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직장인 성공기
민수는 ADHD가 있다. 사실 나이 40살이 될 때까지도 본인에게 이 증상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직장에서는 너무 실수가 많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절제하지 못하고 마구 쏟아냈다. 당연히 업무 성과도 형편 없었고, 직장 동료들은 민수를 기피했다.
사실 민수는 일류대를 졸업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잡학 다식한 지식 세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는 국내 최고 수준의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입학 시험에서도 상위 1퍼센트 이내의 최고 수준 성적으로 회사에 들어갔다. 누구나 회사에서의 그의 탄탄한 미래를 점쳤다.
그러나 회사에서 그의 퍼포먼스는 기대와는 달랐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한참 못 미쳤던 것이다. 도대체 민수의 발목을 잡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위에서 말한 두 가지였다. 잦은 실수와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였다.
교육팀에서 근무하던 시절, 민수는 교육생들을 연수원으로 인솔할 때 같이 버스를 타게 되었다. 30명이 타고 있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제대로 탑승자 숫자를 확인하지 않고 버스를 출발시켰다.
출발 5분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한 교육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버스 어디에 있는거예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요!"
아뿔사, 한 명을 잘못 셌던 것이다. 고속도로라 유턴도 불가능하고.. 다행히 그 버스 회사 소속 다른 버스가 있어서 그 교육생은 뒤의 버스를 타고 다음 휴게소에서 합류할 수 있었다. 그 날 민수는 엄청나게 혼이 났다. 상사로부터 그 따위로 일하려면 그만 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재무회계팀에서 근무할 때, 민수는 자금 담당이었다. 매 달 수 백 곳이 넘는 거래처에 돈을 지급했다.
거래처 중에는 요주의 거래처 리스트가 있다. 신용 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에 지급 시 계좌 압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곳들이다. 정신없이 대금을 지급하던 그는 별 생각없이 기계처럼 승인 버튼을 클릭하고 있었다.
며칠 뒤 한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희 언제 돈 주시나요? 직원들 월급 줘야 하는데"
이상하다. 분명히 보냈을텐데. 아무리 확인해봐도 돈이 나갔는데? 그렇다면 혹시 압류된 계좌로 보낸걸까?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은행에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맞다. 은행에서는 이 돈은 은행이 진 채무 갚는데 쓸 돈이라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업체는 업체대로 빨리 돈 달라고 징징댄다.
삼천만원에 달하는 손해를 회사에 입히고 말았다. 다시 돈을 지급해야 했던 것이다. 그 일로 민수는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민수는 호기심이 많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문제는 다른 직원들 사생활에 대해 잘 참견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눈치가 없고 오지랖이 넓다.
한번은 여자 후배에게 남자친구 있느냐고 물어봤다. 문제는 이 직원이 얼마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속이 상한데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니 상대 여직원은 기분 나쁘게 반응했다.
어느 집 사는지 물어본 뒤에 그 주소를 네이버에 치고 시세를 검색한 적도 있었다. 그 정보를 혼자만 알고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걸 또 점심 식사 때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다. 소문은 흘러흘러 그 직원 귀에도 들어갔다. 아직 내 집 마련 못하고 전세 사는 그 직원은 자격지심이 있던 터에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남의 사생활 캐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특이한 사람이 있으면 재는 이래서 별로고, 재는 저래서 별로고 평가하기 바빴다. 누군가의 비밀이 민수 귀에 들어가면 다음 날 부서 전체 사람들에게 쫙 퍼져 나갔다. 민수는 점점 기피인물이 되었다. 물에 기름 섞인듯 민수는 어울리지 못하고 부서에서 겉돌게 되었다.
그는 오은영 박사의 프로그램 중 성인 ADHD를 다룬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세상에나! 어쩜 내 특징이랑 이렇게나 똑같을까? 마치 나에 대해 현미경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지..나에 대해 탐구해 보자.
그는 용기를 내어 심리 상담센터를 방문하였다. 몇 번의 상담 후 상담사는 종합심리검사(CAT)를 받아볼 것을 제안하였다.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충동 조절이 잘 안 되고, 자꾸 잦은 실수가 발생하는 것을 볼 때 ADHD가 의심된다고 하였다.
CAT 검사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특정한 도형이 나오면 마우스를 클릭하는 방식이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검사를 받으며 그는 자꾸 다른 도형을 선택하고는 했다. 한 번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마치 눈 감고 총 쏘듯이 마우스 클릭을 난사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정상, 경계, 저하 중 저하가 6개나 뜬 것이다. 특히나 한 번에 여러가지 도형이 튀어나왔을 때 제대로 선택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역시나 ADHD였던 것이다. 상담사 역시 CAT 검사 하나만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상당히 의심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였다.
솔직히 그는 결과를 받아들고 마음이 편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원인을 알고 싶었다. 그 원인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이 모든것은 ADHD 때문이었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고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건 큰 오산이었다. 40년 넘게 굳건히 뿌리박힌 내 습성, 그리고 전전두엽에 작용하는 도파민의 이상으로 생기는 ADHD는 결코 내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어렵다. 그걸 간과했던 것이다.
2부에서는 민수가 학창시절부터 ADHD로 인해 겪었던 많은 어려움들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는 회사에서의 실수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