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퇴근길 저녁, 한 대리는 기분 좋게 길을 나선다. 얼마만의 칼퇴근이냐! 길가의 꽃도 날아가는 새도 오후 6시 정각에 퇴근하는 나를 축하해 주는 것만 같다.
그 순간 누가 내 팔을 잡아끈다.
"죄송합니다. 이거 스티커 한 번만 붙여 주시겠어요? 전 세계에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일까요?"
엉겁결에 둥그런 스티커를 전달받아 이젤 위의 캔버스에 붙인다. 흐음.. 뭔가 기분이 싸하다.
"후원자님께서 한 달에 1만 원만 기부해 주시면 아프리카 아이들 10명에게 한 달간 매일 비타민 한 알을 주실 수 있으십니다. 커피 2잔만 아끼시면 돼요"
"아.. 네네. 그렇군요. 그러죠 뭐"
젠장. 이번이 몇 번째냐? 이런 식으로 후원금 내는 게 벌써 네 번째이다.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왜 나는 거절하지 못하고 매 번 이렇게 돈을 내는 걸까? 좋은 일을 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유난히 거절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거절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부담을 느낀다. 왜 이들은 그토록 힘들어하는 것일까?
심리학에는 '착한 아이 신드롬(Nice Guy Syndrome)'이란 용어가 있다. 이들은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는 강박관념에 지배받는 사람이다.
이들은 실제 착한 사람과는 다르다. 속으로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해 승낙하게 된다. 그리고 속으로 투덜거리게 된다.
즉 이들은 내가 착하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한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거절을 했을 때 나에게 남는 그 미안함과 답답함이 뒤섞인 감정을 못 견뎌한다.
보통 어릴 때 부모의 양육방식에 의해 이런 성격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부모의 간섭이 심해 내 뜻대로 하기 어렵고 내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 힘들 때 이런 착한 아이 증후군이 형성된다고 한다. 거절해 보는 경험을 쌓지 못했기에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처음 소개한 사례처럼 주변 권유에 덜컥 불우이웃 성금을 내거나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큰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내가 망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회사에서도 거절을 못하면 곤란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어떤 일들이 있을까?
- 팀장의 부당한 지시를 덜컥 수락하게 되어 내가 피해를 입게 된다.
- 다른 팀이 할 일을 내가 맡게 되어, 일에 파묻히게 된다.
- 아무도 맡지 않으려고 하는 허드렛일을 맡게 되어,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단순히 거절하지 않았을 뿐인데 내가 받는 피해는 상상 외로 크다.
돈을 빌려줬는데 그 돈을 받지 못하면 나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가족들에게도 피해가 미친다. 회사에서 부당한 청탁을 받은 게 발각된다면 해고 또는 권고사직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도 큰 문제이다. 반대 의사 표시를 제대로 못하고 남에게 늘 호구 잡히는 나에 대해 자괴감이 들게 된다. 남들은 할 말 다해가면서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은데 늘 쭈구리처럼 남 눈치나 보며 살아가는 나는 뭘까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쉽게 반대하지 못하는 마음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때로는 나를 가스라이팅하며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세뇌시키려고 한다. 다른 경우에는 이거 별거 아닌데 딱 한 번만 부탁을 들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이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정작 내가 어려울 때는 외면한다. 이런 사람들과는 인연을 끊거나 가족, 직장동료처럼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최대한 거리를 두자.
상대방 배려 + 넌지시 거절 + 대안 제시(이건 선택사항)
위 원리에 따라 하면 된다.
두 남녀가 소개팅을 하고 있다. 남자는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남자가 넌지시 말을 건다.
"요즘 뮤지컬 '웃는 남자'가 인기더라고요. 혹시 뮤지컬 좋아하세요?"
(X) "뮤지컬 물론 좋아하지요. 저는 일 년에 최소 3~4번은 꼭 봐요"
(O) "아! 뮤지컬에 조예가 깊으시군요. 그런데 저는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첫 번째처럼 말하게 되면 남자는 자기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솔직하게 취향을 밝힌다고 저렇게 말하면 곤란하다. 반면 두 번째처럼 딱 잘라서 말한다면 상대방은 뜨끔할 것이다. 그리고 눈치가 있다면 나에게 별 관심이 없구나 느낄 것이다.
여기에서 대안을 제시하면 상대방은 혼란을 느낀다. 얘가 마음이 있는 건가 싶다. 확실하게 거절해야 할 때는 대안 제시 없이 끝내자.
한참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옆 부서 과장이 다가온다.
"이번에 우리 부문에서 타운홀미팅이라고 큰 행사 준비하는 게 있는데 안내 장표 만드는 거 도와줄 수 있어? 네가 디자인 센스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
이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덥석 물으면 곤란하다. 이렇게 말하자.
"도움 꼭 드리고 싶은데 (상대방 기분 배려)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요 (넌지시 거절) 저희 팀장님 통해 요청 주시면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안 제시)"
직장동료처럼 계속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상대방 기분도 상하지 않게 이유를 대면서 넌지시 거절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면 더욱 좋다.
상대방 부탁을 수락하지 않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에티켓은 지켜야겠지만 확실하게 안된다는 내 의사를 전달하자.
일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이상한 전화번호가 찍힌다. 받을까 말까 순간 망설여진다. 혹시 몰라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의 치아가 백세까지 건강하도록 치아를 지켜드리는
종합보험 가입 안내입니다!"
젠장.. 괜히 받았다. 그냥 끊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 못한다. 상담원은 1분에 600발 총알이 나가는 기관총처럼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쏟아낸다. 이렇게 거절을 못하면 안 된다. 확실하게 말하자.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 욕하지 말고 사실만 딱 말하고 끊자. 그런다고 상처받지 않는다. 온갖 욕을 돌직구처럼 꽂아 넣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당신의 말은 천사의 속삭임처럼 상담원에게 느껴질 것이다.
직장 동료에게도 안 되는 일은 확실하게 안된다고 의사표시를 하자. 그게 서로에게 좋다. 괜히 덜컥 맡았다가 해내지 못하면 시킨 사람, 받은 사람 모두 곤란해진다. 시작하기 전에 정중하게 반대표시하는 것은 서로를 위한 길이다.
거절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도덕책에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외면하지 말고 도와주라고 나온다.
물론 도와주는 것은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탁이 잘못된 부탁이거나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나에게 손해가 되는 부탁이라면 일단 반대하는 것이 옳다.
내가 반대한다고 해서 상대방은 내 생각만큼 상처받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이 사람은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명 한테만 돈 꿔달라고 하는 사람 없듯이 말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거절하자. 물론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상대방 기분 배려하는 말로 시작 + 거절 멘트 + (계속 볼 사람이라면) 대안 제시' 이렇게 말하면 부드러우면서도 내 주장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 거절하는 것은 내 권리라는 것!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