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퇴근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퇴근 10분 전, 5분 전..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강해진다.
팀장님이 이번주 영업실적 정리 파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지? 얼른 이것까지 보내고 퇴근해야겠다. 빛의 속도로 후닥닥 파일을 찾아 이메일 버튼을 클릭힌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며 집에 가는데 팀장님한테 전화가 온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번주 영업실적을 보내야지, 지난주 실적을 보내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나 이번주 실적 상무님 보고서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할거야?"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종결욕구에 다룬 책 중 유명한 책은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저자 아리에 크루글란스키(Arie Kruglanski)는 종결욕구(Need for closure)란, 복찹하고 모호한 상황에 있을 때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욕구로 정의하였다.
종결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기 보다는 휴리스틱(Heuristic) 즉, 그때그때 빠르게 머릿 속을 스쳐가는 생각이나 과거 누군가가 했던 패턴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깊이 고민하려고 하지 않고 쉽게쉽게 일을 처리하고자 하는 속성이 강하다.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고 일을 빠르게 끝내고 싶어한다. 거기에서 성취감과 쾌감을 느끼는 유형이다.
이 사람들은 일처리 속도가 빠르다. 반면에 실수가 많고 일의 정확성이 부족한 편이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최근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 후딱 끝내버리려다 보니 고민이 부족한 결과이다.
가장 큰 문제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장 눈 앞의 닥친 문제만 해결하려고 한다.
팀장 리더십 교육을 진행할 경우
1) 다른 회사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2) 최근 리더십 분야 주요 트렌드는 무엇인지
3) 활용하기 좋은 영상이 있는지
이런 부분을 고려하여 기획하면 좋다. 그러나 종결욕구가 강한 경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리더십 교육이 다 거기서 거기지"..이런 마인드로 접근한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이게 고민해서 만든 것인지 그냥 대충 만든 것인지..
축구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경기 보는 시야가 넓은 선수라고 한다. 시야가 넓은 대표적인 선수가 기성용 선수이다. 중원 사령관이라고 불리며 넓은 시야로 패스를 찔러주며 경기 조율 능력이 탁월하다.
종결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일단 성급하다. 그러다보니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하고 문제의식을 녹여내지 못한다. 실수도 참 많다. 후닥닥 이메일 보냈는데 행사 날짜가 한 주 뒤로 입력되어 있거나, 수신자를 잘못 지정하는 등 온갖 실수를 달고 다닌다.
회사에서 일못러로 손가락질 받기 딱 좋은게 종결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다. 결과물의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중요한 업무는 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아래 진단지는 종결욕구를 다룬 또 다른 도서 난센스(Nonsense)에 있는 척도이다. 내 종결욕구는 어느 정도일까?
종결욕구는 무리하게 일을 끝내려고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직장에서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 욕구를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마감이 오늘까지인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억지로라도 오늘 끝내지 말자. 처음에는 답답함을 느끼지만 몇 번 반복되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만일 내가 급여 담당자라면, 기계처럼 급여 주는 것만 신경쓰지 말고 4대 보험이나 각종 사회보장법도 공부해보자. 일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내가 아는 지식을 활용하고 싶어진다.
교류회도 자주 참석하자. 같은 업무를 하는 타 회사 직원들과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일에 대한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속칭 부러뜨린다고 표현하는 업무들은 대체로 단순 업무인 경우가 많다. 손톱 속 가시처럼 성가시게 굴기에 빨리 제거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팀장에게 이야기해서 업무 조정을 요청하자. 만일 내가 일못러라 업무 조정이 힘들다고 하면 시간을 두고 신뢰를 쌓아가며 단순업무를 줄이자. 단순업무 그거 백날 해봐야 별 도움되지 않는다.
종결욕구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직장인들 상당수는 종결욕구가 높으며 지나친 종결욕구로 인해 일을 그릇치고 일못러 취급을 받고 있다.
조금만 Calm down 하자. 그리고 일을 크고 넓게 천천히 바라보자. 처음에는 밝은 원으로만 보이던 태양이었는데 흑점도 보이고 홍염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시야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