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앞서게 되면 곤란합니다 (갑신정변 실패2)

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by 보이저

앞 글에서 보았듯이 갑신정변은 삼일천하로 끝나게 되었다. 사실 납득하기가 참 어렵다. 아무리 분석해 봐도 도저히 성공 가능성이 없는 거사였기 때문이다.


주요 실패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숫자가 줄었다고는 해도 조선의 개혁을 반대하는 청나라 군대가 무려 2,000명이나 버티고 있었다.

2) 개화파 지지 세력이 너무 적었다. 개화파는 조정 안에서도 소수파였고 그나마도 분열된 상태였다.

3) 일반 백성들은 개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백성들은 개화는 곧 일본을 불러들이는 매국 행위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개화에 적대적이었다.

4) 개화파에게 조선 백성들은 그저 무식하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무지렁이일 뿐이었다. 당연히 그들을 설득시켜 개혁에 동참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5) 너무 성급했다. 준비도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 갖고 일을 진행했다.

6) 일본을 너무 믿었다. 외부세력은 언제든 등을 돌리고 배신할 수 있는데 그 점을 간과했다. 실제 일본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일본은 애초에 조선을 침략의 대상으로만 봤지, 도움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갑신정변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학문을 공부하는 공부머리는 뛰어났지만 상황판단 능력은 한심할 정도로 부족하기만 했다.


설령 운이 좋아서 연회장에서 개혁에 부정적인 관료들을 다 죽이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거사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니다. 일단 외국 공사들이 그런 살육의 현장을 직접 보고 갑신정변을 좋게 봐줄 리 만무하다. 당연히 본국에 부정적으로 보고할 것이다. 개혁은 제국주의 열강의 도움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는데 그런 도움을 받기 힘들게 되고, 결국 청나라는 다시 조선을 장악했을 것이다.


개화파가 고종을 인질로 삼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청나라에서 고종 안위를 걱정해서 갑신정변을 인정해 주었을까? 절대 그건 아닐 것이다. 왕이야 청나라 말 잘 듣는 다른 왕족 내세우면 그만이다. 조선이 청나라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을 인정해 줄리 없는 것이다. 애초에 갑신정변은 성공 가능성이 0퍼센트였던 무모한 시도였던 것이다.

청나라 군


의욕이 너무 앞서게 되면 생기는 문제점


이 중 가장 큰 실패요인을 꼽는다면 역시나 의욕이 너무 앞섰다는 점이다.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었는데 자기 편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사 이후 대비책도 세우지 않은 채로 일을 밀어붙인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서도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신임 임원이나 팀장이 부임하는 경우 의욕이 앞서 자꾸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는 경우가 있다. 잔뜩 일만 벌여놓고 팀원들만 쥐 잡듯이 들들 볶아댄다. 전임자들이 했던 일은 다 올스톱시키고 짧은 시간 안에 성과가 날 수 있는 속칭 '광 파는 일' 에만 신경 쓴다.


이런 리더치고 성공하는 리더를 보지 못했다.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일만 밀어붙이면 그 업무는 성공하려야 할 수가 없다.


이런 리더를 몇 번 만나게 되면 노하우가 생기게 된다. 4~5년 전 리더 때 했던 업무를 내용만 각색해서 새로운 업무라고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면 5년 전 업무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뭐 상관없다. 당시 리더들은 이미 다 떠났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새로운 업무라고 우기면 그만이다. 의욕만 앞서는 리더는 이런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의욕이 앞설 때 바람직한 대처방법


모든 일에 의욕을 갖고 임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그러나 바람직하다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의욕을 부리는 것도 천천히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의욕을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1. 나와 팀원들의 역량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하자


지금 우리 팀이 몇 명인지, 이 일을 해낼 역량이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리더들이 있다.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이다. 때로는 우리 팀 업무인지 모호한 것들도 잔뜩 끌어와서 일을 만들기도 한다. 팀원들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오는 상황을 만든다.


"저희는 교육팀인데, 현장 판매 매뉴얼을 저희가 만들어야 하나요?"

"부사장님 최근 불만이 영업팀이 주먹구구식으로 현장에서 영업한다는 거잖아. 그리고 우리 팀, 남의 팀 업무가 어디 있어. 회사 성과에 기여할 수 있으면 해야 하는 거지"

"그 취지를 모르는 건 아닌데, 저희 지금 전 직원 상대로 역량강화교육 하는 것도 벅찬데 이건 무리입니다. 그리고 이건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영업기획팀 업무 아닌가요? 저희 영업팀 아니잖아요"

"하기 싫으면 관둬. 권 차장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 다른 팀에서 사람 받아 와서라도 할 거야"



이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면 결국 고생은 팀원들이 다 하게 된다. 성과는 리더가 다 챙기면서 팀원들은 개고생 하고 착취당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기가 잘 보여서 진급할 생각에, 팀원들 고생은 나 몰라라 하는 리더들이 많다. 이건 팀에 불신을 가져오고 팀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2. 전임자의 성과를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전임자가 했던 일은 다 잘못되었고, 했던 일을 다 뒤집어 버리려는 리더들이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팀에서는 팀원들이 당장 성과가 나타나는 일 위주로만 하려고 한다. 몇 년 뒤에 리더가 바뀌면 또 다 엎어질 텐데 뭐 하러 장기적인 업무를 할 필요가 있을까?


"전에 정 팀장이 했던 업무들 보니까 아주 개판이더만. 정 팀장 하는 게 뭐 다 그렇지"

"나 오기 전에는 팀도 아녔더니만. 이 팀 안 없어진 게 신기하지"

"아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할 판이야. 해 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정 팀장은 일 안 하고 놀기만 했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계속해야 할 업무는 하나도 없더구먼.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이렇게 전임자가 했던 일은 깡그리 다 부정하고, 다 갈아엎어버리려고만 하면 팀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려한다. 일을 다 중단하고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 리더가 바뀌면 또다시 리셋될 텐데 한숨부터 나온다. 전임자가 잘했던 것은 인정하고 계승하자. 그 바탕 위에서 고칠 것은 고치고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그건 절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3.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사자


일은 같이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혼자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사지 못하고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이면 절대 공감대를 살 수 없다.


갑신정변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왕이었던 고종이나 신하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거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일반 백성들은 더더욱 그들이 왜 저런 난동을 부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일본에 빌붙어서 나라 멸망시키려고 하는 행동으로만 비칠 뿐이었다. 갑신정변 실패 후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저 남 탓하기만 바빴다.


"백성들은 무지몽매하고, 왕과 신하들은 성리학에만 찌든 고루한 사람들이고, 일본은 배신했고..."


어떤 일을 하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호응해 주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이런 것들 없이는 일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없다. 개화파들은 엘리트주의가 너무 강했다. "우리가 아니면 안 돼!" 이 생각이 너무 강했던 것이다. 이는 주변 사람들의 반감을 샀다. 직장에서도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은 배척당하게 된다. 공감대 형성은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부분이다.




4. 너무 서두르지 말자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밥을 지을 때 배고프다고 빨리 먹고 싶다고 밥솥을 중간에 끄고 먹으려고 하면 설익은 밥을 꾸역꾸역 먹어야 한다. 압력 밥솥 같은 경우는 중간에 솥 잘못 열었다가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어렸을 때 압력 밥솥 폭발하는 것 본 적이 있는데, 부엌이 초토화될 정도로 폭발력이 엄청났다)


갑신정변도 너무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쳤다. 개혁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교육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고종 역시 서구 문물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었고, 김옥균과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같은 세대의 사람이었다. 설득할 수 있었는데 그런 것을 간과했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조금만 더 차분하게 기다리고 하나씩 준비해 나가자.




마무리하며


갑신정변은 조선을 구하려는 개화파 엘리트들의 처절한 시도였다. 그러나 그 실패의 후유증은 너무나 컸다. 일단 조정에서 개화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 청나라는 아주 대 놓고 조선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였다. 잘못된 선택이 가져온 후폭풍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취지가 좋더라도 그 시기나 방법이 잘못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그리고 급한 마음에 서두르게 되면 상황을 오판하게 된다. 갑신정변은 도대체 왜 그렇게 서둘렀어야 했을까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살펴봐도 성공 가능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나에 꽂히게 되면 상황판단 능력을 쉽게 상실하게 된다. 이거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번 7월에는 꼭 평균 걸음 수 1만 보 목표를 세우면, 좀처럼 이 목표에서 타협하지 않으려고 한다. 회사에 큰 프로젝트가 생겨서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도, 이 더운 날씨에 사무실 밖을 걸어 다니기 바쁘다. 1만 보 목표 못 채운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 꽂혀서 행동하게 된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넓은 시야로 바라보자.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은 상태에서 일을 추진하자. 기존의 것들은 전부 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다 갈아엎으려고만 하면 반발이 일어나게 된다. 좀 더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하자. 갑신정변은 그렇게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keyword
이전 05화마음만 앞서게 되면 곤란합니다 (갑신정변 실패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