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난도

삶의 난도를 높이는 사람들

by 연감자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나'를 작동하게 하는 약 3초의 시간 동안, 오늘도 밀어내야 하는 시시포스의 돌 무게를 가늠하여 본다.


삶이란 이다지도 자비가 없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지금 얼마나 힘에 부치는지 따위는 한 줌의 관심도 없이, 오늘 하루의 길에 초록불이 띄워진다. 오늘은 또 어떤 고통이 내 삶의 난도를 한 층 더 높일지, 어떤 이의 말이 내 심장을 틀어쥘지 고통의 추측을 가득 머금은 채, 그 돌을 떨리는 두 손으로 버티듯 밀기 시작한다.


역시나 오르막길만 있는 이 길은 순탄하지 않다. 오늘이 가장 밀어내기 힘든 날이라고 생각되면, 그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또 다른 날에 더욱 무거운 돌이 기다리고 있다. 내 옆에도, 그 옆에도 저마다의 돌을 밀고 있느라 바쁘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돌이 가장 시급하고, 무섭도록 무겁게 직면해 있다. 나와 당신은 그렇기에 그토록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전쟁터 같은 혼돈 속에서 서로 자신의 돌이 더 무겁다며 고통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먼저 가겠다며 기어코 다른 사람의 돌을 저 아래로 밀어버리곤 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그저 한없이 마음이 아리고도 눈물이 맺힌다. 우린 이렇게밖에 살 수 없을까. 서로의 삶의 난도를 높이며 한없이 이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도록 태어난 걸까.


물론 이타성을 바라지도 않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어느 정도의 이기적인 '나'를 우선순위로 두는 마음과 힘이어야 비로소 돌을 밀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덜덜 떨고 있는 손과 팔로 눈물과 함께 돌을 밀고 있는 이들에게, 기어이 그 무게에 짐을 더 얹지는 않으면 안 될까. 이제는 화를 낼 여유와 힘도 없이 그저 간곡히 바랄 뿐이다. 충분히 힘들게 싸우고 있는 우리는 서로를 더 가여워해도 부족하지 않을까.


겨우 '나'의 돌을 밀어내기에도 우린 여유가 없지만, 그래서 더욱 각박해지고 건조해지는 감정들로 서로 상처를 낼 만큼 날카로워질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그 날카로움을 둥글고도 부드럽게 할 순 없을까. 살아남았고 살아가야 할 우리기에, 결국에는 서로가 필요한 우리들이기에, 아주 조금의 힘을 들여서 살짝만 더 친절할 수는 없을까.


그것이 너무나도 어렵고 기적에 가까운 일인 걸 알지만, 겨우 '나'만 살아남기엔 우리는 사람이기에, 서로의 소중함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모두 각자의 돌을 밀어내고 있는 것을 기억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세계에 대한 무게를 짊어지며 함께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언젠가 자신이 돌을 밀고 있는 이유를, 돌을 밀고 있는 힘의 원천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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