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향적 친절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지담 씨에게는 늘 불편한 사람이 하나 있다. 같은 팀의 강 과장이다. 조그만 일 가지고도 트집을 잡고 뒤에서는 지담 씨가 일을 못한다고 동료들과 함께 흉보기 바빴다. 왜 면도도 제대로 안 하고 출근했느냐, 책상은 왜 이리 지저분한 거냐.. 학생부 선도부장 마냥 지담 씨를 잡도리하기 바쁜 강 과장이었다.
지담 씨는 날마다 회사 가는 것이 너무 싫었다. 꼴도 보기 싫은 강 과장 얼굴을 보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늘 불안한 지담씨었다.
그런데 왠 걸? 평소와는 다르게 강 과장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지담 씨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는 그 강 과장이 맞는 건가? 놀란 토끼눈으로 지담 씨는 강 과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혹시 밤에 쥐가 강 과장이 깎아놓은 손톱을 먹고 강 과장으로 변신을 한 것은 아닐까?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음 날은 하와이 쿠키를 지담 씨에게 주었다. '강 과장 이 사람, 정말 쥐가 변신한 게 맞을 거야!'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 일주일 뒤 지담 씨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동료 다면평가' 올해 처음 진행한다는 그 평가였다. 앞으로는 후임도 선임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수수께끼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왜 최근 들어 그 사악한 강 과장이 지담 씨에게 그리도 친절을 베풀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다 의도가 있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앞선 사례의 강 과장처럼 우리는 종종 의도를 가지고 베푸는 친절을 보게 된다. 강 과장은 지담 씨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면평가 직전에 지담 씨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것이다. 평가가 끝나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지담 씨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이를 '목적지향적 친절'이라고 한다. 목적지향적 친절(Goal-Oriented Kindness) 이란 명확한 목표 달성이나 결과 도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베푸는 친절과 배려를 의미한다.
지금은 선거법에 위반되어 찾아보기 힘들지만, 과거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동네 노인정이나 부녀회에 가서 식사를 대접하고 손목시계를 선물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많았다. 지역 사회 영향력이 큰 그들에게 많은 호의를 베풂으로써 한 표라도 더 가져오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종종 거래처에서 밥도 사주고 선물도 챙겨주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역시 기존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들이다. 이처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를 목적 지향적 친절이라고 한다.
목적 지향적 친절은 아래 3가지 이유로 인해 나오게 된다.
1) 동기(Motivation):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을 넘어, 상호 간의 신뢰를 쌓고, 업무 협조, 갈등 해결 등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행해집니다.
2) 효율성(Efficiency): 친절을 통해 상대방의 협조를 빠르게 유도하여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함이다.
3) 좋은 평판(Reputation): 나는 친절하고 매너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위함이다.
목적지향적 친절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친절은 사실 속 보이는 행동이다. 예전 초등학교 전교 학생 회장 선거 때를 생각해 보자. 농구 골대 만들어주겠다. 에이컨을 교실마다 달아주겠다, 수학여행을 가겠다 등등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후보들이 참 많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입 싹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선거철을 앞두고는 거리 여기저기에서 보이게 된다. 활짝 웃는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마다 악수를 청하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남발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한두 번은 의도를 모르고 그 사람을 좋게 평가하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그 의도를 눈치채게 된다. 그 이후부터는 목적지향적 친절은 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상대방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고급 정보 획득할 필요가 있거나 좋은 인사고과, 정치적 아군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이 좋게 보일 수는 없다. 의도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곳이 내 생각대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때로는 내 생각과는 달라도 웃으면서 사람들을 응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목적 지향적인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에게 빚을 졌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국회의원 뇌물 수수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그런 자리에 올라가게 되면 온갖 청탁이 여기저기서 들어오게 된다. 비싼 명품 가방을 사주기도 하고, 심지어 아파트 매매비용을 대신 내주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그저 이 국회의원이 좋아서 이러는 걸까? 절대 아니다. 자신에게 감정적 부채의식을 갖도록 하여 자기 뜻대로 조종하기 위함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기 일쑤이다.
과한 호의를 받았다면 가벼운 커피나 식사로 바로 갚도록 하자. 절대 마음의 빚을 남겨서는 안 된다. 내 업무 범위를 벗어나거나 부담스러운 호의는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며 정중히 거절하자. 초기에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이 나중의 큰 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사적인 친밀함이 깊어질수록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상대방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
상대방이 친절을 베풀며 은밀하게 회사 내부의 비밀이나 타인에 대한 험담을 유도할 수 있다. 이때는 "잘 모르겠다" 혹은 "관심 없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상대방이 추궁하더라도 이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자. 나에게서 별다른 정보를 캘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사람은 금방 나를 떠나갈 것이다.
이런 내용은 이메일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남기자. 언제 이런 대화를 나누었는지 증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중에 호의를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못하게 된다.
그가 왜 나에게 친절한지 그 목적을 파악하자. 이 세상에는 이유 없이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없다. 사기꾼들의 특징이 초반에는 간이나 쓸개까지 다 빼줄 것처럼 나에게 잘해준다는 점이다.
목적지향적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유형이 있다. 유형 별 대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정보 수집형 : 부서 내 비밀 정보, 특정 직원 약점을 캐기 위해 꼬치꼬치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업무 외의 사적인 이야기나 핵심 정보를 말하는 것은 금물이다.
2) 평판 관리형 : 굳이 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자기 다면평가를 위해 나를 구워삶는 경우, 제가 좋게 써드리겠다고 두리뭉실하게 설명하고 끝내자. 평가는 내 주관에 따라 입력하면 된다.
3) 업무 전가형 : 나에게 호의를 베풀며 일을 슬그머니 떠넘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때는 선을 명확하게 긋자. 누구나 맡은 일이 정해져 있는 법이다. 상위 리더와의 명확히 협의 없이 다른 팀원, 다른 팀 업무를 떠맡을 수는 없다. 이 점을 분명하게 말하자. 한두 번 들어주다 보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끝도 없이 부탁하게 된다.
이들의 친절이 가식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굳이 배신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연기를 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 이 사람은 연기가 조금 과하구나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불필요하게 감정적인 에너지를 쏟지 않는 것이 최고이다.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고 해서 대놓고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면 오히려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의는 차리되 적당한 거리는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대한민국 사대 프로 스포츠는 승부조작 파동이 몇 차례 지나간 바 있다. 선수들이 왜 이렇게 승부조작에 휘말려드는 것일까?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과의 거리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을 제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 스포츠 업계에 몸담았던 선배들이 대부분이다. 스포츠계가 워낙 좁다 보니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주거나 비싼 식사를 대접한다. 그렇게 호의를 사는 것이다.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한 많은 선수들은 이런 호의를 받으면 꼭 보답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친해질 만큼 친해지면 이제 본색을 드러낸다. 본격적으로 승부조작 제의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수비 실수 한 두 개 또는 공을 스트라이크 존 바깥에 던지는 것 정도를 요구한다. 그걸 들어주게 되면 요구사항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더 이상 안 하겠다고 하면 협박이 시작된다. 그동안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것을 다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이렇듯이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직장에도 이런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자신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또는 비밀 정보를 캐기 위해서 이들은 발톱을 숨긴 채 나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돌처럼 행동하면 된다.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고 그들에게 형식적으로 대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빚을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빚을 지는 순간 점점 더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고 나중에는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항상 경계하자. 이 세상에 아무런 이유 없이 나에게 과도하게 친절한 베푸는 사람은 다 이상한 것이다. 그걸 명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