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돌아보기
성탄절 전야... 길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들리지 않고 사람들은 길가에 그리 많지 않다. 내가 힘드니 세상도 힘들어 보이는 건가 싶기만 하다. 2025년은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 일이 많았던 걸까? 몸도 마음도 지쳐가기만 한다. 성탄절이라고 무슨 감흥이 느끼 질리 없다.
인생에서도 이런 날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는 뭘 해도 잘 안 된다. 준비하는 것은 늘 어그러진다. 만나는 사람들과도 사소한 오해가 쌓여 관계가 악화되고는 한다. 이 때 그동안 땅 속에 숨어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다 튀어나오는 것이다.
서 부장은 다니던 직장에 문제가 생겨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서 부장에게 큰돈을 빌려간 친척은 사정이 어렵다며 나중에 갚겠다고 한다. 그 나중이 도대체 언제일까.. 그런데 자식 놈도 속을 썩인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자식 놈은 공부는 안 하고 이제는 외박까지 한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담배를 피우는지 늘 옷에 담배 냄새가 배어있다. 이쯤 되면 사는 재미가 싹 사라진다. 게다가 몸이 영 안 좋은 것 같아서 병원을 찾았더니 당 수치가 당뇨 직전 단계라고, 당 관리 안 하면 당뇨병 올 것이라고 의사가 경고한다.
이쯤 되니 서 부장은 세상이 원망스러워진다. 내가 뭘 그리 큰 죄를 저질렀기에 나에게만 이런 문제가 한 번에 빵 터지는 것일까? 조상 중에 혹시 탐관오리라도 있어서 백성들의 원한이 대를 이어 나에게 미치는 것일까? 이런 걸 삼재라고 하나?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푸닥거리라도 해야 되나 싶다. 부양가족만 없었어도 차에다가 번개탄 피우고 그냥 세상을 하직했을 텐데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계좌에서 돈 떨어지는 게 숫자로 보이니 무서워진다. 이제는 50살.. 도대체 이 나이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렇다면 서 부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수렁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무성 영화의 전설인 찰리 채플린은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지금 당장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먼 훗날에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그때의 고통이 오히려 나를 일으킨 원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전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한국 대 이탈리아 경기를 떠올려보자. 후반 44분까지 한국은 이탈리아에 1대 0으로 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역사상 첫 16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그 경기를 다시 본다면 전혀 긴장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과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 축구 경기장에서 뛰고 있던 선수들, 그 경기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고 있던 축구팬들은 손에 땀을 쥐고 그 경기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결과를 모르기 때문이다.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좋아하건 싫어하건 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내 의지로 안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결국은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이순신 장군은 40대 중반까지 변방의 하급 장수에 머물렀다. 잠시 고을 현감을 하기도 했지만, 당시 명장 소리를 들었던 대장군 이일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여진족 고을 인근이었던 함경도 녹둔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여진족을 상대하면서 쌓았던 수많은 전투 경험은 그를 명장으로 만들었다.
다윗 역시 골리앗을 물리치게 되자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때 이스라엘 왕이었던 사울은 그를 시기하였고 끊임없이 다윗을 죽이려고 했다. 다윗은 무려 13년 간이나 산과 들로 도망 다니면서 겸손함을 배웠고, 이때 자기를 따르는 600명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확보하게 되었다. 다윗이 왕이 되자 이 부하들은 목숨을 바쳐 다윗을 보필하게 되었다.
어려움은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게 된다. 이때 배운 지식과 경험은 내가 다시 일어서게 된 후 큰 힘이 되는 것이다.
고통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이 고통은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오랜 고통은 몸과 마음에 심각한 병이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의지로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고통도 분명히 존재한다. 당장 암 말기인 사람이 자기 의지와 노력만으로 암을 없애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의지와 노력만으로 극복하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축구선수가 폼이 떨어졌다면 드리블이나 슈팅 연습을 많이 해야지, 방망이로 공을 잘 치는 것을 하루에 수 백번을 연습한다고 축구 실력이 좋아질 수 없는 것과 같다.
많이 연습하기보다는 잘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는 그 장점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다. 추진력이 좋은 사람은 그 추진력으로, 대인관계가 넓고 원만한 사람은 그 장점으로,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잘 내는 사람은 신사업으로 가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내 장점으로 돌파해 나가는 것이다. 이때 내 고통은 빠르게 끝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저 기다리기만 한다고 고통이 끝나지 않기에 내 무기로 헤쳐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고통을 주는 환경에서는 벗어나자. 비가 오고 있는데 계속 비를 맞고 있으면 안 된다. 지금 당장 벗어날 수 없다면 슬슬 출구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계획을 세우고 실제 경험해 가며 준비하도록 하자. 완벽한 계획이 나올 때까지 너무 기다리지 말고 일단
실행에 초점을 맞추자.
장마철에 폭우를 견디고 심한 태풍을 겪은 벼는 품종이 우수하다고 한다.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영양분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으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은 사람은 단단해지고 강해진다. 웬만한 시련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맷집이 생기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공출 때문에 자동차 정비소를 뺏겼고, 해방 이후에는 북한 공산당에 의해 고향의 땅을 모두 뺏겼다. 직원의 실수로 공장이 다 불에 타버리기도 했다. 그런 시련을 다 이겨 내면서 현대라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게 된 것이었다.
긍정적인 마인드, 꾸준한 노력 다 좋다. 그러나 이 고통을 빨리 끝내고 싶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 그걸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그 문제에 매달려서 고통을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강점을 통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해결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적들이 대군을 몰고 우리 쪽 성으로 쳐들어 왔을 때 그 성 방비를 튼튼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세를 뒤바꾸고 싶다면 텅텅 빈 적의 성으로 쳐들어가는 역발상이 필요한 것이다.
한가위 명절 내내 비가 내려 짜증이 나는 가운데 문득 든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위기는 분명히 지나간다. 해를 가리는 구름은 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 구름을 좀 더 빠르게 없애고 싶다면 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명절이 그런 고민을 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