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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마주한 감정들

감정의 언어들을 마주하기

by Soo 수진

캐나다에 살면서, 자연을 좋아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없었던 걸까? 꼭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늘 마음이 바빴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그렇게 열심히만 살았던 거 같다. 계절은 스쳐 지나갔고, 하늘은 그저 하루의 배경처럼 존재했다.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견뎌야 하고, 익숙했던 일상과 습관, 친밀하게 지냈던 가족과 친구들과의 거리감 속에서 전혀 다른 인간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했다.

낯선 사회의 규범과 예절, 생활방식 하나하나에 적응해야 했던 시간들. 그건 매일같이 나 자신과 마주하며, 성장하고 도전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스며들기 위해선 용기와 열린 마음, 그리고 유연한 적응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예전엔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하나씩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달라졌다. 혼자 외로울 때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필요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


이럴 때마다 나를 조용히 위로해 준 건, 캐나다의 자연이었다.

고요하게 흐르는 하늘과 구름,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 그리고 빽빽이 서 있는 푸른 나무들 사이를 걷는 그 길 위에서 마음 한편에서 밀려오던 외로움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론,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함께 자라며 오랜 시간을 쌓아온 친구들과는 어딘가 다르다.

누군가는 말한다.
“캐나다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봐.”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대학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도 있고, 동네 이웃들, 그리고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한국 사람들과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다 열고 어린 시절 친구처럼 지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외국 친구들과는 언어의 장벽이 있다. 가벼운 농담도, 작은 뉘앙스도 같은 언어로 나눌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진심을 전하고 싶은데 단어가 부족하고, 마음이 힘든 걸 설명하고 싶은데 문장이 모자랄 때, 그 외로움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남는다.


마음 챙김이란 말을 알기도 전에 나는 이미 나 자신을 다독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전히 흔들리는 감정 앞에서 나를 붙잡아 주는 건 언제나 내 안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소리 없는 위로를 주는 자연이었다. 나는, 감성적인 사람인 것 같다.
어느 날 우연히 바라본 나무의 흔들림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하늘 위 예쁜 구름을 보면 그 구름을 따라가 사진으로 담아두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하고 말하지만,

내가 찍은 구름 사진을 보면 "아, 그럴 만하네"라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점점, 예전처럼 자주 연락하던 친구들, 익숙한 지인들이 하나둘 멀어지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 나의 감정과 마음을 지키고 홀로 나를 다독이며 이 시간들을 잘 견디고,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매일, 내 삶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본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까지도 조용히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캐나다에 살면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졌고,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그 감정의 뿌리를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마음이 요동치고 화가 날 때, 예전처럼 남을 탓하기보다는 "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까?" 조용히 내게 묻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그 감정의 언어를 이해하려 애쓴다.


나는, 아직도 때때로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 같다.
그래서 더욱 성숙하고 우아한 어른이 되기 위해 마음과 몸을 건강을 챙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두렵고, 혼자 방황하는 시간들이 밀려온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나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이다. 감정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그 감정들과 잠시 함께 머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불안, 외로움, 분노, 슬픔… 모두가 나를 거쳐 가는 감정일 뿐, 나 자체는 아니라는 걸. 오늘도, 나는 나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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