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앞에서 소개했던 브라질 팀 사례나 현리전투에서 국군의 모습은 한 번 멘붕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함이 번져가는가를 잘 보여준다.
사실 두 사례 다 그렇게까지 비관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브라질은 비록 전반 20분 만에 독일에게 두 골을 먹고 2대0으로 지고 있었지만 남은 시간이 충분했다. 전열만 다시 정비하면 충분히 두 골은 만회할 수 있었다. 5분 만에도 충분히 두 골 넣을 수 있는게 축구이기 때문이다.
현리 전투에서도 수 백명 정도의 희생을 각오하고 오마치 고개 돌파를 시도했다면 충분히 성공적으로 후퇴할 수 있었다. 당시 오마치 고개를 지키던 중공군 병력 수가 백 여명으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두 명이 도망가기 시작하고, 사령관마저 도망갔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이성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관적인 상황에서 멘붕에 빠지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영화 '글래디에이터' 에서 검투사들이 전차부대와 싸우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로마의 막시무스 장군은 코모두스 황제에게 누명을 씌이고 검투사가 되고 말았다. 동료 검투사들이 전차 부대를 보고 겁을 먹고 도망다니기 바쁠 때 그는 일사분란하게 대열을 정비한다.
그의 지시에 따라 대열을 갖추게 된 검투사들은 막강한 전차부대를 무찌르고 살아남게 된다. 이처럼 중심을 답아주는 리더는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그런 사람이 팀에 없다면 내가 나서보자. 내 직급이 낮아서 건방지게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지 말자. 난세에 원래 영웅이 나타나는 법이다.
대단한 무엇인가를 할 필요는 없다. 역할을 하나씩 명확하게 부여하면 된다. 사람들은 내가 뭘 해야힐지 모를 때 우왕좌왕하며 불안해한다.
영화 글래디에어티에서 막시무스 장군은 검투사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방패들 들고 벽을 쌓을 검투사들, 방패 사이에서 긴 창을 들고 전차부대를 공격하는 검투사들..이렇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역할이 부여되자 그들은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게 된다. 하나둘씩 상대 전차부대를 무찌르게 되면서 그들은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된다면 불안함을 없앨 수 있다.
리더는 이 때 절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태연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정말 심각한 사태가 아닌 이상, 내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면 순식간에 심각한 일로 비춰지게 된다.
조선 영조 4년, 영조는 선대왕의 친아들이 아니니 새로운 왕을 세워야 한다는 반란이 일어났다. 이인좌라는 사람이 일으킨 반란으로, 영남 지방에서 처음 일어났지만 호남 쪽에서도 호응하여 반란군과 합세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이 때 오명항이라는 신하가 자청하여 반란군을 토벌하겠다고 나섰다. 영남 지방 반란군들이 호남 쪽 반란군과 합세하는 순간 이건 순식간에 나라가 뒤집힐 위기 상황이었다. 이 때 그는 일부러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며 막사에서 곤히 자는 모습을 보여줬다. 잠도 정오 무렵이 되어서야 깼다.
지휘관이 당황하지 않고 평온한 모습을 보이자 병사들은 안심했다. 결국 그의 군대는 반란군이 합세하는 것을 막아냈고, 이를 계기로 반란을 성공적으로 토벌하게 되었다. 리더가 불안해하지 않고 침착해야 따르는 사람들이 안심하게 된다.
불안하고 당황한 상황에서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봐야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이 때는 가능한 그 상황을 잠시 벗어나야 한다.
권투에서 상대 선수가 소나기 펀치를 퍼부을 때는 같이 맞부딪히면 손해다. 이때는 거리를 최대한 벌리거나 상대 선수를 껴안으면서 쉬는 시간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 10라운드 내내 그렇게 소나기 펀치를 퍼부을 수는 없다. 상대 선수가 지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반격에 나서는 것이다.
회사에서라면 잠시 회의실을 벗어나거나 산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이만 끝내고 내일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쉬다가 "유레카" 를 외치며 정답을 알아냈듯이, 사람은 쉬는 동안에 생각이 정리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실패는 반복된다. 학창시절에 오답노트를 정리했던 적이 있었다. 한 달 뒤에 그 노트에 있는 문제를 다시 풀었는데 80퍼센트 이상 다시 틀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번 실수한 것은 내 사고패턴이 잘못되었거나 문제 이해방식이 잘못되었기에 그걸 바로잡지 않으면 계속 틀리게 된다. 그래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재상이었던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이 왜 발생했고, 초기에 조선이 왜 속수무책으로 일본에 패하기만 했는지 냉철하게 분석했다. 이런 비극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한 일은 반드시 분석해야만 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브라질 대 독일 경기나 6.25 전쟁 당시 현리전투는 사람이 한 번 멘붕에 빠지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공포가 머릿 속을 지배하는 순간 그렇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각자에게 할 일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그것대로 하게 만들면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리고 공포는 전염된다. 리더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정말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당황한 표정을 최대한 감추자.
그리고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 소나기가 오는데 비 다 맞아가면서 비 안 맞는 방법 고민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반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자. 일단 그 자리를 피하자.
마지막으로 이번 실패 원인을 꼭 분석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비하자. 실패는 반복된다. 그 악순환을 끊어내야만 한다. 그렇게 실패에서 배우고 반복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