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이 내 무기가 되는 현상
미국 뉴욕의 이스트사이드에는 특이한 식당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뉴욕의 소문난 기사 식당' 이다. 종종 길을 가다보면 허름한 간판에 '기사식당' 간판이 걸려 있고,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느낌을 뉴욕 한복판에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심지어 간판마저 한국어로 '소문난 기사 식당'이라고 써놓았다. 이러면 현지인들이 과연 간판을 알아보고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진다. 메뉴도 퓨전한식이 아니다. 불고기 백반, 제육볶음, 낙지볶음 이런 정통 한식 메뉴이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뉴요커들이 식당 앞에 바글바글 몰린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 지역은 뉴욕 한복판도 아니다. 외진 곳이라 접근성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 두 시간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2시간의 기다림을 기꺼이 감수한다. 무엇이 이 허름한 한국풍의 식당을 인기있게 만든 것일까? 뉴욕 기사 식당의 성공비결을 통해 내가 가진 고유의 특징들, 익숙한 것들을 어떻게 내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 식당은 현지화를 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퓨전 한식이 아니라 정통 한식을 제공한다.
만약에 제육 볶음을 시키면 트레이 가운데에 제육볶음을 담은 쟁반이 있고, 그 주위에는 계란말이, 김, 김치, 호박전, 소떡소떡 등 반찬이 있다. 공기밥 역시 제공된다. 제육볶음은 불맛을 내어 강렬한 맛을 더한게 특징이다. 이 메뉴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반찬 개념이 없는 미국에서 다양한 반찬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고기와 야채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맵고 짜고 단 느낌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현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심지어 인테리어마저 한국 80년대 기사식당 느낌 그대로였다. TV는 옛날 브라운관 소형 TV가 벽에 걸려 있고, 벽걸이 선풍기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출구에는 동전을 넣으면 나오는 자판기 커피가 있었다. 이 커피는 이 식당을 들린 사람은 반드시 마셔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기사식당이면 가격이 저렴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일반적인 메뉴 하나당 32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꺼이 이 돈을 지불하며 음식을 맛보고 싶어한다. 한국에 오지 않고도 한국이라는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고, 한국 음식을 다양하게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뉴욕 기사 식당만이 가진 큰 장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뉴욕 기사 식당처럼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나만의 고유한 특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나에게 과연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좌충우돌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겪으셨다면 그 자체가 내 특징이 될 수 있다. 이민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또 하나의 내 특징이 될 수 있다. 병마와 싸워가며 고통 가운데서도 내 꿈을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과정 역시 내 특징이 될 수 있다.
반드시 내가 가진 장점만이 특징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가진 약점 역시도 얼마든지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내 특징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꼭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기에 너무나 실수도 많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이를 하나하나 극복해 가는 과정에 박수를 보내고 공감하게 된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든다면 한국식 아파트를 들 수 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웬 아파트가 이렇게 많냐고 마치 과거 공산주의 시대 국가들처럼 한국 사람들은 갇혀 사는 것 같다고 평가를 했던 적이 있었다. 개인 공간을 중시하는 외국인들 눈에 한국식 아파트는 답답하고 불편한 주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몽골이나 베트남에 가면 한국식 대단지 아파트가 그대로 건설되어 있다. 커뮤니티 센터부터 출입문 게이트, 놀이터까지 한국의 방식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한국이라는 좁은 국토, 온도를 활용한 난방, 아파트 자체가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는 현실이 녹아든 한국의 아파트가 다른 나라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고도 아파트 안에서 웬만한 생활이 다 해결되는 한국식 아파트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특징들, 처한 환경들..예뻐보일수도 있지만 벗어나고픈 생각이 드는 것들이 참 많다. 늘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팀장, 사소한 내 잘못도 다 일러바치는 밉상 팀원, 당장 다음 학기 대학교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해야할지 고민해야하는 빈궁한 현실, 수면제를 먹어도 밤만 되면 잠이 오지 않는 심각한 불면증..
그러나 내가 성공하게 되면 이 것들은 다 내 성공을 위한 디딤돌들이 된다. 한때 나도 그렇게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 안주거리 삼아 껄껄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소재가 되는 것이다. 지금 힘들다고 영훈이 내가 힘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특징들, 지금 내가 처한 환경들을 잘 활용해서 좋은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것들이 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내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들을 내 강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보다 내 한계를 극복하거나 가난과 고통 속에서 분투하는 모습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젊은 ADHD의 슬픔'을 쓴 정지음 작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늘 ADHD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난 이래서 힘들고 답답하다" 가 아니라 "난 이런 한계가 있지만 이걸 딛고 더 나아갔다" 이렇게 스토리를 써나가면 된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학창시절에는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었다. 그 탓에 늘 천식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일 년에 3,000만원씩 꾸준히 모았고 원룸, 투룸, 전세 이렇게 업그레이드 하다가 40대 중반에 마침내 서울 시내에 자가 아파트를 갖는데 성공했다. 이런 스토리면 한계와 부족함을 딛고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서사시가 된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여러 특징 중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를 섞을 때 가장 독창적인 소재가 나오게 된다.
나의 경우 철도에 관심이 많고 달리기에도 관심이 많다. 그리고 신앙생활에도 관심이 많다. 언뜻 이 세가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합치면 독특한 소재가 탄생하게 된다.
철길 옆 도로를 출근길에 매일 달리면서 아침 기도를 매일 큰소리로 드린다! 나는 이촌역 경의중앙선 철길에서 매일 출근길마다 이렇게 하고 있다. 기차도 보고 달리기도 하면서 기도도 할 수 있는 이런 일석 삼조가 세상에 어디겠는가? 별 상관없는 내 특징들이 합쳐지는 순간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본인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특별할 게 없다고 느껴지는 환경이 타인에게는 가장 궁금한 정보일 수 있다. 한국인은 지하철 도착을 알리는 알림 소리가 들리면 너도 나도 달리기 바쁘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은 이 모습을 보고 한국 사람들은 왜 저렇게 뛰냐고 놀라워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신기할 게 없는 이 모습이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보이는 것이다.
마치 내가 나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 사람 좀 독특한데 왜 아침에 일어나서 굳이 팔굽에 펴기를 열 번씩 하는 걸까?" 이런 식으로 내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자 그러면 나에 대해 새롭게 보일 것이다. 매일 운동을 열심히 하며 체력을 기르려는 내 모습이 좋은 소재가 되는 것이다.
나는 당황하면 왜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말할까. 이렇게 자책감을 갖기 쉽다.. 그러나 이건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긍정적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당황만 하지 않으면 긴장할 일도 없고 거짓말이나 허언을 할 일도 없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내 문제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된다.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은 그만큼 배려심이 많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일하는 곳이 반복되는 단순 업무 환경이라면 오히려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 항상 말주변이 없고 조용한 사람이라면 그대신 말실수를 적게 하고 더 신중한 성격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가진 특징들은 정말 누가 봐도 나쁜 것이 아니라면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언제든 장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은 내가 능력을 발휘하는데 좋은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뉴욕에 소문난 기사 식당의 성공 비결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음식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80년대 느낌 그대로 우리가 흔히 먹는 제육볶음 오징어 볶음 불고기 백반을 미국 사람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이 메뉴 이 인테리어가 미국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무조건 화려해야 되고 맛이 특이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가장 나다운 것에 사람들은 공감한다. 꼭 바람직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처럼 1년에 한 번씩은 지하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부주의한 특징도 좋고 좁디 좁은 고시원도 좋다. 매일 쓰는 일기도 좋다.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결합되면 놀라운 나만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 이 특징은 네 무기가 되어.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뉴욕 기사 식당이 그렇고 한국의 아파트, 찜질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 소세지 치즈로 만든 부대찌개가 그랬다.
그렇게 내가 가진 소소한 것들 모아 나만의 특징을 만들어보자. 당신만의 특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