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습관이 만든 성취감
아침 5시 25분.
알람 켜두지 않았는데 비슷한 시간 잠에서 깬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다짐 같은 거 여서 일까? 몇 분 늦게 일어나도 가벼운 옷을 챙겨 입고 집 앞에 나무들이 가득한 공원으로 향한다.
나는 음악을 듣지 않고 40분 동안 걷고 뛴다. 어느 곳 하나 소음은 없다. 그저 새들의 지저귐만 가득하고, 바람이 나무들을 흔들리는 정도의 소리이다. 나는 이 시간이 좋아졌다.
아무도 없는, 해가 뜨기 전의 구름에 가려진 빛의 색감이 좋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공원한 가운데 한참을 서있었다. 아침의 공기가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 혼자 이곳에 서 있다는 자체로 만족스러웠다. '나만 깨어있는 거 같았다.'
그렇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난 뒤, 산책길로 향한다. 길게 이어진 구부러진 내리막길을 5분 뛰기 시작하면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처음 5분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8분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매일을 5분씩 뛰다 보니 일분씩 늘리게 되었고, 처음보다 숨이 차 오르는 걸 덜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몸은 익숙해진 듯하다. 매일,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앞으로 더 나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고 있다. 올해는 그러고 보니, 시작하는 게 많은 2025년인 듯하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올해 1월이었고, 아침운동을 한 것도, 수영을 시작하게 된 것도 올해이다.
올해는 뭔가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는 시작의 해' 인가보다.
수영도, 아침 운동도 때가 있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전혀 관심이 없었던 수영이었고 배울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해보고 싶다'하는 생각과 동시에 등록을 하게 되어 시작했다.
여행을 다니면 수영장은 발만 담그는 곳이었는데 이제 멋지게 수영을 할 수 있는 여행을 꿈꿔본다. 열심히 배워서 다음 여행지에서는 느긋이 수영을 즐길 생각을 하니 설렌다.
이렇듯,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뭔가를 실천하면 얻어지는 건 자신감과 성취감이다. 회사 동료가 물었다.
"피곤하지 않아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 아침 산책에 수영에 요가까지"
"피곤하지 정말 피곤하면 아침운동을 건너뛰기도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해서 지키려 하고, 무엇보다 짧은 몇 분이지만 아침에 느끼는 성취감은 하루의 에너지 같아."
"그렇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아직 나한테는 무리인 거 같아요! 하하"
나는 동료에게 말했다. 다 때가 있는 것 같다고.
내가 디자인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일도, 아침 운동과 수영을 하게 된 시기까지.
그 모든 것은 내가 필요했던 순간에 그저 흘러가는 아침 바람처럼 조용히 내 삶에 스며들었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다 보면, 필요한 것이 필요한 때에 자연스레 찾아오는 것 같다고.
조금씩 깊어지는 마음의 방향을 따라가는 일, 그 여정 위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알아가고 있다.
오늘 아침 산책길엔, 해가 떠오르며 세상을 물들이는 고요하고도 찬란한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했다.
Soo+
“별들은 언제나 너를 보고 있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조용히.”
—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