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텔기우스 별이 밝은 이유 (마지막에 빛을 내게 하기)

마지막에 빛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by 보이저

우주에는 이루 셀 수 없는 정도의 많은 별들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에는 2,0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약 2,000억 개의 별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우주에는 태양보다 더 큰 크기의 별들도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알려진 별 중 엄청난 크기의 별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와 가까이 있는 별 중 단연 큰 크기를 자랑하는 별은 '베텔게우스(Betelgeuse)'라는 초신성이다.


이 별이 얼마나 크냐면 태양보다 무려 764배나 크다. 태양 크기가 야구공이라면 베텔게우스의 크는 축구장 1개의 크기인 것이다. 이때 지구의 크기는 고작 비비탄 1알 수준이다. 베텔게우스가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큰 별인지 이제 감이 오실 것이다.


갑자기 왜 뜬금없이 초거대 행성인 베텔게우스 이야기를 했을까? 그거는 베텔게우스의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이 별은 엄청난 양의 빛을 한꺼번에 발하고 있다. 태양이 일 년 내내 뿜어내는 에너지를 베텔게우스는 불과 십 여초 만에 다 뿜어내고 있다.


별들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순간이 되면 이처럼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낸다. 그러고는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블랙홀이 되거나 백색왜성이 되어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사실 베텔게우스는 지금 사라지기 전의 마지막 단계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끝을 준비하는 것이다.


사람도 별과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순간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 사람들이 여럿 있다. 이렇게 잘하던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뒤늦게 엄청난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누가 있었을까? 그리고 나이 많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까? 그 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베텔기우스


뒤늦게 엄청난 성과를 낸 사람들


나이가 들어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인물 중 대표적인 사람은 바로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 '황충'이다.


유비가 세력 확장을 위해 남쪽으로 진출하고 있을 때 황충은 선봉장군이 되어 맹활약을 펼치게 된다. 이때 그는 60세 전후의 나이었다. 정군산 전투에서 그는 위나라 장수 하후연을 만나 그를 죽이고 일거에 위나라 군대를 격파해 버렸다. 당시 60세는 굉장히 많은 나이었는데 그런 나이에도 엄청난 무공을 선보였던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종종 30대 후반 시기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의 '최형우 선수'이다. 올해 만 43세인 그는 여전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외려 20대, 30대 때보다 더 차분해지고 선구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에 대해 더 진지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영화인 '사이코', 새'. '레베카'를 제작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위 세 개 영화가 모두 60대 때 제작한 영화들이다. 그전까지는 그저 그런 영화감독이었던 그는 60대가 되면서 더 깊은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묘사하는 기법이 더 풍부해졌다. 그렇게 그는 아카데미 감독상의 단골 후보가 되었다.


이렇듯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깊이가 깊어지고 실력을 발휘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좌) 황충, (중) 최형우 선수, (우)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직장에서 나이 든 직원들이 겪는 현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많은 직장인들이 나이가 들게 되면 직장에서 점점 입지가 불안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50세가 넘게 되면 팀장 자리에서 슬슬 물러나게 된다. 면팀장이 되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자리도 양보해야 하고, 나보다 어린 임원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존재감이 옅어져만 간다. 맡을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사원 초년생들이 맡아서 하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업무를 하기도 힘들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일을 시키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저히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래도 예전에 팀장까지 하던 사람인데 이런 일 시킨다는 게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고서 쓰고 기획하는 일을 하기는 또 쉽지 않다. 이런 일은 수시로 야근하면서 리더의 추궁과 갈굼도 감내해야 하는데 나이 많은 직원이 견뎌내기 쉽지 않은 것이다. 단순업무를 하기도 어렵고 팀 핵심업무를 하기도 어렵기에 이들의 존재는 골칫거리가 된다.


회사에서는 어떻게든 희망퇴직을 통해 이들을 내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나가면 먹고살기 막막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이들은 쉽사리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좀처럼 활용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나이 많은 직원들이 중요한 이유


그러나 이들을 잘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오랜 기능한 회사에서 생존하며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지식은 암묵지 형태로 머릿속에 저장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책이나 집합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직장생활 노하우는 한정적이다. 대부분의 업무들은 암흑지 형태로 존재하고 글로 표현하기 참 힘든 것들이 많다. 그리고 조직문화가 각기 다르다. 같은 회사라도 직속 리더의 성향에 따라 팀 분위기는 제각각이다.


오래 근무한 사람들은 이런 사내 분위기에 전문가들이다. 산전수전 다 겪었기에 이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보고서 쓰는 방법도 이 분들은 잘 알고 있다. 리더 시절 허구한 날 하던 게 보고서 작성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리더에게 먹힐 만한 보고서를 쓸 수 있는지 이들은 잘 알고 있다.


이분들은 타 부서나 거래처 사람들과도 친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 능력도 탁월하다. 만나서 나누면 좋은 이야기들도 잘 알고 있고 술자리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회사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해야 그 위기를 넘길 수 있는지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이들 역시 수없이 그런 마음의 갈등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노하우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묵혀두는 것은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큰 손해이다.




나이 많은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흔히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은 소극적이고, AI나 인터넷 등에 어둡다 보니 요즘 일하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비록 그들은 AI 같은 최신 트렌드에는 다소 뒤처졌을지 몰라도 그들이 갖고 있는, 오랜 경륜에서 우러난 노하우는 큰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나이 많은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1. 대내외 네트워크 필요시 활용


나이 많은 베테랑 직원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인맥, 네트워크는 단기간에 따라 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다른 팀이나 주요 고객사, 협력업체 등 장기적 관계 유지가 필요한 업무에 배치하여 유연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면 효과적이다. 인간관계 히스토리를 잘 아는 이들을 통해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2. 지식 전수 시스템 구축하기


베테랑들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위기관리 능력'과 '직관'이다. 이들은 상황판단 능력이 빠르다. 워낙 많은 상황들을 겪어봤기에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이 노하우를 머릿속의 지식 즉 암묵지가 아니라 문서화된 형식지로 만들자.


이때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 효과적이다. 시니어는 실무 노하우 즉, 보고서 작성법이나 거래처나 고객과 와의 인간관계 형성 시 유의사항을 공유하고, 주니어는 직무 관련 최신 트렌드나 IT 툴 활용법을 공유하게 하여 상호 배움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베테랑을 '사내 강사'로 위촉하여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가르치게 하자. 가르치는 과정에서 시니어들은 내가 아직 회사에 쓸모가 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자기 경험을 전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3.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수행 업무 변경


퇴직 전 몇 년간은 핵심 노하우를 문서화하거나 후임자 교육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수행 업무를 변경하자. 루틴 한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과거의 경험이 중요한 히스토리 정리나 업무 매뉴얼, 노하우 전수 등 수행 업무를 변경하여 그 업무에 집중하게 하자.




4. 소외되지 않도록 항상 챙기기


시니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도태'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 조직에서 점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그림자처럼 지내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상위 단계 욕구로 '존경 욕구'가 있다. 내가 공동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쓸모 있는 존재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식사 자리 나 모임 때 이들과 늘 함께하자. 그리고 대화할 때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자.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방문했을 때 늘 말벗이 되어드리고 관심을 드려야 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나와 가까워졌을 때 이들도 마음을 열고 본인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알려주게 된다.




마무리하며


별은 사라지기 전에 엄청난 빛을 내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앞서 소개드린 베텔게우스 같은 거대한 별은 태양이 1년 간 뿜어내는 에너지를 불과 10초 만에 발산한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스포츠 스타들 영화감독 작가들은 후반기에 왔을 때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쌓였던 경륜 노하우가 뒤늦게 빛을 발하는 것이다.


국가도 그런 케이스가 있다. 주변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 공격받고 점점 쪼그라들던 동로마제국 즉 비잔틴 제국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고 과거 로마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사망한 이후 비잔틴 제국은 급격하게 쇠락하였다. 거대한 영토는 결국 수도 콘스탄티노플 주변 영토로 쪼그라들었다가, 15세기 경 오스만 제국의 공격을 받고 멸망하고 말았다. 멸망하기 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간 것이다.


지금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하루가 다르게 문명이 발달하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류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구의 환경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범죄가 난무하는 등 사람들은 피폐해질 때로 피폐해진 상태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핵무기는 언젠가는 터지게 될 것이다. 장식용으로 만든 것들이 아니기에 극한 상황에 몰린 독재자는 최후의 카드로 핵을 쓰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대는 베텔기우스 별처럼 마지막 빛을 내는 시기인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나이 많은 시니어들로, 떠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들을 도와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그들이 가진 노하우는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책이나 강의에서는 배울 수 없는 정말 나에게 와닿는 노하우를 그들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들과 친하게 지내고 그들을 존중하자. 그리고 그들이 마음껏 경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업무를 부여하자. 그리고 모를 때는 언제든 물어보자. 그들이 기쁜 마음으로 자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했을 때 조직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베텔기우스
월, 화, 수, 목, 금, 일 연재
이전 04화더 중요한 것을 위해 양보하기 (옥수역 스크린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