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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 퀘벡은 언제나 낯설고 아름답다

도시가 준 선물, 퀘벡의 오후

by Soo 수진
장면중에 도깨비 무덤이 있던 언덕

공유가 주인공였던 드라마 "도깨비"를 보신 분들이라면 퀘벡 시티 (Québec City)의 그림 같은 풍경에 매료되셨을 것이다.

올드 퀘벡의 좁은 골목길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드라마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더했고, 공유가 "단풍잎이 내려와 어깨에 앉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던 장면. 퀘벡은 캐나다의 동부에 위치한 퀘벡주의 주도로, 북미에서 가장 유럽적인 도시로 손꼽힌다.

명장면으로 가득했던 드리마 도깨비


캐나다에 살면서 여러 도시를 가기 위한 코스에 잠깐 머물렀던 곳이 바로 퀘벡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땐 드라마 '도깨비'를 보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유독 한국인, 특히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셀카를 찍고 있으면, 살짝 다가와 "저..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혼자 오셨어요? 저는 혼자라.. 이 배경으로 사진 찍어 주세요.." 드라마에 나왔던 여러 장소에는 한국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빨간 문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이유를 나중에 드라마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첫 퀘벡 여행 후 '도깨비'를 보고 나니, 그제야 빨간 문 앞에 길게 줄 서 있던 사람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왜 여기에 줄을 섰지? 딱히 예쁘거나 기억할 만한 상징적인 것도 없는데?' 하고 의아했고, 외국인들이 길게 줄 선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작은 프랑스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식당에 메뉴나 일하는 사람들 모두 프랑스어를 썼다. 자신들의 프랑스어와 가톨릭 문화를 지키려 노력하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영어로 물어보면 프랑스어로 대답했다. 그 반틈 그들은 캐나다 안에 프랑스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도시라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안에는 그들만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영어를 쓰는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유일한 도시이다.

거리마다 아기자기한 부티크 상점, 예술 작품을 파는 갤러리, 그리고 아늑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들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져 로맨틱한 분위기의 도시로 북미에서 유럽을 보는 듯하다.

길을 걷다 보면, 화가들의 거리가 있다. 직접 그린 독특한 그들만의 색채가 가득 담긴 작가의 그림들이 나열되어 있다. 나도 그 거리를 거닐다,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 서서 퀘벡을 아름답게 담아낸 작가의 그림 한 장을 살 수 있었다. 마음에 든 그림 여러 개 중에 망설이는 나에게 작가는 제일 상징적인 그림을 추천해 주며 멀리 이동하는 나를 위해 꼼꼼하게 포장해 주는 그 모습이 본인의 그림을 사랑하는 아티스트임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그 그림은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로 보내졌다. 내가 가진 그 순간의 감정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같은 마음을 나누고 싶은 그 도시만의 매력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화가가 골라준 퀘벡의 상장 그림과 두개의 마그넷


내가 가본 퀘벡은 여름과 가을이었다. 햇살이 초록의 나무들을 더욱 빛나게 했고, 퀘벡의 상징인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 호텔 (Fairmont Le Château Frontenac) 광장 벤치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드넓은 푸른 하늘에 유유히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며 머물고 있던 그 시간의 흐름이 잊히지 않는다. 사람들의 걸음도 웃음소리도 여유롭게 느껴졌던 건, 그 순간 나 또한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여유롭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퀘벡의 신비로운 분위기 자체가 드라마 '도깨비' 속 마법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퀘벡에서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비롭고 동화 같은 곳곳의 장소들은 마치 아름답게 연출된 '도깨비'의 명장면 같았다.

캐나다에서 느끼는 유럽의 어느 도시와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역사와 낭만이 공존하는 퀘벡. 바람이 흩날리던 하늘아래에서 마셨던 커피한잔이 생각나는 깊어가는 가을날이다. 그때의 퀘벡의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을 천천히 물들인다.

그날의 플랫화이트 :)

Just as I am,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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