 보면서 하나씩 따라하다 보면 금새 몸에 익게 된다. 나중에는 1분 안에 총기 분해에 재조립까지 모두 끝낼 수 있게 된다.


일을 알면 순서도 당연히 알게 된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찾아보고 배경지식을 습득하자.




3.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자


억지로 시킨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순서까지 신경써가면서 일하기는 어렵다. 결국 자발적으로 일할 때 몰입하게 되고 순서를 신경쓰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애쓰게 된다.

자발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동기부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보상과 연결짓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이 마음을 먹는다고 하여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는 없다.


결국 나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다. 힘든 대청소를 하고 나면 가족들과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다. 김장이 끝나면 수육에 김치를 같이 먹는것처럼 말이다.


아는 분은 기획팀에서 일하는데 보고서 쓸 일이 참 많다고 한다. 보고서 하나를 쓸 때마다 클립 하나를 통에 넣는다고 한다. 통에 클립이 20개가 차면 다음 날 오후에 반차를 쓰고 쉰다고 한다. 그렇게 본인에게 보상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일을 즐겁게 만드는 소소한 비타민이 될 수 있다.




4. 반복되는 일은 순서를 속으로 외치자


철도 안전을 책임지시는 분들은 안전작업을 할 때 하나씩 순서대로 절차를 외치며 작업한다. 군대에서 사격을 할 때도 '탄알집 장전 - 안전고리 부착 - 노리쇠 뭉치 장전 - 총기 반자동 설정' 이런 절차를 크게 외치게 한다.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반복되는 업무이다. 이럴 때 수신자 확인 - 날짜 확인 - 첨부 파일 확인 이런 사항들을 속으로 외치면서 빠진 것, 실수한 것은 없는지 챙겨보자.




마무리하며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 장군(러셀 크로우 역)은 모함으로 인해 검투사가 되고 만다. 원형 경기장에서 그는 동료 검투사들이 순서대로 전투진형을 갖추도록 지시한다. 오랜 경험으로 일의 순서가 몸에 배었기에, 긴박한 상황에서도 순서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순서에 따라 일하는 것도 결국 해 본 경험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순서가 보이는 것이다. 많이 해보자. 직접 하나하나 순서를 정해서 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여행 계획이던, 청소이던, 마트에서 장보기이던 다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keyword
이전 04화대충대충 일하는 습관, 꼭 고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