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매일 출퇴근길 지하철, 특히나 출근길 자하철은 지옥이다. 내가 사는 평촌 신도시에서 서울로 가는 지하철 루트는 딱 2개 밖에 없다. 금정역에서 1호선을 타고 구로, 신도림을 거쳐가는 방법과, 범계역에서 4호선을 타고 사당을 거쳐가는 방법이다.
두 개 루트 밖에 없다보니 출근 시간 지하철은 그야말로 지옥철이다. 퇴근 길은 그나마 사람이 적은 편이지만 정말 운이 좋은 날이 아닌 다음에야 앉아서 집에 가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게 현실이다.
회사 가까운 곳에 집을 얻고 싶지만, 와이프 회사가 인천 송도 쪽에 있어서 그건 꿈도 꾸지 못한다. 매일같이 지옥철을 타며 에너지 바가 100에서 50으로 깎인 상태로 가까스로 회사 회전문을 통과한다.
그런데 오랜기간 지하철을 타다보니 재미있는 현상들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보이는 것이다. 정말 매너 좋은 사람부터 매너 꽝인 사람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지하철에서의 저 모습이 사실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그러면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내가 본 사람들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종종 지옥철을 버티지 못하고 탈진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여자인 경우가 많다.
이 날도 그런 케이스였다. 선바위역 정도 왔는데 젊은 여성 승객이 서서 가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그 여자분을 부축하더니 그 역에 같이 내리셨다. 이후 안전요원에게 인계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바쁜 출근길에 그러기 사실 쉽지 않다. 직접 나서지 못한 내가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종종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며 타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자리 양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짐을 대신 들어주는 승객이 있다. 요즘은 앉아서 폰 보기 바쁜 세상인데 그 짐을 대신 들어주는 승객은 참 보기 좋았다.
목적지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잘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친절하게 조곤조곤 설명해가며 같이 내려서 길을 안내하는 대학생 승객도 있었다. 너무 보기 좋았고 그 이후에는 나도 따라서 하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노약자 분들께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은 할아버지가 타셨는데 다짜고짜 앉아 있는 여성 승객을 지팡이로 툭툭 치셨다. 아마도 당장 일어나라는 신호였으리라 생각한다. 그 여성 승객은 얼떨결에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났고, 그 할어버지는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 단 한마디도 없이 앉아서 갈뿐이었다. 호의가 권리로 인식되는 순간이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고자 사정없이 옆 사람을 미는 사람이 있다. 진짜 사정없이 밀어제낀다. 앉아 있는 사람 바로 앞에서 두 다리를 있는대로 쫙 벌리고 서 있기도 한다. 앉아 있는 사람 둘 중 하나가 일어나면 바로 앉겠다는 심보가 딱 보인다. 앉아 있을 때도 최대한 편한 자세를 유지하고자 다리를 쭉 빼서 앉거나 다리를 꼬고 앉거나 쩍벌로 앉는 사람들이 있다. 임산부가 아니면서 당당하게 임산부 석에 앉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배려가 부족한 행동들이다.
사람이 많을 때는 백팩이 차지하는 공간이 참 크다. 이걸 뒤로 매면 근처에 있는 사람을 계속 치게 된다. 요즘은 뒤로 매는 사람이 참 많지만 여전히 불룩한 백팩을 뒤로 맨 체 사정없이 사람들을 후려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하철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바로 그 사람의 참 모습인 것이다.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내가 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불편함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누가 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만원 지하철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괴롭고 힘든 순간이다. 사람은 힘든 순간에 자기 본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기쁘고 행복할 때 다른 사람에게 잘 해주는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힘든 순간이 오면 사람은 일단 편해지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이걸 억제한다는건 그만큼 배려심이 강하다는 의미이다.
예전에 책에서 본 이야기이다. 회사 임원이 차를 몰고 본사 주차장 입구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어떤 차가 막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도 분이 덜 풀렸는지 창문을 열고 욕을 하고 지나갔다고 한다.
그 임원은 본사에 도착해서 곧바로 면접장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랬는데 아뿔사... 그 창문을 열고 욕을 하던 운전자가 면접 응시자로 들어왔다고 한다. 둘은 얼굴을 보고는 동시에 얼어붙었다고 한다. 결과야 뭐... 안봐도 뻔하게 불합격일 것이다. 기본 인성이 안 된 사람을 채용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사람이 짜증나고 힘들 때 드러내는 모습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다. 힘들고 짜증날 때 그걸 그대로 표출하지 말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리고 내 권리나 편리함을 조금은 내려놓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 보자. 그 때의 기쁨은 정말로 크다. 얼마 전에 나도 앉아서 갈 때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아이 엄마가 감사의 인사를 표시했을 때 정말 너무나도 기뻤다. 그 기쁨은 불편함의 크기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꼭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