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초롬했던 사진 속의 저희 엄마가 어느덧 60대가 되었어요.
세월은 참 야속해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곧장 앞으로만 향해 가니까요.
제가 기억하는 엄마는 멜빵바지를 입고 소시지를 먹고 있는 제 옆에 앉아 어여쁘게 웃고 있는 이십 대의 엄마인데, 어느새 머리에 흰머리가 수북하고, 손과 발도 제가 기억하는 모양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몇 년 전이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몇 년 만에 한국에 가게 되었을 때 엄마에게 줄 선물로 디올 립밤을 사간 적이 있었어요. 나중에 동생에게 들었나, 엄마는 그 선물을 너무너무 좋아했다는 거예요. 언니가 사준 거라 아껴 써야 한다면서 그렇게 애지중지한다고…
그 말을 듣는데, 너무 별거 아닌 건데 그동안 엄마를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속상하기도 하고, 뭔가 미안하기도 했어요.
얼른 성공해서 엄마 좋아하는 거 많이 사주고, 여행도 많이 많이 가야지.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타지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남느라고 시간은 또 훌쩍 흘러가 버렸어요. 아기들을 낳고는 그마저 엄마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죠.
엄마는 제가 출산 후 못 입게 된 옷들을 버리려고 하면 좋은 재질의 옷들은 가져가서 폼나는 미싱 마법을 부려, 아이들의 옷을 만들어주거나, 냄비 손잡이 집게 같은 소품들은 만들어 주변에 선물로 주거나 해요.
좋아하는 거 많이 할 수 있는 시간도 함께 선물해주고 싶은데, 엄마는 제 아이들을 키워주느라고 엄마의 시간을 붙잡지 못하고 또 딸에게 듬뿍 덜어주고 있네요.
초등학교 때 아까워서 쓰지 못한 채 다이어리에 꽂아진 채 몇십 년이 흐른 스티커를 제 아이들이 발견해 써도 되냐고 할 때 하나도 아깝지 않은 그런 신기한 마음일까요.
올해 엄마 생일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꽃을 한 아름 사서 안겨줘야겠어요.
마음은 여전히 이십 대, 아니 십 대의 소설책과 시를 좋아하던 낭만 소녀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