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라는 도시가 만든 매력
뉴욕은 내가 사는 조용한 도시와는 전혀 다른 곳이다.
이른 아침, 집 앞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공원을 걷는 일. 그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은, 센트럴파크를 걷는 기분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진다. 내가 사는 곳은 시골처럼 잔잔하고 느리게 느껴지지만, 뉴욕은 도시다운 모던함과 특유의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하다.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지는 건 도시마다 갖는 분위기 때문일까?
내가 사는 도시와 뉴욕은 시간대가 같다. 캐나다 안에서도 도시마다 시간이 달라, 밴쿠버는 5시간, 캘거리는 2시간, 한국은 13시간 차이가 난다. 하지만 뉴욕은 같은 시간을 산다.
한국에 계시는 지인께 연락을 할 때마다 이렇게 물으신다.
“수진이 있는 곳은 몇 시지? 뉴욕이랑 같지?”
아들이 뉴욕에 살고 있어서 그 시간을 기억하는 탓이다. 그렇게 내 시간을 함께 기억해 주는 그 마음이, 왠지 따스하게 느껴진다.
뉴욕에 오니, 마음이 들뜬다.
센트럴파크를 천천히 걸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곳곳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친구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워 사진에 담았다. 햄버거 가게에서 사 온 버거를 한입 베어 물며, 한낮의 여유를 오래도록 즐겼다.
캐나다에 살며 좋은 점 중 하나는, 이렇게 미국 도시를 가깝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토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1시간 40분. 나이아가라폭포에서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곧 미국 국경이다. 차로 달리면 7~8시간. 전에 갔던 시카고도 멀지 않다.
뉴욕은 여러 번 와도 늘 새롭다. 처음처럼 설레면서도, 조금은 익숙해진 기분. 언제나 생기가 넘치고 활발하다.
허드슨강 주변을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예전에 한강고수부지를 뛰던 내가 떠올랐다. ‘저렇게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번엔 뛰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여유롭게 그 도시를 걸었다. 속도를 늦출수록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있었으니까.
뉴욕의 밤과 낮
늦은 오후, 타임스퀘어에 들어서면 온통 네온사인과 전광판 불빛이 눈을 뒤덮는다.
사람 물결이 끊임없이 흐르고, 귀를 가득 메우는 소음마저 이곳에서는 이상하게 즐겁다. 매번 올 때마다 새롭고, 특히 한국 광고가 전광판에 뜰 때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나 깔깔 웃게 된다. 그 웃음과 빛, 그리고 그곳의 열기는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듯하다.
평소 나는 사람이 적은 조용한 숲길이나 나무들로 둘러싸인 공간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 속에 파묻힌 내 모습이 낯설 만큼 좋다.
밤이 되면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고,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사람이 된다. 그 순간에는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낮에 걸었던 센트럴파크는, 이 모든 도시의 활기와 평온함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드넓은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 호숫가에 앉아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는 연인들, 그리고 길을 따라 여유롭게산책하는 이들. 푸른 허드슨강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해 질 녘에는 노을빛이 강변을 붉게 물들였다. 도시의 소음은 저 멀리 사라지고, 강가에 흩어진 빛만이 물 위에서 반짝였다.
강아지와 함께 강 주변을 뛰는 다정한 사람의 모습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내 안에서 부딪히고 있던 어지러운 감정들이 하나씩, 천천히,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도시마다 다른 공기와 빛, 그리고 그곳이 주는 에너지가, 나를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니까.
뉴욕의 5번가를 걷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이어진 5번가.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욕은, 그 높은 건물들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이 가득한 도시다.
5번가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세계적인 명품 매장들이 즐비하고, 쇼윈도에 반사된 빛과 사람들의 열기가 뒤섞여 뉴욕만의 생동감을 만들어냈다. 이 도시가 뿜어내는 넘치는 에너지가 온몸을 타고 전해졌다.
하늘은 파란빛으로 환하게 열려 있었다.
뉴욕의 날씨도 참 좋았다. 맑은 하늘을 보며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촉촉한 마음였는데, 여기에 비마저 내렸다면 나는 스펀지처럼 슬픔을 흠뻑 머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날씨마저 아름다우니, 얼마나 다행인가토론토, 시카고, 워싱턴, 그리고 서울과도 다른, 오직 뉴욕만의 공기와 빛이 이곳을 채우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뉴욕의 두 미술관.
뉴욕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 중 하나, 바로 미술관이다.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흥분과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어쩌면 뉴욕을 예술의 도시로 만드는 건, 이 두 개의 보석 같은 미술관 덕분일지도 모른다. 모마(MoMA)는 현대 예술의 심장이다.
피카소, 반 고흐, 앤디 워홀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 숨 쉬고, 낯설고도 기발한 현대 미술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지금’을 살아가는 예술의 맥박이 느껴진다. 반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은 인류의 방대한 역사를 품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신비로운 유물부터 현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만 점의 보물이 한 공간에 펼쳐진다. 모마가 현재를 이야기한다면, 메트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인류의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매력적이고 독특한 도시, 끊임없이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뉴욕.
매일 새로운 뉴스거리들과 예술이 탄생하는 이 도시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게 바로 뉴욕인듯하다.
Just as I am, Soo+
<언제 다시, 모마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받은 감정들과 감동을 글로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