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일을 못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너무나 고통스럽다. 좋은 인사평가를 받지 못함은 물론이고, 직장에서 점점 낭떠러지로 밀려나는 것이 느껴진다. 주변 동료들도 나를 기피하게 된다. 이 사람과 엮여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장은 자아실현의 공간이 아니라 그저 참고 버티는 속앓이 장소가 되고 만다.
그렇다면 내가 각성하고 일을 잘하는 것을 과연 사람들은 원할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영원히 내가 일을 못하는 사람으로 남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평가받을 때 밑에서 깔아주는 존재가 있게 되고, 내가 비난의 화살을 받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막는 암묵의 카르텔이 만들어진다. 정보를 제대로 공유받지 못하고, 중요한 자리에도 배제된다.
이런 일은 역사상으로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 사례이다. 아이티가 왜 지금과 같은 최빈국이 되었는지, 이런 비극의 배경에 있었던 프랑스의 방해 공작에 대해 알아보면서 왜 일 못하는 사람이 변하고자 하는 경우, 수많은 방해와 견제에 시달리게 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아이티라는 나라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국가일 것이다. 아이티라고 하면 IT 이걸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아이티(Haiti)는 미국 밑에 있는 히스파니올라 섬 왼쪽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 오른쪽에는 도미니카 공화국이 있다. 2010년 지진으로 인해 30만 명이나 죽어 인구의 3퍼센트가 사망하는 대재앙을 겪기도 했다. 몇 년 전 국내 한 다큐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진흙으로 쿠키를 구워 그것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보도되어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도 어렵고, 국가 지도자가 몇 년째 공석이다 보니 치안이 붕괴되어 갱단들이 거리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무정부 상태 국가이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쩌다가 이런 비참한 상태가 되었을까? 거기에는 프랑스의 야비한 행태가 있었다.
프랑스는 17세기부터 아이티를 점령하고 식민지화하였다. 노동력 확보를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대규모로 흑인들을 데려왔다. 이들이 지금 아이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의 조상이다. 프랑스는 이들을 노예로 부리며 대규모의 사탕수수, 커피밭을 일구었다. 아이티는 프랑스에 큰돈을 벌어다 주는 노다지였다.
프랑스혁명은 아이티에 거주하는 흑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자유, 평등, 박애를 강조하는 프랑스혁명의 가치가 아이티에서도 실현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혁명의 가치는 프랑스 본토에만 적용될 뿐이었다. 식민지의 노예들에게 평등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유럽에 제공되는 설탕 거의 절반 가량이 아이티에서 생산되기에 프랑스는 아이티를 계속 붙잡고 싶어 했다. 아이티인들은 처음에는 협상을 통해 독립을 이루고자 했으나, 당시 프랑스를 통치하던 나폴레옹은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고자 군대를 파견했다. 아이티인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평화를 통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렇게 무장 독립운동이 시작되었다.
아이티 독립운동을 이끄는 지도자는 '투생 루페르티르'라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흑인으로서는 드물게 자유민이었다. 젊어서 프랑스군에 들어가서 장군까지 지냈을 정도로 군사전략에 탁월한 인물이었다.
프랑스는 간계를 사용했다. 르클레르라는 사람을 아이티로 파견하여 아이티가 프랑스에 남을 경우, 노예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투생은 그 조건으로 지도자에서 퇴임하고 프랑스로 가야만 했다. 무장 단체 내에서는 이 조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라는 것을 알고 있는 투생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프랑스로 떠났다.
사실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투생은 요새에 감금되었고 이듬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망하게 된다. 노예제는 전혀 폐지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다시 한번 무장 투쟁이 시작되었다. 이번 봉기의 지도자는 '장 자크 데살린'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1804년, 아이티의 독립을 선언하였다. 당시 프랑스가 유럽 정복전쟁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데살린은 복수심에 불탔다. 아이티에 사는 모든 백인들, 흑백 혼혈인 사람들을 남김없이 다 죽이라는 끔찍한 지시를 내리게 된다. 피의 보복이 이어졌고 아이티는 살육의 현장으로 변하게 되었다. 강경책으로 일관하던 그는 결국 흑인들로부터도 배척당하게 되었다. 몇 년 뒤 그 역시 암살당하고 말았다.
프랑스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아이티로 쳐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프랑스 역시 정예병력을 싹 다 잃어버렸다. 도저히 아이티까지 병력을 이끌고 갈 여력이 되지 않았다.
감히 흑인 노예들 주제에 독립을 성공시켰다는 것은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공분을 사게 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아이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일절 구입하지 않았다. 농업국가인 아이티의 경제는 급격하게 몰락했다. 이때 프랑스는 무력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그것은 경제보복이었다. 그들은 달콤하게 아이티에게 접근했다.
그러면서 독립 배상금으로 1억 5000만 금 프랑을 낼 것을 요구하였다. 이 돈은 지금 시세로 무려 29조 원이나 되는 엄청난 액수였다. 가난한 신생 독립국 아이티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액수였다.
아이티 입장에서는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9천만 프랑(약 17조 원)으로 금액을 낮춘 뒤, 30년 안에 다 갚기로 프랑스와 합의하였다. 아이티에 그 큰돈이 있을 리 없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돈을 빌려 프랑스에 갚는 돌려 막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전형적인 사채의 늪에 빠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유럽 열강들이 카리브해 섬 곳곳에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을 개간한 것이었다. 굳이 아이티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다른 식민지에서 설탕이나 과일들을 사 올 수 있었다. 아이티는 이제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 더욱이 반역으로 세운 나라라는 이미지까지 생겨 무역은 더 어려워졌다. 돈을 안 갚으면 다른 나라들이 붙잡고 온갖 괴롭힘을 가했다. 미국의 경우 해병대를 보내 아이티를 쳐들어 가기도 했다.
유럽 국가들은 아이티에 온갖 나쁜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부두교의 원산지라고 하며 그들을 악마 숭배자며 식인을 하는 미개인이라고 폄하하였다. 독립의 대가는 이토록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낳았다.
이렇게 경제 보복을 150년 간이나 당했던 아이티는 지금 최빈국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길가의 진흙을 떠 와서 쿠키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지난 2010년에는 지진이 발생하여 무려 30만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전체 인구의 3퍼센트가 사망한 것이다.
뒤발리에라는 독재자가 나타나서 가뜩이나 가난한 이 나라를 더욱 파탄내고 말았다. 북한의 김 씨 왕조처럼 이들도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30년 간 통치하면서 무속이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뒤발리에는 제물로 바치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하여 직접 죽인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결국 아들 대에 가서야 이 독재정권은 끝나게 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만 갔다. 그 뒤에는 갱단이 이 나라를 장악하고 말았다. 지금 이 나라는 대통령도 없고 정부도 없다. 갱단이 나라를 장악하고 자기네 파벌끼리 총질하기 바쁘다. 국민들은 국가의 보호는 기대조차 할 수 없고 각자도생 해야 하는 판이다. 생지옥이 펼쳐진 것이다.
아이티가 이런 파탄 국가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열강들이 가한 경제 보복 때문이다.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그들 스스로 힘을 합쳐 독립을 쟁취한 것이 이토록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직장에서 일을 못하는 사람도 이와 같다.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이 각성해서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이 사람은 전에도 그랬듯이 그냥 밑바닥 인생을 살아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표적이 되지 않기도 하고, 내 평가에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을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며 자기 기분이 나쁠 때마다 샌드백 두들기듯이 두드려 댄다. 그런 존재가 각성해서 살아나지 못하도록 온갖 견제를 다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이런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팀에는 암묵적인 이런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내가 더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으리라는 환상은 버리자. 아이티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직장에서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어떻게 교묘하게 괴롭히며 이 사람이 일어서지 못하게 공격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