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말할 수 없는 자연 풍경
가을이 깊어갈수록, 캐나다의 낙엽들도 다채로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여름날의 초록이던 나뭇잎들이 이제는 빨강과 주황, 노랑빛으로 변해가며, 하나씩 떨어지는 잎들 사이로 흩날리는 그 모습이 마치 계절의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캐나다의 국기 가운데에 메이플 단풍잎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이 가을의 감동 그 자체이다.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색은 이곳 캐나다에서만 볼 수 있으니, 캐나다 가을이면 그 황홀함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북쪽을 향한다. 해마다 이맘때쯤, 가을낙엽이 제일 아름다울 날짜를 확인하고, 작년에는 티켓을 미리 예약하지 않은 탓에 이번에는 가고 싶은 장소의 국립공원의 티켓을 출발 전 예약했다.
그곳을 지나가는 동안 펼쳐진 이미 붉은색으로 변한 가을낙엽들을 내 눈에 다 담지 못할 만큼 가득 도로 양옆으로 펼쳐졌고, 경이로운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신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맘때쯤 10월에 하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사과피킹이었고, 또 하나는 눈앞에 펼쳐진 감동적인 가을낙엽을 보러 가는 일이다. 출발 전에 Algonquin Provincial Park, Ontario 전망대에 예약을 했고, 지금 낙엽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려주는 낙엽지도를 확인해야 했다.
80%, 북쪽으로 가을풍경을 보러 가기 좋은 날이었다. 조금 늦은 주에 가면 이미 나뭇가지에서 낙엽은 다 떨어지고 앙상하고 외로운 나무들을 마주하기 때문에 90%가 되기 전에 북쪽을 향해 가야 했다. 출발 전에 플랫화이트 커피 한잔을 마시며 커피 향이 가득한 차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하늘은 유독 파랗고,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은 마냥 즐거워 드넓은 하늘을 두둥실 자유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자연은 알록달록 다양한 칼라로 가득 채워져 자연을 마주하는 나는 자유로움을 가득 느꼈으며, 어디론가 향하는 기대하는 마음 또한 편안했다. 지난주 내내 안개가 가득 낀 날들이 많았고, 무채색인 날이었는데 날씨 탓인지 내 공허했던 마음 탓인지 모르게 흐릿했던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늘은 눅눅한 습기하나 없이 화창하고, 상쾌한 공기가 무거웠던 한 주의 무게가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 자유로움으로 가득했다.
가는 길 중간쯤 수제 햄버거 가게가 있다. 프랜차이점이 아닌 이곳 WERERS 수제 햄버거가게는 너무도 유명해서 긴 줄은 기본이고 맛도 어느 햄버거가게 못지않다. 금방 숯불에 구워낸 소고기 패트와 양파 다진 거, 피클하나 그리고 치즈 한 장에 머스터드소스와 케첩이 조화롭게 어울려지고, 캐나다에서 유명한 푸틴(프랜치프라이+치즈+가리비소스)과 함께 먹은 이 맛도 즐거움을 더해준 하루 중 하나에 속했다.
긴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갈라진 나무들은 이미 울긋불긋 선명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색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도 다시 컬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감으로 가득한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저절로 환해졌다. 우리가 도착한 Algonquin Provincial Park는 캐나다의 가을이 가진 절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매년 찾아오는 이곳의 자연은, 언제나 그렇듯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래서일까. 그 아름다움 앞에서 늘 마음이 아려온다. 나는 한동안 자연 앞에 머물렀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빽빽한 나무들과 그 사이에 펼쳐진 드넓은 호수가 어우러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눈으로 볼 땐 훨씬 더 선명했지만, 그 색감은 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았다. 그래도 내 마음과 기억 속에는 그 풍경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렇게 넓고 넓은 하늘과 땅 위에,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진 풍경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처음 타본 카누.
물을 무서워하던 나는, 물에서 하는 스포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배를 타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몇 달간 수영을 배우며, 물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고, 그 덕분에 이번엔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카누를 타보기로 했다. 늘 바라만 봤던 그 쾌감과 물의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Caneo lake에 가는 동안 설렘으로 가득했다 '와! 꿈에 그리던 일을 내가 해내는구나!' 그 벅찬 마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좁은 배 안에 오르는 건 여전히 조금 무서웠다. 함께 탄 사람과의 균형이 조금만 어긋나도, 우린 곧바로 호수 속으로 빠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그래도 나는 천천히 카누 앞자리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햇살이 쏟아지는 호수 위를 향해, 아주 조심스럽게 노를 저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반짝이던 윤슬은 물 위에 떠 있는 별처럼 반짝였고, 그 빛이 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패들을 움직일 때마다 호수 위의 물결은 나를 조금 더 멀리 데려갔다.
이런 황홀한 기분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마음이 고요하게 채워지는 순간들. ‘내가 해내고 있구나.’ 그 생각은 단순한 자신감보다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해낸다는 건 해냈다는 사실보다, 해내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다져온 과정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물살을 저으며 느낀 물의 속도, 차가운 물에 닿은 손의 촉감, 그리고 살랑거리는 바람의 결.
캐나다의 자연은 언제나 나에게 자유로움을 가르쳐 주고, 그 자유는 내 마음을 다시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였다.
올해의 가을은, 작년보다 훨씬 더 깊고 화려했다. 올해의 가을은 작년보다 훨씬 더 깊고 가지각색의 빛들로 물들었다.
카누 위에서 본 단풍빛 호수의 풍경은 아마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Just as I, am.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