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을 대충 넘어가시나요?

by 보이저

한참 일하고 있는데, 팀장 리더십 교육 담당자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교육 교재 제작 부탁드립니다.
팀장 리더십 폴더에 제가 자료 저장해놨어요."



팀장 리더십 폴더에 들어가서 자료를 찾아본다. '사전자료'도 있고, '교육자료'도 있네? 이게 뭐지?

물어보려다가 왠지 사전자료는 몇 장 되지도 않고 신경 안써도 될 것만 같다. 교육자료를 출력해서 낑낑대면서 교재 40부를 제작했다.


교육 전 날, 퇴근시간이 되어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데 팀장 리더십 담당자가 나를 부른다.


"혹시, 사전자료도 제작하여 주셨나요?"

"사전자료요? 그게 뭔가요? 그런 것도 있었나요?"

"제가 폴더에 다 넣어놨는데... 거기 있는 파일은 자료로 제작해달라고 했었는데요"


아뿔사.. 사전자료도 제작해야 했던 건데 놓친것이었다. 그 날 나는 짐을 다시 풀고 밤 늦게까지 사전자료를 제작해야만 했다.

%EC%95%BC%EA%B7%BC.jpg?type=w773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 이유


위의 사례는 실제 내가 겪었던 일이다. 물론 나도 항변할 말은 있다.


"정확하게 무엇을 교재로 만들어야 하는지 알려줘야지 그냥 이메일 하나 띡 보내놓고 부탁한거 다 안 만들었다고 화내는게 말이 되냐..."


그렇지만 어떤걸 교재로 만들어야 하는지 헷갈렸을 때 분명히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 큰 게 사실이다. 그 당시 나는 왜 그걸 물어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결론을 내렸던 것일까?



1.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도 바쁜데 또 귀찮은 요청이 들어왔다.

"이런 일은 왜 나한테만 시키는건지 모르겠다. 시간 없는데 빨리 해치우고 내 할 일 해야겠다"


바쁜 상황에서 일이 추가되면 누구나 짜증나기 마련이다. 하나하나 물어봐야 하지만 그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내가 이해한대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




2. 업무를 부탁한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려워하는 상무님, 팀장님, 항상 나를 갈구는(?) 과장... 이런 사람들이 부탁한 것은 궁금해도 물어보기가 참 어렵다. 물어보면 대충 알려준다. 잘 이해하지 못해 계속 물어보면 그것도 못 알아듣냐고 핀잔을 주며 더 이상 대답해주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혼자 끙끙대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3. 내 방식대로 일하는 것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아예 모르는 일이면 오히려 실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잘 알기에 겸손하게 하나하나 물어보고 확인해가면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많이 해봤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실수가 많이 나온다. 내 방식이 있기에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그 방식대로 처리한다.


다른 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적진을 정탐할 때, 장수가 신중하지 않고 예전에 이런 지형에서 많이 싸워봤다고 자기 경험만을 의지한다면 그 전투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EA%B3%A0%EC%A7%91.jpg?type=w773




대충 넘어갈 때 발생하는 문제


그러나 잘 모르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게 되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아까의 사례에서 나는 결국 퇴근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혼자 남아 밤 늦게까지 교재를 만들어야 했다.


야근을 해서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면 그래도 나은 축에 속한다. 혼자 해결할 수 없어 다른 팀원들까지 다 투입해야 하고 상부에 경위 보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렇게 되면 팀원들이 고생하게 되고 내 신뢰는 하락하게 된다. 조금만 더 확인하고 꼼꼼하게 처리했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인데 일이 너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대충 처리한 일은 기억에도 잘 남아있지 않다. 나중에 어떻게 처리한 것인지 물어봐도 기억이 잘 안나기에 제대로 대답하기 어렵다. 여러모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꼼꼼하게 체크하는 방법


잘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지 말고 확실하게 체크해야 한다. 다만 체크하는 것도 방법이 있다.

무턱대고 모르는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다 물어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이해하기 힘들고, 상대방도 짜증나게 된다.


아래 방법에 따라 모르는 것을 확인하면 좋다.




1. 편한 시간에 상대방 부탁을 꼼꼼하게 다시 확인하자

바쁜 시간에 꼼꼼하게 부탁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상대방 부탁 들어온 건들은 아예 시간을 떼서 한 번에 확인하는 시간을 갖자. 오후 4시부터 4시 10분 사이,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꼼꼼하게 확인하고 잘 모르는 부분은 체크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이메일은 첨부파일도 있고 확인할 사항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끝까지 다 읽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2. 잘 모르는 것은 정리하여 한 번에 물어보자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서 하나 물어보고, 조금 있다가 또 물어보고.. 이게 반복되면 듣는 사람도 귀찮을 수 밖에 없다. 헷갈리거나 잘 모르는 것은 정리하여 한 번에 물어보자. 전화로 물어보기 보다는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방도 내용을 파악하고 답변 준비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3. 질문할 때는 용기를 내자

관계가 불편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은 쉽지 않다. 평소 얼굴 보기도 싫은 사람인데 말까지 섞는다는게 얼마나 기분 나쁘겠는가? 그래도 물어봐야 한다. 안 물어보면 손해보는 것은 당신이다. 필요하면 적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이다. 싫다고 피하지만 말고 이것은 비즈니스 관계임을 명심하고 물어보자. 이렇게 또 관계가 좋아질지 누가 아는가?




4.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도 한 번 더 체크하자

예전에 교재 만들 때 워낙 급하게 만들다 보니 기계가 찍어내듯이 만든 적이 있다. 워낙 이 일을 많이 해왔기에 걱정하지 않고 교재를 담당자에게 보냈다.


다음날 교육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교재 1부에 사업자등록증이 제본되어 있는데 어떻게 된거예요?"



아뿔사, 급하게 작업하다 보니 내 책상에 있던 사업자등록증 서류가 교재에 끼어서 같이 제본된 것이었다. 제대로 검수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아무리 많이 해 본 일이라도 꼭 다시 확인하고 점검하자. 실수는 익숙한 일에서 늘 발생한다.




마무리하며


대충 일하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대충 일하게 되면 일의 퀄리티가 높을 수 없고, 실수가 많아지게 된다. 직장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게 된다. 자연스럽게 직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급하다 보면 일을 꼼꼼하게 챙기기 어려울 때가 있다. 물어보는게 참 쉽지 않은 상황도 있다. 상대방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혼선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는 오롯이 당신이 지게 된다. 그때가서 도저히 물어볼 수가 없었어요. 상대방이 엉망으로 알려줘서 이런거예요! 핑계 대봐야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것은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용기내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자. 단, 그때그때 물어보지 말고 한 번에 정리해서 이메일로 물어보자. 상대방도 준비할 시간을 갖게 되고 잘 정리된 답변을 하게 된다. 그게 상대방에게도 당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keyword
이전 02화딱 시킨 일만 하고 끝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