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회의 시간이 되었다. 열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라운드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팀장은 가운데 앉아 있고, 팀원들은 그 주위 의자에 동그랗게 앉아 있다. 이들이 어떤 자세로 앉아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보았다. 팀장은 엉덩이를 등받이에서 쭉 뺀 상태로 거의 30도는 누운 상태로 45도 정도 몸을 비틀고 앉아 있다. 팀원들이 앉아 있는 자세도 각양각색이다.
나대기 좋아하고 늘 팀장 옆에서 살랑살랑 꼬리치는 얄미운 팀원 하나는 팀장 옆자리에 앉아서 어깨를 있는 대로 펴고 팔짱을 끼고 있다. 수시로 박수를 치면서 하하하 크게 웃어 댄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말아 먹어서 임원에게까지 크게 혼이 난 차장님은 풀이 죽어서 다리를 잔뜩 모은채 손을 포개고 앉아 있다. 이 자리가 불편한 것이 여지없이 모습에서 드러난다.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은 아직 분위기 파악이 되지 않은 듯, 엉덩이를 등받이에 붙인 채 앉아 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다. 흡사 자대에 처음 배치 받은 군기 잡힌 신병 같아 보인다.
사람들이 회의 때 의자에 어떻게 앉아 있는지를 한번 보자. 각기 다른 자세로 앉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체로 임원이나 팀장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 직원이 이렇게 버릇없는 자세로 앉기 쉽지 않다. 의자 등받이가 부러질 것만 같다. 내가 이 회의를 주도하고 있고, 내가 결정한다는 거만함이 자세에 가득 배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자세이다.
이 사람은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팔짱을 끼는 것은 자신감이 있을 때 나오는 동작이다. 다리를 꼬는 것도 그런 마음이 표출된 것이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 자세이다.
공손하고 예의 바르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눅이 들어있는 사람이다. 부서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튀지 않도록 애쓰는 경우이다. 이 회의 시간이 한없이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고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급한 업무가 있는 사람이다. 당장 이 회의에 왜 내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당장 자리에 앉아서 할 일이 태산이고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보내야 한다. 그런데 무심한 팀장은 기어이 나를 이 회의에 불러들인다.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몸이 문 쪽으로 향해 있다.
나랑 별 상관 없는 회의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지루하고 졸립기만 하다. 헤라클레스도 감기는 눈꺼풀은 이겨낼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일개 직장인인 내가 졸음을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3분 카레 마냥 하품이 3분마다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회의 때 앉아 있는 자세를 보면 팀 내 권력관계를 볼 수 있다.
- 한껏 거드름을 피는 사람
-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
- 팀에서 입지가 좁아져 좌불안석인 사람
- 별 의욕 없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
- 아직 낯선게 많은 신입사원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앉느냐에 따라 없는 자신감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자세는 기분 상태에 크게 좌우된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나도 모르게 어깨를 늘어뜨리게 되고, 허리가 굽게 된다.
내 자세에 일부러 신경쓰도록 하자. 그런 자세가 반대로 내 기분 상태를 만들기도 하고 없던 자신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니 자세에 신경쓰도록 하자.
거만한 자세를 취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한 자세이다. 회사에서 자기 잘난맛에 오만했던 사람 치고 성공하는 사람 못봤다.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에 생각지도 못한 작은 일이 화근이 되어 직위해제되고 권고사직 당하는 것 많이 봤다. 절대 거만한 자세를 취하지 말자.
그 대신 자신감을 드러내는 자세를 취하자. 쩍벌남이 되어도 좋고 팔짱을 끼어도 좋다. 기지개를 우렁차게 켜도 좋다. 동작을 크게 크게 하자. 등받이에 엉덩이를 대고 허리도 곧추 세우자. 그리고 당당하게 상대방을 바라보자. 눈싸움이 붙으면 한 번 누가 이기나 버텨도 보자.
다소곳이 다리 모으고 앉아, 쥐 죽은듯이 그렇게 있지 말자. 절대왕정 때 임금 앞의 백성처럼 그런 포즈 취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자. 그러면 없던 자신감도 생겨난다. 회사 생활, 그거 별거 아니다. 자신감 있고 당당한 사람이 회사생활도 더 잘 할 수 있다.
자세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내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더 자세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그럴 수록 더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들고 다니자.
북한 김여정이 평창 올림픽 때 우리나라에 와서 어떤 포즈를 취했는지 기억하는가? 허리 펴고 고개 들고 그렇게 다녔다. 세계에서 가장 이상하고 못 사는 나라 지도자 여동생도 꼴에 로얄 패밀리라고 그렇게 다닌다. 그런데 우리가 왜 그렇게 당당하지 못하는가?
회의 때이던 자리에서 일할 때이던, 심지어 출퇴근 길에도 자신감 있게 다니자. 나는 지하철역에 내려서 회사 건물까지 갈 때 일부러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간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이어서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렇게 할 때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의 원동력은 결국 자신감과 당당함이다. 일을 잘해서 자신감 있고 당당한거는 누군들 그렇게 못하겠는가?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해도 당당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