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하며 꼭 갖춰야 하는 지식이란?
송 과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에서 아이 자전거를 샀다. 딱 한 달 타고 파는 자전거라 새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믿었다. 그러나 아이가 타보니 그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체인은 툭하면 빠지기 일쑤였고, 타이어는 조그만 구멍이 있는지 아무리 바람을 넣어도 일주일만 지나면 다시 바람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플랫폼에 올렸던 자전거 소개그들과는 달라 판매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무리 전화를 해도 이 사람은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분노한 송 과장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악성 판매자가 있으니 앞으로 이 사람과는 거래할 때 조심하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가 어떻게 속아서 자전거를 사게 되었는지 빼곡하게 적었고 이 글은 댓글이 30개 이상 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일주일 뒤 경찰서에서 송 과장에게 연락이 왔다.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접수되었다는 것이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데, 송 과장 사례는 공연성이 있어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었다.
응 이게 무슨 말이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또 뭐고 공연성은 또 무슨 말일까? 구성요건 충족은? 경찰서에서는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와 합의가 중요하다고 한다. 반의사불벌죄는 또 뭐지?
자전거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것도 억울한데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들어왔다니 참 황당한 일이다. 나쁜 짓 한 놈이 도리어 큰소리라니.. 그나저나 명예훼손에는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공연성, 반의사불벌죄.. 용어가 너무 낯설기만 하다. 평소에 법에 관심 좀 가질걸.. 갑자기 후회가 밀려오는 송 과장이다.
이 세상은 온갖 지식과 정보가 넘쳐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지식이 마치 간밤에 함박눈이 내리듯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AI가 도입되고 나서부터는 이 지식 생성이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것만 같다.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아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물론 많이 알면 많이 알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 지식들이 머릿속에서 체계화되면서 나에게 끊임없이 영양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면 각 국의 사례,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 최근 건설 추세 등 내 머릿속 지식들이 튀어나오면서 이 지식들이 목차를 이루며 체계를 갖추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수많은 지식들 중에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식이 있을까? 물론 있다. 모든 지식들은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법이다. 오랜 기간 고민과 노력의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지식의 근간을 이루는 더 중요한 지식은 있기 마련이다. 그 지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법과 경제에 대해서는 꼭 알아야 한다. 법과 경제는 이 사회를 지탱하는 바퀴들이다. 만일 다른 쪽 바퀴는 크고 튼실하지만 법과 경영 쪽 바퀴가 부실하게 짝이 없다면 그 수레는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이 사람은 법 없이도 잘 살 사람이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한다. 그러나 법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우리가 평온할 때는 경찰서나 소방서가 별 필요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범죄에 노출되거나 집에 불이 났을 경우, 경찰서나 소방서는 내 구세주가 된다.
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실 우리는 평소에 살아가는 데 있어 법은 크기 중요하지 않다. 공중도덕 정도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사회 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법을 아는 것은 필수적이다. 직장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수도꼭지에 손가락이 베었다고 산재를 신청한 직원이 있다고 하자. 보통 사람들 같으면 뭘 그런 걸 가지고 산재를 신청하느냐고, 직원이 참 계산적이고 약삭빠르다고 그렇게만 말하고 끝낼 것이다.
그러나 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 정도 부산으로 과연 산재 신청이 가능한 것인지, 이게 업무 중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있는지. 이 부분부터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의사가 며칠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한 기간이다. 실제 하루밖에 치료받지 않았더라도 의사가 4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으로 판단했다면 그건 산재가 되는 것이다.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있는 상황 속에서 업무상 행위로 인해 다쳤다면 그건 산재가 된다. 회사 화장실은 사업주에 지배 관리하에 있는 공간이고, 업무 중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것은 업무 중 행위로 볼 수 있다. 정말 살짝 긁힌 정도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4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이건 산재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법을 알게 되면 어떠한 사건이 법의 측면에서 보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법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경우 글로벌 경제 트렌드에 따라 나라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 이미 우리는 1998년 아시아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경제위기나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 닥쳐온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 환율이 오르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전 IMF 때 1달러당 환율이 2,000원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수많은 유학생들이 환율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귀국한 바 있다. 그 대신 수출 기업들은 호황을 맞았다. 달러를 원화로 바꿨을 때 엄청난 이익이 났기 때문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가 미국의 고정금리를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까?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외국자본들이 미국으로 일시에 빠져나갈 것이다. 이율이 높기에 미국이 더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안 되기에 우리나라 역시 고정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고정금리를 올리는 순간 대출로 연명하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이나 중소기업들은 비명을 지을 것이다. 부담해야 하는 이자액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경제를 떼고 설명할 수 없다. 경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 바쁜 세상에 없는 시간을 내서 법이나 경제 지식을 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법이나 경제가 무슨 유튜브 쇼츠 마냥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외계인들 대화 마냥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단어 투성이이다.
양이 적은 것도 아니다. 민법책을 본 적이 있는가? 법 전공자들이 많이 보는 김형배 교수 민법학개론 책은 무려 2,000쪽이 넘는다. 민법 하나가 그 정도 분량인 것이다. 경제학도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 두 과목을 합치면 거의 이천 쪽에 다다른다.
이렇게 양도 많고 내용도 어려운 법과 경제.. 과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글자로만 된 두꺼운 기본서는 전공자에게도 쉽지 않다. 예전에 고시 공부할 때 2,000쪽이 넘는 민법책은 베개로 딱이었다. 웬만한 베개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입문 단계에서는 시각적인 자료와 사례 중심의 콘첸츠가 가장 효과적이다. 만화도 좋고 청소년들이 읽는 알기 쉬운 책도 좋다. 그 책들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결코 내용이 쉽지 않다. 내가 몰랐던 내용들이 상당히 만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시중에는 법률이나 경제 상식을 만화로 풀어낸 시리즈가 많다. 기초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효과적이다. 특히 재미있는 실제 사례 중심으로 설명된 책들은 참 재미있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 중인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면 이건 살인일까 아닐까?' 이런 알쏭달쏭한 문제들도 많이 나온다.
법이나 경제에 대해 흥미를 갖고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방법이다.
법이나 경제가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문용어 때문인 경우가 많다.
법률 용어의 90% 이상은 한자어입니다. '기각'과 '각하', '국내총소득'과 '국민총소득' 등 핵심 단어의 한자 뜻만 알아도 문장이 훨씬 매끄럽게 읽히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AI 등을 통해 바로 검색해 보고, 메모장에 정리하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런 것들이 쌓이게 되면 큰 자산이 된다.
이론 중심으로 공부하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내 삶과 직결된 문제로 바꾸어 보자.
- 경제 :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는 업종과 손해 보는 업종은 어디가 있을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왜 우리나라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걸까?"
- 법 : "자기 집이 아닌데도 서류를 위조해 자기 집인 것처럼 행세해서 이 사람에게 돈을 주고 집을 샀다. 뒤늦게 진짜 주인이 나타나 나보고 당장 나가라고 한다. 나는 어찌해야 하나?"
"나는 우연히 길을 가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가리키면서 내가 그 강도라고 소리쳤다. 그 바람에 경찰서에 연행되고 말았다. 이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당장 나에게 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주제부터 찾아보고 정답을 알아보자. 그러면 한결 재미있어진다.
고시생들도 합격을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방대한 법과 경제를 불과 며칠 만에 마스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욕심을 버리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자.
너무 깊이 있는 지식까지 알 필요는 없다. 우리는 전공자도 아니고 법이나 경제로 밥 벌어먹는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볍게 하나하나 알아나가자.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과감하게 넘어가도 괜찮다. 그렇게 접근하다 보면 전문가는 아니어도 상당한 내공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몸에 나쁜 음식은 이상하리만큼 맛있다. 감자튀김, 핫도그, 치킨 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반면에 피망, 당근, 브로콜리, 오이 이런 채소들은 몸에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먹기 싫어한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법과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생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참 중요한 분야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선뜻 법이나 경제에 대해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렵다는 인식이 워낙에 강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알아도 법이나 경제 지식이 없다면 한쪽 성벽이 무너진 상태와 같다. 한쪽 성벽이 무너진 상태로는 절대 적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 자동차의 한쪽 바퀴 타이어가 펑크 난 상태로도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법과 경제는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어야 한다.
누구나 법과 경제 공부하는 것은 싫어한다. 그렇지만 억지로라도 시간을 한 번 내보자. 당장 어려운 내용부터 공부하기보다는 만화로 된 책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부터 보자. 이해가 안 되면 과감하게 건너뛰어도 된다.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읽다 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