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풍경 앞에서는 매일이 감탄의 연속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 모든 캐네디언이 여행을 즐기는 여름이 왔다.
캐나다의 긴 겨울은 마치 반짝이는 여름을 더욱 즐기기 위한 기다림 같다. 5월이 되어야 비로소 봄기운이 스며들고, 그제야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 가득한 여름이 찾아온다. 이번 캐나다의 겨울은 너무도 길고 폭설도 잦았었고, 바람도 매서웠다. 겨울이 길어서일까? 캐나다에서 살면서 제일 좋아하게 된 계절은 단연 여름이다.
캐나다의 여름은 매일 햇살이 가득하고, 뜨거운 날엔 공원 분수대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시원함이 느껴진다. 푸르른 잔디밭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 아래 나무 그늘에 누워 책을 읽기도 한다. 때로는 종일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한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여유로운 계절 여름이다.
그리고 여름이 오기 전, 모두가 그렇듯 여름휴가를 꿈꾸며 몇 달 전부터 여행지를 찾아본다. 지치고 지루한 겨울을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기 위해 준비한다.
캐나다의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들을 여러 군데 여행한 적이 있다. PEI, 킹스턴, 오타와, 퀘벡, 핼리팩스, 몬트리올, 밴쿠버, 노바스코샤… 여러 도시를 여행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고 감탄과 경이로움을 매일 느꼈던 도시는 록키산맥이 있는 밴프다.
그해 여름, 무척이나 뜨거운 여름날 나는 4박 5일의 밴프, 록키 여행을 떠났다.
출발 전, 미리 다녀온 동료의 조언을 듣고 날씨를 확인한 덕분에 긴팔과 후디를 챙길 수 있었다. 내가 가본 캐나다의 도시는 느낌이 다르다. 그날의 온도, 바람의 세기, 햇살의 강약, 그리고 하늘의 색깔까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건 날씨. 날씨가 여행의 반 이상을 차지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밴프를 찾았던 날, 그곳은 완벽했다. 여행 전, 검색을 통해 수없이 본 사진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풍경은 그 이상이었다. 에메랄드빛 호수, 울창한 숲, 선명한 파란 하늘…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자연이었다. 같은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밴프는 마치 또 다른 나라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밴프에 가서 직접 록키산맥을 마주했을 때, 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언제든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나는 캐나다에 살고 있구나! 정말 아름답고 경이롭다."
그 순간, 잠시라도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상상만 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고, 그 모든 장면을 내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이렇게 위대하고 광활한 자연.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짙은 에메랄드빛 호수를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옥색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릴 때조차 경이로웠다. 하늘까지 닿을 듯한 나무들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고, 그 끝을 보려면 한참을 올려다봐야 했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엔 록키산맥에서 내려온 곰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아기곰이 있다고 누군가 소리쳐서 귀엽게 바라보면 항상 뒤에는 커다란 검은색 엄마곰처럼 커다란 곰이 뒤따라왔다. 멀리서 보면 귀엽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캠핑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동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맨 처음 도착한 호수는
1. 페이토 호수 (Peyto Lake)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호수는 주변 페이토 빙하에서 흘러들어온 빙하암 가루 때문에 특히 밝고 눈부신 청록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고, 계절과 햇빛의 강도에 따라 색깔이 미묘하게 변한다고 했다.
두 번째 호수는 밴프 국립공원에 있는
2. 레이크 루이스 (Lake Louise). 호수 뒤편으로는 웅장한 빅토리아 빙하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풍경이 그림 같다. 레이트 루이스는 사진 이미지에서 많이 봤던 곳이라 실제로 보는 게 너무도 궁금했는데 정말 믿기지 않은 풍경이 내 눈앞에 펼 펴진 듯했다. 겨울에 얼어붙은 호수에서 김연아가 아이스 스케이팅을 탔던 곳이 이곳 레이크 루이스 호수이다.
그리고, 내가 제일 오래 머물고 싶었던 호수는 바로
3. 모레인 호수 (Moraine Lake). 이곳은 레이크 루이스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였다. 이 호수는 캐나다 20달러 지폐에도 실렸던 풍경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레이크 루이스와 마찬가지로 빙하수가 만드는 색깔이지만, 모레인 호수는 좀 더 진하고 깊은 코발트블루 또는 에메랄드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석회 성분이 적어 더욱 맑고 투명한 느낌의 호수이다. 너무도 다행이었던 건 우리가 갔던 그날, 개방을 했었다. 록키 산맥에서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곳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레인 호수를 직접 볼 수 있었던 행운까지! 겨울에는 도로가 눈으로 막히기 때문에 보통 6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만 차량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4. 에메랄드 호수 (Emerald Lake)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과 같은 풍경에 마치 내가 이곳에 사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잔잔한 에메랄드 빛 호수는 마음에 가득 푸르름이 스며드는듯한 기분이었다. 다른 호수들에 비해 덜 붐비는 편이어서 그랬는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자연을 즐기기에 너무도 좋았던 마지막 호수였다.
(호수의 내용은 gemini 참조)
캐나다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지만,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는 밴프다.
밴프를 다녀온 후 한동안 캐나다의 자연에 흠뻑 빠졌다. 모니터 메인 화면을 밴프 사진으로 바꾸고, 밴프에서 사왔던 엽서들과 사진들을 눈에 띄는 곳곳에 붙여두었다. 그곳의 풍경을 잊기엔 시간이 꽤 필요했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캐나다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자연이다.
마치 처음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았을 때처럼. 그 웅장한 물살 소리에 온몸이 휩싸이고, 가슴 깊이 울리는 진동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새로운 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그곳의 공기와 바람, 햇살과 나무의 흔들림을 느낀다.
호수 위로 잔잔히 이는 물결,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 조용히 흘러가는 구름과 하늘빛.
그 모든 순간은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한 언어처럼 느껴진다.
그 모든 다정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마음 깊이 담아두고 온 록키여행. 그리고, 나를 감싸주던 포근한 빛, 따뜻한 온기. 푸르름의 대자연, 그 모든 것이 있는 캐나다.
이곳을 여행했던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누구든 록키산맥에 둘러싸인 자신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Soo+
<다음 여행글은 드리마 도깨비의 장소였던 퀘벡을 써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