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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의 온도, 캐나다의 휴가제도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문화.

by Soo 수진

캐나다 워라밸,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삶.
‘여유로움 있는 삶’을 찾아 캐나다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야근이 없고, 정시 퇴근이 당연한 문화. 듣기만 해도 환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캐나다의 모든 직장인이 그렇게 살고 있을까?
내가 직접 캐나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과 크게 다르다고 느낀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휴가 문화, 그리고 또 하나는 칼퇴근이 기본이라는 점이다.


캐나다의 법정 휴가, 한국과 뭐가 다를까?

캐나다의 법정 휴가는 한국의 연차휴가와 비슷하지만,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내가 살고 있는 온타리오 주를 기준으로 보면, 1년 이상 근무하면 최소 2주의 유급 휴가가 보장된다. 그리고 근속 연수가 늘어날수록 휴가도 늘어나서, 5년 이상 근무하면 3주, 10년 이상 근무하면 4주까지 보장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회사의 규모, 직종, 직급에 따라 휴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어떤 회사는 입사 첫해부터 3주의 휴가를 주기도 하고, 심지어 ‘무제한 유급 휴가’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물론 무제한 유급 휴가가 무조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눈치 보며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오히려 제도의 의미가 희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휴가를 당당하게 쓸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과는 크게 다르다


캐나다 휴가 제도의 장점

내가 다니는 회사만 봐도 그렇다.
2주, 3주씩 길게 휴가를 가는 게 자연스럽고,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여름이면 긴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나 역시 작년 겨울과 올 1월,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무려 5주를 사용했다. 그리고 올해도 얼마 전 2주간 한국을 다녀왔다. 회사에서는 이유를 따로 묻지 않는다. ‘개인의 생활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태도가 당연하게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워라밸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법정 휴가뿐만 아니라 병가, 출산·육아휴직 같은 다양한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결국,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분위기 덕분에 휴가는 의무가 아닌, 자연스러운 권리로 자리 잡는다.


한국 휴가 제도

반면에, 내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휴가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
7월 말에서 8월 초, 딱 4박 5일. 팀 내에서도 반반씩 나눠 써야 했고, 회사에서 정해준 날짜를 벗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상사에게 날짜를 바꿔달라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모두가 그 일정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동료들 역시 휴가에 여행을 가기보다는, 정해진 며칠 동안 단순히 쉬는 것에 의미를 두곤 했다. 그때의 휴가는 ‘일 년에 주어진 의무적인 쉼표’처럼 느껴졌다.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긴 휴가를 쓰는 건 눈치가 보이고, 퇴근 후에도 개인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결국 대부분은 휴가를 하루, 이틀씩 잘라 쓰며 일상과 타협한다. 긴 호흡의 휴식은 쉽지 않았다.

동료들이 거넨 마그넷과 나의 여행 마그넷 :)


여름휴가 기간

동료들은 각자의 본국에 다녀오기도 하고, 가까운 미국이나 아일랜드, 혹은 캐나다의 다른 도시를 여행하고 돌아온다. 친한 동료들은 여행지에서 사 온 마그넷을 다정함과 함께 건네준다. 누군가가 시작한 작은 마그넷이, 이제는 여행지를 다녀온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은 메신저가 되었다.

막 여행을 마친 동료들의 얼굴은 햇빛에 그을려 있고, 피부는 조금 더 짙어졌지만 웃음은 훨씬 환하다. 그 모습에서 “여름을 즐겼다”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이렇게 여름을 보내고, 주어진 휴가를 행복하게 누리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단 하루 연차를 내는 것조차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그때는 ‘당연히 쉬어야 할 나의 시간’을 온전히 누린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에도 참 부러운 점이 있다. 바로 공휴일. 한 달에 여러 번 찾아오는 휴일과,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이 주는 여유. 캐나다에 살고 있는 지금도 해가 바뀌면 설날과 추석, 그리고 공휴일을 먼저 확인하곤 한다.

2~3주 길게 떠나는 휴가 대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적인 휴식을 챙길 수 있는 날들이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있다는 것. 그래서 늘 한국의 공휴일 문화는 부럽다.

하지만 돌아보면, 긴 휴가든 짧은 휴일이든 결국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떻게 나답게 보내느냐인 것 같다. 여행을 가도 좋고, 집에서 푹 쉬어도 좋고, 혹은 책 한 권과 함께 고요한 시간을 가져도 좋다.

“쉼의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잘 쉬는 시간’이 아닐까.”

Just as I am,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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