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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세련된 도시, 시카고로 떠나 볼까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도시

by Soo 수진

어느 도시로 여행을 떠나볼까?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한국에서 제주도나 동남아로 떠나는 여정처럼, 멀게 느껴지지 않는 거리이다.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 역시 미국 여행을 자주 계획하곤 한다. 자주 찾게 되는 뉴욕은 토론토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고, 내가 다녀온 시카고도 비행기로 약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처럼 가까운 곳에 매력적인 도시들이 많아, 가보고 싶은 도시들을 따로 리스트로 정리해 두기도 한다.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를 안겨준다. 새로운 공간에 가는 일은 항상 좋은 도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나는 매년 두세 번쯤, 낯선 곳으로 나를 데려간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순간의 설렘을 나는 좋아한다.


미국 시카고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흥미롭고 재밌게 봤던 SF 판타지 액션영화 '다이버전트(Divergent)'시리즈와 '스파이더 맨 2'의 배경 도시가 시카고이고, 깊게 각인되었던 장면들이 시카고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에 가보고 싶었던 도시 중에 시카고도 포함되었었다.

또 하나는,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이다. 시카고 미술관은 북미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다음으로 큰 미술관이다. 시카고 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인 만큼, 다양한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고, 많은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조르주 쇠라, 반 고흐, 모네, 그랜트 우드, 피카소 외 내가 제일 보고 싶었던 작가의 그림은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사람들 (Nighthawks)의 작품이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있는 도시, 시카고. 나는 그 고요하고도 사색적인 느낌을 직접 보고 싶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마주한다는 생각에 셀레이는 기분으로 매일을 살았던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었다.

4박 5일의 시카고 여행일정, 미국의 모든 도시마다 색이 확실하고 각 도시의 감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고, 공기부터 달랐던 곳이었다. 이곳에 있으니 왜 미국이 강대국 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미국의 대도시'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었다.

시카고는 뉴욕의 번잡함이나 샌프란시스코의 낭만과는 또 다른, 묵직하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지만, 그 아래로 흐르는 시카고 강은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고,

웅장한 건축물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시카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살아있는 현대 건축 박물관 같으면서도, 그 속에서 사람들의 활기찬 일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른 미국의 대도시들이 제각각의 개성을 뽐내지만, 시카고는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도시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 시카고에서 느꼈던 감흥을 동료에게 나눴을 때, 그녀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역시, 미국은 미국이구나! 캐나다는 소박하고, 친절하며,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이 있고, 겸손하며, 자기주장이 강하기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한 모습이다. 반면 미국은 개인주의적 가치가 강하고, 직접적으로 솔직한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두 나라는 가까이에 붙어 있지만 성향과 가치관이 너무도 다른 나라이다.

캐나다는 자연이 거대한 나라여서 일까? 왠지 시골 같은 따뜻한 느낌의 나라인 듯하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도착한 시카고.

거리에 빌딩들은 예술작품처럼 섬세하고 정교한 세련된 느낌이었다. 그 도시를 걷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행복감이 가득했었던 날들이었다.

나는 이 도시의 관광객이었기에, 시카고에서 가보야 할 장소들을 찾았고, 그곳에서 색다른 도시의 느낌과 여유를 만끽하며 하루하룰 보냈었다. 내가 갔던 곳들을 나열해 보면; 밀레니엄 파크, 클라우드 게이트, 360 시카고 전망대, 시카고 극장, Crown Fountain, 시카고 대학교, 유명한 시카고 피자, 네이비 피어, Abraham Lincoln Park 그리고 마지막 날 갔던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시카고 미술관은 외관의 건축은 인상적이고, 웅장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주는 디자인이었다. 입구 양옆을 지키고 있는 두 개의 거대한 사자상은 미술관의 랜드 마크이기도 하다.

하루를 미술관에서 보냈지만, 매일 갈걸 그랬다'라는 생각을 캐나다로 돌아오는 길에 했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너무도 인상적이었고, 그 거대한 거장들의 그림 안에 내가 서 있었다는 자체만으로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들이다.

양쪽으로 올라가는 높은 계단을 따라 처음 만난 그림은 조르주 쇠라 (Georges Seurat)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A Sunday on La Grande Jatte)》였다. 이 그림은 점묘법의 대표작으로 시카고 미술관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천천히 수많은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고 오랫동안 서있었던 그림 중에 하나는 모네의 수련 (Water Lilies)이었다. 내 발걸음을 그 그림에 머물게 했고, 오묘한 색감과 표현하지 못할 느낌의 감정을 느꼈다.

지금, 내 책상 앞 액자에 넣어둔 그림 중에 하나이다.

수많은 그림들을 지나 마주하게 된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사람들 (Nighthawks)의 작품, 언젠가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작품이어서였을까? 뉴욕의 한적한 밤거리로 순간 이동한 듯한 감상에 빠져들었다.

작가들은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단지 '멋지다'라는 감탄을 넘어 그림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모두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 당시의 미국사회의 어떤 모습이 반영되어 있는 듯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갈 때쯤 호퍼의 그림엔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호퍼의 그림을 뒤로한 채, 옆에 있던 피카소의 유명한 침실 연작 중 아를르의 침실 (The Bedroom)을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는데도, 나는 캐나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작가들의 그림과 특히 호퍼의 Nighthawks 작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었다. 시카고의 공기, 미술관의 웅장함, 그리고 호퍼의 밤이 내 안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림 앞에서, 나는 말이 아닌 감정으로 나를 느낄 수 있었던… 조용하지만 깊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카고는 나에게 거대한 감동으로 밀려온 도시였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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