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커리어

by 뉴욕사서

저희 엄마는 좋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셨어요. 교대에 가서 선생님이 될 예정이셨죠. 그러다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고 제가 생겨 그 꿈을 이루지 못했어요.


어릴 때 엄마가 교생 실습을 나가서 학생들이랑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쪼르륵 달려가 무슨 사진인지 물어봤어요. 엄마는 선생님이 되려고 학생들을 가르쳐 보는 연습을 한 거라고 대답했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가 얼마후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알았어요. 사진 속의 엄마는 너무도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엄마는 저 이후에 동생을 낳고, 그 꿈은 사진 속의 모습으로만 남아있게 되었어요.


엄마는 박사 공부를 하는 아빠를 뒷바라지하셨어요. 유학을 간 아빠에게 생활비를 보내주고, 저희를 키우시고..


머리가 조금 크니까 엄마는 제가 생겼어도, 꾸역꾸역 선생님이 되고, 아빠처럼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엄마에게 괜히 미안하고, 화도 나도, 속상하고 그러더라고요.


나만 안 생겼으면 엄마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엄마한테 선생님 안된 거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나를 선택하지 말고 엄마의 꿈을 좇지 그랬냐고. 엄마의 대답에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엄마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너희를 낳은 거야,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


저에겐 쌍둥이가 생겼어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죠. 1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들을 키우다 복직을 해야 하는 때가 왔을 때, 저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어요. 누구보다도 커리어를 절대 포기 하지 않겠다는 저였는데, 아이들과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엄마가 되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소중한 일이란 걸 깨달았어요. 정말 신기하게 그동안 일하며 쌓아온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더라고요.


눈에 밟히는 아이들을 두고 복직을 했어요. 갑자기 아이가 둘이나 생겨 남편 혼자 벌어서는 감당 못하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냥 저는 일을 하고 싶고,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늘 집에 있으면서 잘 챙겨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늘 미안하지만 저는 계속 일을 하고 싶어요. 저를 위해서,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저희 딸들을 위해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헤쳐가는 중이니 어떠한 방식으로든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요. 우리 엄마도 꼭 그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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