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츄 중엔 유독 이름이 호동이인 아이들이 많다.
포동포동한 몸, 두툼한 입술,
덩치에 비해 큰 목소리,
야무진 고집까지.
아마도 그 모든 것이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을 떠올리게 해서일까.
시츄는 늘 정 붙이기 좋은 이름을 달고 살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시츄는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유행이었다.
풍성한 털, 순한 눈매, 작고 얌전한 외모.
실내 생활에 안성맞춤이었던 시츄는
당시 아파트에서 키우는 반려견 상징 같았다.
그 시절엔 어디를 가도
호동이, 순이, 뽀뽀, 별이 같은 이름의 시츄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요즘은 포메라니안, 말티푸, 비숑에게 밀려
시츄를 보기 어려워졌지만,
알레르기 유발이 적고,
분리불안도 덜한 편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집이나
어르신 댁에서도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어
여전히 시츄는 조용하게 남아있다.
다만,
함께 산다면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시츄는 피부가 약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눈물이 많고, 귀가 덮여 있어
눈 주변, 귀 안, 턱 밑은 항상 눅눅하다.
식분증을 겪는 경우도 있어
피부가 예민한 시츄에겐
위생 관리와 환경 관리가 생명이다.
문제는, 순둥순둥한 겉모습과 달리
고집이 굳센 아이가 많아
귀 청소 한 번 하려고 하면
작은 몸으로 버티며 누르지 못하게 발로 밀어내고,
“싫다”라고 눈을 치켜뜨며 항의한다.
이럴 땐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하고
먼저 포기하는 쪽은 늘 사람 쪽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버티는 시츄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말을 아끼고, 조용히 옆에 있지만
자신의 마음만큼은
끝까지 지켜내는, 포동한 영혼.
가만히 있는 듯하면서도
자기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줄 아는 그 태도.
그게 바로 시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