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팁 문화는 부담이 될 수도, 보상이 될 수도 있어요
아침부터 우리 팀원들 사이에 팁 문화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다른 요일보다 조금은 덜 긴장된 금요일 아침이었고, 마침 회사 동료인 카피라이터가 최근에 생긴 여자친구 이야기로 대화를 열었다. 어제 퇴근 후 함께 간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며, 추천 메뉴와 비추천 메뉴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한 잔 하려고 친한 형이 운영하는 바에 들렀다고 했다. 여자친구를 소개할 겸, 칵테일 한 잔을 마시고 나오는 길에, 팁을 두고 나가려는 순간, 바텐더가 그를 붙잡았다고 한다.
“팁을 왜 이렇게 조금 줘?” 바텐더의 얼굴엔 화가 난 듯한 표정이 가득했다. 당황한 동료는 말문이 막혔다.
친한 형의 가게이기도 하고, 여자친구가 옆에 있는 상황이라 좋은 마음으로 인사하고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에 너무 놀라고 당황했다는 것이다. 직접 따지고 싶지 않았던 동료는, 매니저로 있던 형에게 가서 상황을 설명했고, 오늘 아침, 우리 팀원들에게 “이건 좀 아니지 않냐”며 그때의 당황스러움을 털어놓은 것이었다.
칵테일 한 잔 받았을 뿐인데, 도대체 얼마를 줘야 이런 소리를 듣지 않을까?
그의 말에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팁 관련 경험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조금 실망한 듯, 상기된 표정으로 이야기를 마친 동료. 우리 모두, 이해는 하지만 기분 나쁠 수 있는 순간을 각자의 경험 속에서 한두 번쯤 겪어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번 주에 다운타운에 갔을 때도, 팬데믹 이후로 이미 팁은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결제를 하려는데, 결제 단말기에는 팁 선택지가 18%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얼마를 줘야 하지?’ 그 버튼을 앞에 두고 또 한 번 망설이게 된다. 음식과 서비스가 아주 만족스러웠다면
망설일 이유도 없었겠지만, 그날 나는 그들의 서비스가 그저 그랬다. 그래서 오히려 더 고민이 되었다.
사실 15% 정도를 주고 싶었지만, 그걸 선택하려면 ‘커스텀(Custom)’ 버튼을 눌러 다시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 몇 초의 망설임 끝에, 나는 결국 단말기에 표시된 18% 버튼을 눌렀다.
어쩌면 팁이 아니라 선택을 강요당한 기분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 피로감을 꽤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종종 이슈로 다뤄질 만큼, 팁에 대한 사회적 피로는 분명 존재한다.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카페에 가도 우리는 여지없이 팁 버튼과 마주한다.
15%, 18%, 20%, 25%… 카드 결제 머신의 팁 선택지는 너무 당연한 듯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제는 나도 **‘No Tip’**을 과감히 누를 줄 알게 되었지만, 그렇게 하기까지는 여러 번의 망설임과 갈등, 그리고 소심한 손끝이 필요했다.
어쩔 땐 주변의 눈치를 보다 무심코 팁 버튼을 누른 뒤, 커피를 받기 전까지 머릿속에 생각이 스친다.
‘아, 나 왜 테이크아웃인데 팁을 줬지?’
‘방금, 내가 왜 그 버튼을 눌렀지?’
이미 늦어버린,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반대로, 식당에서 친절하고 빠른 대응, 알아서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음식을 다 먹은 뒤에는 투고 박스까지 건네주는 그런 센스 있는 서비스를 받은 날엔 기분 좋게 팁을 주고 나온다.
그럴 땐 팁이 아깝지 않다. 그들은 그만큼,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서비스의 질과 상관없이 ‘무조건 팁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감사의 표현이 의무처럼 변해버린 오늘, 우리는 이 팁 문화를 언제까지 이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요즘은 우버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팁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객 평점이 최악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미용실, 애견샵, 음식 배달, 호텔, 심지어 호텔 조식 뷔페에서 계란 요리를 만들어주는 셰프에게도 팁을 주는 문화. 팁을 주지 않으면 ‘예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분위기.
이런 문화는 이미 너무도 깊게 자리 잡혀 있어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늘 계산서를 받을 때마다 13%의 세금 외에도 18~25%의 팁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12달러에 먹을 수 있는 짜장면 한 그릇도, 여기선 이렇게 계산된다.
짜장면 12불: 13% 세금과 18% 팁을 포함한 최종 결제 금액은 약 16.00불이다.
한 그릇에 12불 하는 짜장면을 16불에 먹는 셈이다.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 팁도 없고 음식값 외에 추가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없다는 사실에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냥 먹은 만큼만 내면 되는 단순한 구조. 그런 계산이 이렇게 가볍고 명쾌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나 싶었다.
반대로, 캐나다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세금에 팁까지 더해진 금액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물론, 문화의 차이는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만약,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면, 이 팁 문화가 오히려 감사하고 고마운 보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 문화는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보상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 나라에 산다는 건, 그곳의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자연스럽게 내 삶에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