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A대리는 수도권 영업대리점 영업실적 정리를 위해 이메일을 작성한다. 각 영업팀에 지난 달 휴대폰 매출실적을 정리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한다.
왜 이렇게 쓸 내용이 많은건지... 이것저것 첨부파일을 4개나 붙이고 필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작성했다. 이 정도면 문제 없을거야. 뿌듯한 마음에 '메일 발송' 버튼을 클릭한다.
한 시간 뒤 연락이 온다.
"이거 언제까지 자료 보내줘야 해요?"
"그 이메일에 적혀 있을텐데요. 내일 모레까지입니다."
"음... 안 보이는데... 여기 작게 써있네요.. 근데 이거 왜 하는건가요?"
"이메일에 적혀 있는데... 두번째 줄 한 번 보세요"
"아...예예"
이메일에 다 썼는데 왜 자꾸 물어볼까? 내 이메일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것은 회사에서 기본적인 소통 방법 중 하나이다.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메일 잘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5초 만에 기본적인 내용이 눈에 들어오는 이메일과 1분 넘게 끝까지 다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운 이메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요즘은 많은 기업에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잘 쓰는 법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다. 그만큼 이메일은 중요한 것이다.
이메일을 보낼 때 가장 실수하기 쉬운 것은 '자기 관점에서 쓰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쓰면 잘 쓴 메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메일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야 한다. 이메일 잘 쓰는 방법은 이 기준에서 알려드리고자 한다.
이메일 잘 쓰는 방법
제목만 봐도 이메일을 보낸 목적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말머리를 활용해보자. 좋은 예시는 다음과 같다.
제목만 봐도 이메일을 왜 보냈는지 목적을 알 수 있도록 '말머리'를 활용하면 좋다.
공지메일을 보낼 경우, 수신자가 50명, 많은 경우는 100명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수신자를 숨김 처리하지 않으면 수신자가 이메일 한 가득 넘쳐 흐르게 된다. 너무 많은 수신자는 정작 중요한 이메일 본문의 가독성을 떨어뜨리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요즘은 '개별 발송' 기능이나 '숨김 참조' 기능을 가진 이메일 포털들이 많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넘쳐 흐르는 수신자들을 한 명만 보이도록 관리할 수 있다.
문장으로 쓰면 눈에 안 들어 온다. 가뜩이나 바쁜 사람들에게 문장으로 된 이메일을 주는 것은 스트레스를 안겨 준다. 블릿이라고 부르는데 □ 표시 등 문장 표시를 활용하여 간단 명료하게 쓰는 것이다.
이번 팀장 리더십 교육은 용산 국제업무지구단지센터 301호에서 진행하며 3월 14일(금) 09시부터 18시까지 진행합니다. 주차 지원이 어려우니 대중교통을 이용 바랍니다. 참석이 어려우신 경우, 전일 18시까지 본 이메일에 회신 바랍니다.
□ 교육명 : 팀장 리더십 교육
□ 일시 : 3월 14일(금) 09시~18시
□ 장소 : 용산 국제업무지구단지센터 301호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313)
□ 기타 : (1) 주차 지원이 어려우니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 바랍니다.
(2) 참석이 어려우실 경우, 전일 18시까지 본 메일에 불참 통보 바랍니다.
가끔 첨부파일이 4개 이상 덕지덕지 붙어서 날라오는 이메일들이 있다. 이 첨부파일 다 열어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정도 끈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뭘 해도 성공할 사람이다. 어떤 경우는 첨부파일 용량이 너무 커서 컴퓨터가 버벅거리기도 한다. 메일함 용량 다 잡아먹는 나쁜 녀석이다.
이전 조사 결과를 보면, 첨부파일을 열어본다고 응답한 사람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대부분 본문만 휙 읽고 넘기지 정성스럽게 첨부파일까지 세세하게 읽어보지 않는다.
중요한 내용은 다 본문에 작성하자. 그리고 부가적인 내용 1~2개만 첨부파일로 저장하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첨부파일은 2개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끔 답장을 새 메일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전에 주고 받았던 이메일이 무엇인지 히스토리를 알 수 없게 된다. 답장은 상대방이 전에 보냈던 이메일에 답장 형식으로 보내자. 이메일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업무 대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히스토리 관리임을 명심하자.
종종 이메일 제목을 보면 Fwd, Re가 일렬로 엄청나게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화물열차 마냥 10개씩 장대로 늘어선 경우도 보게 된다.
Fwd는 포워딩 즉 이메일을 전달한다는 뜻이고, Re는 리플라이 즉 답장이라는 뜻이다. 답장에 답장, 전달에 전달이 반복되면 저 마크가 일렬로 늘어서게 된다.
Re: Re: Re: Re: Re: 강의 영상 수정본 전달
강의 영상에 대한 피드백 확인하였습니다. 피드백에 따라 영상 수정하여 재송부 드립니다. 확인 바랍니다.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이 노래처럼 Re 이거 줄 세우지 말고, 제목을 바꾸자. 그러면 Re의 향연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제목이 더 눈에 잘 들어오게 된다.
'긴급', '중요' 이런 표시가 있으면 이메일 읽기 전에 몸이 오그라들게 된다. 뭐 때문에 그렇지? 혹시 뭐 큰 일이 터진건가? 공포가 밀려오게 된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별거 아니다. 본인 입장에서야 급한 것일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전혀 아닌 것이다.
이메일은 항상 상대방 입장에서 작성해야 한다. 긴급, 중요 이런 단어는 자제하도록 하자.
수신자가 여러 명일 경우, 정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회사 안에는 동명이인들이 많다. 흔한 이름의 경우 동명이인이 5명 이상 검색될 때도 있다. 그래서 이름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부서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서 입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예전에 보냈던 메일을 찾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이리 찾고 저리 찾고 헤매게 된다. 떠오르는 단어로 찾다가 수신자 이름으로 찾다가, 그래도 못 찾으면 멘붕이 오게 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보낸 메일 중 중요한 메일은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 메일함의 경우 보통 3개월에서 1년 간의 저장 기간이 있다. 이 기간을 넘어가면 자동으로 삭제된다. 그 전에 꼭 중요메일은 별도의 메일함에 저장하자. 엑셀에 이메일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는 것도 좋다. 이러면 쉽게 찾을 수 있다.
3월 7일, 팀장 리더십 교육 안내 메일 (수신자: 김OO)
3월 11일, 네트워크 장애 관련, 수도권 영업대리점 회의의 건(수신자: 이OO)
3월 12일, 판매관리비 추가 예산 요청의 건(수신자: 박OO)
이메일 쓰기는 직장에서 기본 업무이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누구나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는 상사분은 이메일 쓰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의 업무 역량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이메일 쓰는 데서도 약점이 많다. 자기가 할 말을 다 쓰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상대방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이메일 잘 쓰기의 핵심은 '남들이 쉽게 이해하고 알아볼 수 있게 쓰는 것'이다.
일을 오래하신 분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소리처럼, 진부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메일 때문에 고생하는 많은 분들께는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메일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그 경험을 전달 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