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엄마는 15년을 함께 살고 20년을 떨어져 살다가 제가 쌍둥이를 낳으면서 다시 같이 살게 되었어요.
타지에서 지내면서 임신을 했는데 쌍둥이가 생겨서 저희 부부를 도와주러 엄마가 딸내미를 도와주러 한국에서 온 거예요. 아주 큰 결정이었죠.
일단 저희 부부에게 쌍둥이가 생긴 것도 큰 변화였지만, 그 계기로 엄마(장모님)와 함께 살게 되는 것도 엄청난 변화였어요.
물론 육아도 힘들었지만 엄마랑 다시 같이 살게 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종종 생기더라고요. 살았던 날보다 떨어져 산 날이 더 많아져 버린 탓도 있었지만 엄마는 저를 열다섯 살 딸로 기억하고, 저도 엄마를 30대의 엄마로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이를 테면, 엄마가 제 방에 들어올 때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온다거나, 제가 일을 간 사이에 제 방을 싹 정리해 놓은 그런 것들이었어요. 처음 몇 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어느 날 중요한 전화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제 방에서 찾을 게 있다면서 들어온 거예요.
“엄마, 나 통화 중이야~”
“응~ 알아, 통화해~”
그러고 한참을 방에서 뭘 찾다가 나갔어요. 그때 이건 엄마한테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말을 안 하고 있다가는 점점 더 불편해질 것만 같았거든요. 이제 나는 다 큰 성인이고,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줘야 하지 않겠냐. 이렇게 저는 간단하게만 생각했는데, 엄마한테 방에 들어오기 전에 노크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엄마는 내심 서운한 눈치더라고요.
내가 뭐 잘못했나?
애기도 낳고 어떻게 육아를 해야 하나 매일 정신없을 때이고 서로 너무 예민한 때였어요. 생각해 보면 엄마와 저는 내가 청소년기일 때 겪고 지나가야 했던 걸 지금 겪고 있는 거더라고요. 딸이 밖에 나가서 일하니 어질러진 방도 엄마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제가 헤아리지 못했어요. 엄마도 생전 살아 보지도 못한 타지에 와서 의지할 데라고는 저밖에 없었을 텐데 말이죠.
마음에 담아 둔 말들이 전해지지 않으면 그게 털뭉치처럼 커지고 커져 마음 안에 무겁게 가라앉아요.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더라도 서운한 감정, 고마운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관계는 무거워지고 딱딱해지더라고요.
불편한 감정이 있거나, 고마운 마음이 들 때면 잊어버리기 전에 이야기해 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