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was your weekend?”이라는 말속 따뜻함
연휴가 끝나는 출근길 아침은 평소보다 길이 덜 막힌다.
아침 6시만 돼도 환해진 탓에 오늘은 조금 일찍 눈이 떠져 회사에 평소보다 먼저 도착했다.
‘차 안에서 남은 시간을 주말에 미처 못 읽은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어볼까?’
스타벅스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며, 잠깐 고민했다.
그러다가 다른 동료들보다 조금 먼저 월요일을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에 조용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오너는 이미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Good morning, Happy Monday!”
인사를 나누고, 나는 기분 좋게 내 자리로 향했다.
‘그래, 일 시작 전에 작가들 글을 먼저 읽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매거진 디렉터가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잡지의 디자인 바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 망했다.”
방금 전까지의 느긋함은 사라지고, 앉기도 전에 여유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오늘 이른 시간에 나올 줄 몰랐던 나는, 조금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굿모닝, 미셸.”
“굿모닝! 수.”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제… 내가 말을 꺼내야 하나?’
"How are you?"를 시작으로, 스몰톡을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아,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머리가 고장 난 것 같아.’
싶던 그때, 다행히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What did you do on the weekend? Did you have a good time? Any special?”
그녀는 질문을 쏟아냈고, 그 안에는 캐나다식 스몰톡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친근함을 표현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의 한 방식.
그래서, 캐나다에서 스몰톡은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중요한 문화다.
이렇듯, 주말을 보내고 온 월요일이나, 주말을 시작하는 금요일은 똑같은 질문을 매주마다 한다.
이게 우리의 루틴이다.
"How are you doing today?"
"Nice weather, isn't it?"
"Any plans for the weekend?"
"I love your [clothing item or accessory].
그런데 어쩔 땐, 이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스몰톡이 나에게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아침처럼,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시간엔 지나치게 많은 말들이 내 하루의 시작을 방해받는 느낌이 들곤 한다. 아마도, 내가 생각이 많거나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이런 스몰톡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럴 땐, 가볍게 인사만 나눈 뒤 에어팟을 꽂고 조용히 컴퓨터 화면을 바라본다. ‘제발, 나에게 말 시키지 마..’ 속으로 생각하며.. 그래서였을까. 얼마 전 적어 본 ‘나를 위한 실천 10가지’ 중 하나에 ‘귀찮다는 핑계로 피했던 동료들과 가벼운 대화 나누기’를 써넣었는지도.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이런 스몰톡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안, 마트에서 줄을 서 있을 때,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릴 때도,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는 게 나에겐 어색하고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졌다.
어느 날,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며 공원을 걷고 있었는데, 내 옆을 지나가던 낯선 사람이 나를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인사에 나도 자연스럽게 "Hi" 하고 답했고,
그때 내 말소리를 들은 친구가 물었다.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아침부터 아는 사람을 만났어?"
"아니,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인사한 거야."
"아, 그래? 모르는 사람인데 인사해?"
"응, 여긴 그래."
내 말에 친구는 "그렇구나…" 하며 캐나다의 문화를 이해한 듯했다.
물론, 한국에서의 스몰톡은 캐나다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친밀한 관계 안에서 스몰톡이 더 자연스럽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질문을 하고, 직업, 학력, 나이, 결혼 여부, 정치나 종교처럼 개인적인 질문도 비교적 직접적으로 하기도 한다.
반면, 캐나다에서의 스몰톡은 상대방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긍정적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예전에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그렇지,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장면이 있었다.
여주인공이 식당에서 처음 보는 여자와 밥을 먹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낯선 여자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집은 어디예요? 남자 친구는 있어요? 무슨 일 하세요?" 하고 묻는다.
그런데 상대방 여자의 질문은 달랐다.
"하고 계신 목걸이가 너무 예뻐요! 잘 어울리세요!"
"오늘 날씨 더웠죠?"
"여기 식당, 맛집 같아요!"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이 말했다.
"외국에서 자라고, 거기서 살았다더니… 역시 질문이 저랑 다르네요."
그 대사가, 한국과 외국의 문화 차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캐나다에 살면서 그 차이를 느끼고 있다.
상대방의 나이나 사는 곳, 가족관계, 결혼 여부, 그리고 직업처럼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질문은 쉽게 하지 않는다.
이런 질문들은 시간이 흐르고, 친분이 어느 정도 쌓인 뒤에야 조심스레 건네는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있거나,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이웃, 또는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몰톡을 피하기가 어렵다. 침묵이 오히려 더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스몰톡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며 슬쩍 에어팟을 낀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 이곳의 문화를 존중하려는 마음은 놓지 않으려 한다.
상대방의 일상에 작은 관심을 건네는 일. 그 짧은 인사가 하루를 부드럽게 시작하게 만드는 이곳에서,
나도 조금씩 그 따뜻한 말 걸기의 온도에 익숙해졌다.
아직은 가끔 어색하고, 때로는 피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How was your weekend?”에 이젠 웃으며 대답할 수 있게 된 나를 보면, 참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짧은 인사가 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가장 자연스럽고 다정한 말이기를 바라본다.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